[아이뉴스24 진광찬 기자] "서울우유는 아직도 안 들어오나요?"
![9일 서울의 한 홈플러스 매장이 한산한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사진=진광찬 기자]](https://image.inews24.com/v1/67d354820462c7.jpg)
9일 찾은 서울의 한 홈플러스 매장. 할인행사 '창립 홈플런 성원 보답 고객 감사제' 마지막 날이었지만, 약 4000평(지하 2층~지상 5층)에 손님은 많지 않아 한산했다. 과자, 라면, 간편식 등 매대는 전반적으로 빈공간 없이 채워졌다. 우유 코너도 얼핏 보면 문제가 없는 듯했지만, 유업계 1등인 서울우유는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홈플러스의 자체 브랜드(PB) '심플러스' 우유가 전체 매대의 30~40%를 차지했다. 물건을 정리하던 직원은 "서울우유는 창고에도 없다"고 말했다.
홈플러스가 지난달 4일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간 지 한 달이 지난 가운데, 매장 안팎에서 혼란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협력사와 납품을 두고 갈등을 빚으면서 다른 협력사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우유는 지난달 20일부터 홈플러스 납품을 중단했다. 납품 대금 지급 방식, 기한 등을 두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앞서 홈플러스는 "서울우유 등 대기업 협력사가 회생채권 전액 즉각 변제, 물품 대금 현금 선납 조건 요구 등을 들어주지 않자 공급을 중단하거나 거래 규모를 축소했다"며 "2차 협력사 또는 농축산 농가들이 제품의 원료를 공급하는데, 물품 공급이 줄면서 2차 협력사가 피해를 보고 있다"고 공개 비판했다.
이를 두고 농축산단체 등은 홈플러스가 거래처·이해관계자들과 협의 과정에서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라고 반발했다. 한국농축산연합회는 "홈플러스가 일방적으로 거래를 끊어 놓고, 피해 책임을 농가에 돌리고 있다"며 "여론의 화살을 피하려 무리수를 두고 있다”고 반박했다.
![9일 서울의 한 홈플러스 매장이 한산한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사진=진광찬 기자]](https://image.inews24.com/v1/1513e26ea7dcb0.jpg)
업계에서는 농축산 업계와 갈등이 길어지면 다른 협력사들과의 관계에서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신뢰가 낮아지면 추가 납품 중단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농협경제지주도 채권 한도를 대폭 줄이며 납품을 보류했다.
할인행사를 잇따라 열면서 실제 유동성 확보 규모 등 불확실성에 따른 우려도 제기된다. 정상적인 매장 운영은 이뤄지고 있지만, 할인행사가 길어지며 소비자들의 관심도가 낮아졌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홈플러스는 10일부터 16일까지 할인행사 '힘내자! 홈플러스'를 추가로 연다.
이에 대해 홈플러스는 "최근 6개월간 홈플러스 오프라인 대형마트 고객수는 전년 동기 대비 5% 늘었고, 특히 20대 고객 매출이 25% 증가했다"고 밝혔다. 고객 증가가 전체 매출을 어느만큼 늘렸는지는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못 하고 있다.
임대료 관련 논란은 또다른 불안감을 던져준다. 홈플러스는 당초 임대료 인하를 요청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지만, 최근 30~50% 감액을 요구하는 공문을 리츠·부동산펀드 운용사들에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9일 서울의 한 홈플러스 매장이 한산한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사진=진광찬 기자]](https://image.inews24.com/v1/2d2d63e007c7a5.jpg)
이 같은 불안감을 해소하고 경영 정상화를 조속하게 이루려면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약속한 사재 출연 계획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홈플러스 임직원의 노력과 별개로 최대 주주인 MBK의 최고 책임자가 책임을 다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도 MBK에 사재 출연을 포함한 피해 구제안을 10일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했지만, 전날까지 별다른 계획은 발표되지 않았다.
홈플러스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 투자 피해자들은 10일까지 구체적인 피해 구제안을 제출하지 않으면 형사 고소하겠다는 방침이다. 협력업체 납품 대금과 전단채 피해 보상이나 회사 경영 정상화를 위해 필요한 자금 규모는 1조6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9일 서울의 한 홈플러스 매장이 한산한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사진=진광찬 기자]](https://image.inews24.com/v1/fd6ad953ce9bb7.jpg)
여러 논란과 갈등 속에 내부 직원들의 불안감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지난 8일 홈플러스 노동자와 입점업체들이 공동대책위원회를 발족한 이후 MBK에 대한 비판 강도를 높이고 있다. 내달 1일에는 MBK 사무실 앞 서울 광화문 D타워에서 3000명이 모이는 국민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안수용 마트노조 홈플러스 지부장은 "퇴직자들의 빈자리에서 발생한 업무는 남은 직원들의 몫이 됐고, 여기에 기업회생으로 불안이 가중돼 퇴직자가 추가 발생하고 있다"며 "홈플러스가 망할 것 같아 일부러 찾아왔다는 고객의 말을 들으며 직원들은 감동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진광찬 기자(chan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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