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미국이 천문학적인 반도체 지원금에 이어 강력한 관세정책을 앞세워 자국내 반도체 생산 능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그동안 한국과 대만에 집중됐던 메모리 반도체 제조시설도 미국 뉴욕과 아이다호에 들어설 예정이다.

6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실리콘밸리무역관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메모리 반도체 전체 수입액은 약 18억7400만 달러로 전년대비 7.3% 감소했다.
지난해 미국에 수입된 메모리 반도체의 34.6%는 대만산이었다. 한국산은 23.1%였고 일본, 말레이시아, 중국, 싱가포르, 태국 등이 뒤를 이었다.
실리콘밸리무역관 측은 "장기간의 추적 관찰이 필요하겠지만, 수입액이 감소한 데는 미국 내 반도체 제조역량 및 공급망을 강화하고 확보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는 지난 2022년 반도체 지원법(CHIPS Act)의 영향도 일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수출통제, 공급망 재편 노력 등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메모리 빅3' 기업들의 미국 제조시설 투자가 '현재진행형'인 만큼 향후 수입 물량이 줄어들 가능성도 높다.
SK하이닉스는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 라피엣에 위치한 퍼듀 리서치 파크에 첨단 고대역폭메모리(HBM) 패키징 및 연구개발(R&D) 시설을 설립하기 위해 약 38억7000만 달러(약 5조4524억원)를 투자했다.
웨스트 라피엣 시의회는 오는 5일 SK하이닉스의 HBM 패키징 및 R&D 시설 건설을 위해 약 4만8000㎡ 규모의 주거용 부지를 산업용으로 '용도 변경'하는 안건에 대한 표결을 진행할 예정이다. 퍼듀 HBM 패키징 공장의 양산 시점은 오는 2028년으로 점쳐진다.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뉴욕과 아이다호 인근에 1000억 달러(약 140조9600억원) 이상을 투자해 미국 내 첨단 메모리 반도체 생산라인을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마이크론은 뉴욕과 아이다호 공장에서 첨단 D램과 HBM을 생산할 계획이다. 또 버지니아주 매너서스 공장을 확장하는 데 21억7000만 달러를 투자해 차량용 D램 생산량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메모리 기업들은 지난 수십년간 미국을 떠나 아시아에 제조시설을 세워왔지만, 오는 2028년에는 미국산 D램과 HBM이 생산되는 셈이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와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지난해 공동으로 펴낸 보고서를 살펴보면, 국가별 반도체 제조능력 비율에서 미국의 비중은 2022년 10%지만 오는 2032년 14%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보고서는 "반도체 지원금과 미국 정부의 지원으로 미국의 반도체 제조 능력이 4%포인트 상승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미국 내 메모리 공장에서 높은 수익성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지적도 여전히 나온다.
이주완 인더스트리 애널리스트는 올초 출간한 저서 '반도체 패권전쟁'에서 "미국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더라도 반도체를 미국에서 생산하는 것은 비효율적일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높은 인건비, 인프라 비용 등이 보조금 효과를 상쇄한다는 설명이다.
지난 2016년 미국 의회 산하 초당파 연구기관이 발표한 미국 반도체 제조 관련 보고서를 살펴보면, 미국 내 반도체 제조업체는 총 18만1000명의 근로자를 직접 고용했고 이들은 미국 제조업 근로자 평균 임금의 두 배가 넘는 13만8100달러의 평균 임금을 받았다.
보고서는 "이러한 이유로 점점 더 많은 미국 기업들이 아시아를 중심으로 팹을 이전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과거 SK하이닉스가 미국에서 운영하던 유진 공장을 닫았던 이유도 생산성, 수익성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현재 투자 내용도 D램 생산시설이 아니고 패키징과 R&D"라고 말했다.
또 다른 반도체 업계 관계자도 "마이크론은 일본, 대만,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여러 국가에 제조 시설을 두고 있어 양산 품질을 한 번에 맞추지 못해 생산 단가가 올라가는 걸로 알려져 있다"며 "미국 정부의 요구로 현지에서 D램을 생산하겠지만 수익성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낸드플래시 공장을 세웠다가, 이후 주문 물량만 생산하는 파운드리 라인으로 교체했다.
/박지은 기자(qqji051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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