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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 횡단 도전기] <34> 파미르고원 위구르족 성지 '카슈가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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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타클라마칸 사막의 북쪽, 실크로드 '서역북로'를 달리고 있다. 타클라마칸 사막의 서쪽 끝에 있는 파미르고원으로 향하고 있다. 쿠차 외곽 한나라 '봉화대'와 '키질 석굴'을 오전에 보고, 오후에 '어커수'(중국명 악수)로 향한다.

오늘은 8월 2일이다. 7월2일 한국 동해항을 출발한 지 만 한 달이 지났다. 타클라마칸 사막은 끝도 없고 시작도 없는 것처럼 길고 지루하다. 길고 긴 사막의 모습은 수시로 바뀐다. 곳곳에 협곡도 있고, 황토색 바위산도 있고, 거친 모래사막도 있다.

타클라마칸 사막 실크로드 지도. [사진=윤영선]
타클라마칸 사막 실크로드 지도. [사진=윤영선]

중국 정부에서 천산산맥의 빙하수를 활용하여 거대한 오아시스 농업지대를 곳곳에 만들어 놔서 어떤 지역은 수십 킬로 녹색의 옥수수밭이 있다. 밭 주변에 방사림과 방풍림으로 조성한 길다란 미루나무, 백양나무 울타리가 황토색 사막과 대비되어 인상적이고 아름답다. 이번 여름 서울은 무더위가 무척 심해서 고생한다는 소식을 듣고 있는데, 사막의 낮 기온은 40도가 넘지만, 건조해서 그들에 있으면 견딜만하다.

옛날 사막을 지나던 구도승, 실크로드 상인들은 뜨거운 한낮을 피하고, 달빛, 별빛을 받으며 늦은 오후나 야간에 이곳을 통과했을 것이다. 오늘 점심은 이름도 모르는 시골 도시를 지나가다가 햄버거 가게가 있어서 햄버거와 콜라로 하였다. 타클라마칸 사막의 작은 오아시스 도시의 햄버거는 맛은 별로지만, 가게가 널찍하고 시원하고 깨끗해서 좋다.

나와 아내는 요즈음 감기에 걸려 고생하고 있다. 사막에서 계속 에어컨을 켜고 이동하고, 피로가 누적되니 심한 감기에 걸렸다. 감기약을 계속 먹고 있으나 차도가 별로 적어서 힘든 일정을 보내고 있다. 다른 사람에게 전염을 막기 위해 마스크를 쓰고 있으니 더욱 불편하다.

황량한 사막을 지나면서 보온병에 담아온 믹스커피, 녹차를 차 안에서 마시며 무료함을 달래고 있다. 서울에서 준비해 온 과자, 사탕 등 간식거리도 전부 바닥났다. 휴게실에서 수박, 멜론, 아이스크림을 자주 사 먹고 있다.

휴게소 주차장에 차를 세우면 우리 차에 부착된 여행경로 지도를 보기 위해 많은 위구르 인들이 주변에서 모여든다. 어떤 사람은 '유튜브'로 중계도 한다. 우리에게 어디 가는지 꼬치꼬치 질문을 하는 사람도 많다.

타클라마칸 사막 실크로드 지도. [사진=윤영선]
휴게소에서 자동차 여행에 관심을 보이는 위구르인들. [사진=윤영선]

위구르족 억양은 중국인에 비해 조용하다. 위구르어가 중국어에 비해 억양이 적은 것 같다. 사막의 휴게소에서 만나는 위구르족 어린이들도 대부분 휴대전화에 얼굴을 박고 게임을 하고 있다. 청소년의 휴대전화 중독은 세계 공통된 문명 현상임을 알게 된다.

사막의 휴게소에서 중국 광동성에서 출발한 가족이 자동차 여행을 하는 중이다.라고 하면서 우리 차의 지도를 보더니 찾아와서 인사를 한다. 4살짜리 아들, 부인 등 세 가족이 자동차 여행 중이라고 한다. 30대 초반의 나이인데 아마도 성공한 청년 기업인으로 생각이 든다. 광동성을 출발한 지 한 달 반이 지났다고 한다.

향후 파미르고원을 지나서 서역남로와 티베트를 거쳐 한 달 후에 광동성 집으로 돌아갈 계획이라고 한다. 우리처럼 외국으로 차를 가지고 여행하고 싶다고 말하며 부러워한다. 향후 14억 인구의 중국인들이 자동차로 세계를 여행하기 시작하면 엄청난 현상이 발생할 것이다. 우리는 광동성 중국인 가족과 휴게소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서로에게 무사 운전 격려를 하고 헤어졌다.

카슈가르에 가까이 갈수록 심해지는 공안의 검문을 무사히 마치고, '어커수(악수)'에 오후 늦게 도착했다. 감기로 인한 몸 상태가 안 좋아서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포기하고, 호텔 방에서 햇반, 김치와 깻잎 통조림, 고추장으로 아내와 둘이 저녁 식사를 하였다. 마침 서울에서 가져온 팩 소주가 남아 있어서 반주로 한 잔씩 한다. 감기로 고생하고 있지만 한국에서 가져온 소주 맛은 매우 좋다.

아내가 서울에서 장거리 여행을 대비하여 머리 염색약, 빨래용 일회용 세제 등을 준비해 왔다. 타클라마칸 사막 도시에서 저녁 식사 후 아내는 하얗게 변한 내 머리를 염색해 줬다. 밀린 빨래도 세제로 빨고, 다음날 카슈가르로 가는 여정을 준비하였다.

아내와 함께 여행하고 있으니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여행이 행복하고 편하다. 억지로 권유해서 여행에 동행한 아내에게 감사하다.

타클라마칸 사막 실크로드 지도. [사진=윤영선]
휴게소에서 만난 광동성 중국인 가족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는 윤영선 전 관세청장 일행. [사진=윤영선]

"인생(人生) 칠십(七十) 고래희(古來稀)"('인생 칠십 살기는 예부터 드물다네')를 당나라 시대 두보의 시를 기억하면서 추억의 여행을 하고 있음에 감사하다.

아내와 함께 건강하게 결혼 40주년, 내 나이 고희(古稀) 기념의 실크로드 여행을 하고 있음에 감사하다. 옛날 실크로드 상인, 구법승이 망망대해 바다와 같은 끝이 없는 사막의 바다를 낙타에 의존하여 터벅터벅 걸어가는 풍경을 상상해 본다.

우리가 묵은 어커수(악수) 호텔의 조식은 '신장 타임' 때문에 아침 8시 30분 늦게 시작한다. 호텔의 아침 뷔페 요리에 콩나물, 해산물 미역, 신선한 야채 나물이 나와서 감동적인 식사를 하였다.

오늘은 타클라마칸 사막의 '서역남로'와 '서역북로'가 만나는 위구르족 성지 '카슈가르'(중국명 카스)로 출발한다. 파미르고원의 진입로이자 실크로드의 중요한 교통의 요지이다. 오늘은 470킬로를 가야 한다. 카슈가르 도착 후 정부 기관에서 ' 카슈가르 자동차 여행 허가'를 추가로 받아야 하므로 마음이 바쁘다.

서쪽으로 갈수록 오른쪽으로 보이는 천산산맥의 높이가 낮아짐을 볼 수 있다. 초록색 초원도 조금씩 보이는 등 타클라마칸 사막의 서쪽 끝자락에 왔음을 알 수 있다. 드디어 타클라마칸 사막을 벗어나서 파미르고원 인접 도시 '카슈가르'에 도착했다. 실크로드 서역남로와 서역북로가 만나는 도시로 고대부터 교통의 요지이다.

타클라마칸 사막 실크로드 지도. [사진=윤영선]
카슈가르 인근의 천산산맥과 사막 [사진=윤영선]

카슈가르는 위구르족이 1940년대 독립을 선포하고 수도로 정했던 지역이다. 위구르족의 시위가 많았던 지역이라 외지에서 오는 자동차 여행자는 여행 허가를 당국에서 별도로 받아야 한다. 토요일 오후 카슈가르에 도착 후 여행 허가 관청을 찾아가니 담당자가 퇴근하고 없다. 내일은 일요일이라 걱정이다. 어렵게 여행 허가 담당자와 통화한 결과 일요일 오전 9시에 업무를 볼 것이라는 답변을 듣고 숙소로 들어갔다.

자동차 운전 허가를 못 받았으므로 토요일 오후 남는 시간에 카슈가르의 유명한 바자르, 향비묘, 위구르족 구도심 등을 갈 수 없다. 내일 아침 자동차 운전 허가를 받을 때까지 다른 곳은 못 가고, 호텔에서 쉬면서 대기해야 한다. 중국의 소수민족 문제가 얼마나 심각하고, 중국 여행 어렵다는 사실을 다시 체험한다.

많은 나라가 다수 종족으로 인해 내란, 독립운동, 테러를 경험하고 있다. 중국의 신장지역의 종족은 16개 종족이 있고, 카슈가르는 위구르족이 80% 넘는 위구르족의 중심지이다. 다민족, 다종교 종족은 국가에 대한 충성심이나 애국심보다 자기 종족, 출신 지역, 출신 종파에 충성하기 때문에 국가의 통합이 어려움을 실감한다.

서구의 사회학자들은 과학기술의 발달과 글로벌시대로 발전하면 민족 간 갈등이나 문제가 적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예측은 빗나가고, 교육과 소득수준이 높아질수록 세계 각국에서 민족문제, 종교 문제는 더욱 심각해짐을 알 수 있다.

우리처럼 단일민족, 단일언어를 사용하는 동질성 국가에 산다는 것은 축복임을 경험한다.

카슈가르는 당나라 시대 '안서도호부'가 있던 실크로드의 요충지이다. 이곳에서 파미르고원을 넘어서 아프가니스탄, 인도, 페르시아(이란)으로 갈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천산산맥을 넘어서 타슈켄트, 사마르칸트, 테헤란으로 갈 수 있다. 우리는 천산산맥을 넘어서 중앙아시아로 갈 계획이다.

실크로드 전성기 당나라는 변방에 근무하는 군인의 급여로 '비단, 엽전, 곡물' 등을 지급했다. 곡물은 부피 때문에 장안에서 장거리를 옮기기 힘들다. 운반에 편리한 가벼운 비단을 변방의 군인 급여로 주로 주었다고 한다. 화폐경제가 형성 안 된 변방이라 엽전은 급여로 쓸모가 적었다고 한다.

타클라마칸 사막 실크로드 지도. [사진=윤영선]
카슈가르 시내 풍경. [사진=윤영선]

당나라 군인들은 월급으로 받은 비단으로 곡물과 생필품을 구입했다. 서역은 당나라 군인의 급여 때문에 지역경제의 호황을 누렸다고 한다. 당나라 군대가 8세기 중반 안록산 난을 진압하러 장안으로 돌아간 이후 서역에 당나라 군인들이 없어지고, 군인 급여도 없어졌다. 이후 서역의 지역 경제는 쇠퇴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우리도 강원도 오지에 군부대 주둔지의 경제는 군인들의 소비에 의존하는 것과 비슷하다. 항해 기술의 발달과 편서풍을 활용한 '바닷길'을 통한 무역로가 육지의 실크로드를 대체하면서 오아시스 도시의 쇠퇴는 가속화되었다.

19세기 말 청나라 영토의 최서쪽 도시인 카슈가르에 영국과 러시아의 영사관이 생겨서 두 강대국 간의 스파이 전쟁의 도시로 변했다. 근세 외교사에서 영국과 러시아의 외교전을 'Great Game'으로 부른다.

당시 영국은 인도를 식민지로 갖고 있었다. 러시아는 '남진 정책'을 통해 태평양과 인도양으로 나가려는 욕구가 있었다. 카슈가르는 러시아의 '남진정책'과 영국의 '봉쇄정책'의 충돌 도시였다. 현재 과거 영사관은 호텔로 변경되어 유명한 관광지가 되어 있다.

1885년 영국은 우리 남해안 '거문도'를 2년 동안 무단 점령하고 해군기지를 만든 적이 있다. 러시아의 남진 정책을 막으려고 전략적 요충지인 대한해협의 '거문도'에 영국이 해군 진지를 만든 것이다.

당시 영국은 조선을 청나라 영토로 오해하고, 청나라 실권자 '리홍장'에게 '거문도' 점령계획을 알려줬다. 리홍장이 이 사실을 조선의 이조판서에 알려줘서 조선은 뒤늦게 영국의 점령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영국의 거문도 철수는 조선의 노력이 아니라, 영국과 러시아의 조약에 의해서 철수가 이루어졌다. 주변 강대국의 무력 침략을 대비하기 위해서 강력한 국력을 기르는 것은 만고의 진리이다.

오늘날 한반도를 둘러싼 4개 강대국의 외교 문제는 19세기 말 영국, 러시아의 'Great Game'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이 아닌지 생각해 본다.

타클라마칸 사막 실크로드 지도. [사진=윤영선]
윤영선 심산기념사업회 회장.

◇윤영선 심산기념사업회 회장은 서울고등학교,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위스콘신대학 석사, 가천대학교 회계세무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제23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국세청, 재무부 등에서 근무했으며 청와대 경제수석실 행정관, 기획재정부 세제실장, 제24대 관세청장,삼정kpmg 부회장, 법무법인 광장 고문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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