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얼죽신(얼어 죽어도 신축아파트)'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만큼 신축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높지만, 서울 곳곳에서 아파트를 다 짓고도 준공승인을 얻지 못해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입주 3년차' 개포동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 준공승인 못 받아
3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개포주공1단지 재건축, 디퍼아)' 6702가구는 강남구청으로부터 아직 준공승인을 받지 못해 현재 임시사용승인 상태다. 이 단지는 지난 2023년 11월 집들이를 시작해 입주 3년차를 맞았는데도 아직 최종 건축 행정절차가 완료되지 않은 것이다.

하수암거 공사가 지난해 초에서야 착공돼 일정상 오는 2026년 4월에야 완공될 예정이라는 점이 직접적 요인이다. 하수암거 공사는 빗물과 오수를 흘려보내는 하수관과 오수관을 통칭하는 것으로, 공동주택 건설에 필수적이다. 조합이 사업시행인가 당시 약속했던 학교 시설 등을 계획대로 완공하지 못했던 점도 영향을 끼쳤다.
조합은 지난 3월부터 부분준공승인이라도 받기 위해 절차를 밟고 있다. 조합은 지난달 16일 조합원들에게 메시지로 "지난 3월 7일 강남구청에 준공신청을 했고, 부분준공인가 승인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공지했다.
그러면서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조합원님들이 조합 사업에 대해 문제점을 제기하는 민원을 접수할 경우 부분준공인가 승인에 대한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최근 조합은 상가조합원과 소송 등으로 가구당 평균 추가분담금 약 1500만원이 발생한다며 관리처분계획 변경을 위한 조합원 총회 개최를 예고했는데, 이를 두고 일부 아파트 조합원들이 반발하고 있는 점을 상기시킨 것이다.
일부 조합원들은 디퍼아 부분준공승인 문제만 보면 추가분담금보다는 시설 보완 사항을 우선적으로 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강남구청이 지난달 16일 조합에 보낸 공문 등에 따르면 장애인편의시설 미설치로 공사 완료 후 점검이 필요하다는 보완 사항이 언급됐다.
강남구청 관계자도 "학교가 (당초 계획대로) 준공이 안 된 상태다. 이런 시설을 제외하고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 부분준공승인을 위해 협의하고 있다"며 "(구청의) 각 부서 의견들이 있고 아직 보완 사항이 있어 이 부분들이 보완 완료가 돼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흑석3구역 흑석자이도 준공승인 절차 밟는 중
디퍼아처럼 서울에서 준공승인을 받지 못한 단지는 또 있다. 서울 동작구 흑석동의 '흑석자이(흑석3구역 재개발)'도 지난 2023년 2월 1772가구가 임시사용승인을 받아 입주했다.
흑석자이가 준공승인을 받지 못한 이유는 흑석자이, 흑석9구역(‘디에이치 켄트로나인’)과 맞닿아 있는 인근의 초등학교·유치원 부지에 포함된 2차선 도로 정비 공사와 관련한 공사비 규모를 협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완료한 대형 하수관로 공사의 정밀점검, 인근 지역의 교통영향평가 문제도 얽혀 있다.
흑석자이 조합 관계자는 "동작교육청과 공사비 규모에 대한 합의문을 작성해 동작구청으로 발송된 것으로 보인다"며 "하수관로 최종 점검 보고서도 5월 초에 (양호하게) 나올 예정이어서 문제가 없으면 구청 주무 부서에서 준공승인을 내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5월 중순경이면 준공승인이 날 것으로 예상하며 구청에서도 준공승인을 내주겠다는 의지가 있어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준공승인 못 받아 소유권보존등기도 어려워⋯재산권 행사 제약
이처럼 입주해 거주 중이더라도 준공승인을 받지 못하면 그 다음 단계인 이전고시 및 소유권보존등기 절차로 넘어갈 수 없다. 준공승인은 건축물의 공사가 설계대로 끝나 사용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확인받는 행정적인 절차다. 소유권보존등기는 미등기 부동산에 처음으로 하는 등기로 소유권 이전을 확정하기 위한 절차다.
문제는 소유권 보존등기를 받지 못하면 입주민들이 재산권을 온전히 행사할 수 없다는 점이다. 아파트를 다 짓고도 입주권 형태로만 거래가 가능하다.
입주권은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으로 새로 짓는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는 조합원 권리를 뜻해 정비사업이 완료돼야 주택 소유권을 확보할 수 있다. 입주권을 매수하면 신규 주택담보대출 실행이 쉽지 않다. 일반적으로는 입주권을 매도하는 조합원이 집단대출 형태로 실행했던 잔금 대출 등을 승계하는 것만 가능하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조합원에게) 주택 소유권이 완전히 넘어간 상태가 아니어서 금융권에서는 신규 주택담보대출을 위한 담보 설정이 어려운 편이고 대출 승계만 가능하다"며 "입주권을 담보로 설정하더라도 주택을 완전히 소유하는 경우보다 주택 담보 설정액의 규모가 적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같은 입주권이라도 금융사에 따라 입주권의 담보 인정 여부도 다르게 판단할 수 있다"며 "(사람들이 주로 활용하는 1금융권보다는) 2금융권에서 입주권을 담보로 신규 주택담보대출을 해주기도 하고, 입주권 사례마다 다르다"고 말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투자자 입장에서 똑같은 자금을 들인다면 온전한 물건을 매수하고 싶을 것"이라며 "대출이 제한적이면 입주권 형태의 주택을 매도하는 경우 시세보다 낮게 팔아야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입주권 vs 일반 매매가격 단지 비교해보니⋯
디퍼아와 인근 단지는 거래 사례에 따라 가격 차이가 벌어지기도, 좁혀지기도 한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디퍼아의 전용면적 84㎡ 입주권은 지난 3월 23일 35억원(16층)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디퍼아와 도로 하나를 두고 있는 '래미안 블레스티지' 전용 84㎡는 같은 달 33억원(28층)에 거래돼 최고가를 기록, 두 단지의 최고가는 2억원 가량 차이가 난다.
지난해 10월에는 래미안 블레스티지 전용 84㎡가 31억3000만원(9층)에 거래됐다. 이에 비해 디퍼아 84㎡ 입주권은 지난해 8월과 12월에 각각 30억1500만원(4층), 26억4000만원(6층, 직거래)에 거래되기도 했다.
2019년 2월 입주해 올해 입주 7년차인 래미안 블레스티지는 1957가구 규모로 디퍼아보다 단지 규모가 적다.
/이효정 기자(hyo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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