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라면 강자' 농심의 실적 부진이 길어지며 '제2의 신라면' 상품 개발이 주목된다.
농심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1분기까지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표를 받아 들 전망이다. 장기화한 내수 침체에 원재료 가격 상승 등 악재가 겹친 탓이 크다. 국내 출고가 인상 효과 등으로 이르면 오는 2분기부터 실적 반등에 돌입할 것이란 희망찬 관측도 나오지만, 결국 장기적으로 신라면과 함께 해외 실적을 '쌍끌이'할 히트 상품이 등장해야 할 시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 한 대형마트의 라면 매대에 농심 신라면이 진열돼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da9cb6a8c6e06a.jpg)
3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농심의 올해 1분기 실적 컨센서스(증권가 전망치 평균)는 매출 9086억원, 영업이익 520억원이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14%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3.31% 감소한 수치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로 내수 부진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원재료 가격이 크게 늘면서 수익성이 악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신제품 출시에 따른 판촉비 증가 등으로 해외법인 수익성도 하락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농심은 지난해에도 시장의 기대 대비 부진한 실적을 거두며 '주춤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농심의 지난해 매출은 3조438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소폭(0.8%)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1631억원으로 23.1% 감소했다.
같은 기간 2위 라면기업인 삼양식품 실적은 해외 판매 호조를 바탕으로 우상향하고 있어 대조적이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전년 대비 133% 늘어난 3442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삼양식품의 연간 영업이익이 3000억원을 넘긴 건 이번이 처음이다. 매출(1조7300억원)은 농심의 절반 수준이지만, 영업이익은 두 배가량 높은 셈이다.
올해 1분기에도 삼양식품은 전년 동기 대비 29.17% 증가한 4982억원의 매출, 30.46% 오른 1045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 제품 '불닭볶음면'의 글로벌 인기에 힘입은 결과다. 전체 매출의 80%가량을 해외에서 벌어들여 내수 침체 영향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다.
증권가는 이르면 오는 2분기부터 농심의 실적 반등이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3월 2년 6개월 만에 단행한 가격 인상 효과가 2분기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결국 글로벌 성적표에 사활이 걸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성장이 정체됐고 오히려 하락할 일만 남았다는 의견이 중론인 국내 시장과 달리, 해외 시장은 K푸드 인기 등에 힘입어 여전히 성장판이 활짝 열려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병학 농심 대표 역시 지난 3월 열린 제61기 주주총회에서 "오는 2030년까지 해외 매출 비중을 61%까지 확대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현재 농심의 전체 매출에서 해외가 차지하는 비중은 40% 수준이다.
![서울 한 대형마트의 라면 매대에 농심 신라면이 진열돼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f3edcd2207ffb9.jpg)
이를 위해선 신라면과 함께 해외 매출을 견인할 신제품의 등장이 필수적일 것으로 보인다. 국내 판매량 1위 자리를 공고히 지키고 있는 신라면은 해외에서도 활약 중이다. 2021년을 기점으로 글로벌 매출에서 해외 비중이 50%를 넘어섰고, 지난해에는 약 60%까지 커졌다.
농심이 공들이는 제품은 '신라면 툼바'다. 지난해 9월 출시된 신라면 툼바는 신라면에 우유, 치즈, 새우, 베이컨 등을 넣어 만든 네티즌들의 레시피를 간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선보인 제품이다. 신라면과 달리 국물 없이 비벼 먹는 제품으로 유제품의 부드러운 맛이 결합돼 매운맛이 상대적으로 덜하다. 국내에서는 출시 4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2300만개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올해부터는 해외 판매 채널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4월 기준 신라면 툼바는 미국 월마트 약 1000개 점포에 입점을 마쳤으며 현지 로컬 매장에도 다수 입점한 것으로 파악된다. 일본 편의점 업계 1위 세븐일레븐, 호주 최대 슈퍼마켓 체인 울워스 등에도 입점했다. 신라면이 국물 라면 카테고리를 담당하고, 불닭볶음면처럼 국물 없는 라면 영역은 신라면 툼바가 맡아 해외 실적 쌍끌이에 나서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박성호 LS증권 연구원은 "국내 판매량 부진과 해외 법인의 지속적인 프로모션 활동으로 인해 가파른 마진 회복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를 타개하기 위해 신라면 툼바의 성공은 필수적이다. 입점 초기이기 때문에 판매량 및 매출 규모는 미미할 것으로 보이지만 기대감은 오는 2분기에도 유효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2분기 이후 국내 주력 제품 가격 인상에 힘입어 수익성이 점차 반등할 것으로 판단되나, 중기적으로는 북미 지역 가격 인상 여부와 신제품 신라면 툼바의 판매 동향이 중요할 것"이라며 "특히 신라면 툼바는 국내 판매 호조가 해외 시장에서 이어지는지 여부가 중요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전다윗 기자(dav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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