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입주일이 다가온 경북 구미의 재건축 아파트에서 입주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추가분담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시공사가 아파트 열쇠를 내주지 않겠다고 공표하면서다.
앞서 조합 총회에서 추가분담금 관련 안건이 사실상 부결됐는데, 시공사는 재건축 사업 마무리를 위해 추가분담금을 내야 한다며 관련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조합원들의 입주를 제한하겠다고 나섰다.

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경북 구미시 공단동의 '구미 해모로 리버시티(공단주공4단지아파트 재건축)'는 지난달 30일부터 입주가 시작됐다. 그러나 조합원 약 320명은 가구당 평균 2차 추가분담금 4910만원을 납부해야 입주가 가능하다는 공지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재건축조합에 반대하는 조합원들의 모임인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관계자 A씨는 "자금이 있는 조합원들은 4910만원을 내고 출자금확약서 쓰고 입주해야 한다"며 "(자금이 부족하면) 과거 이주비대출을 실행했던 대구의 새마을금고에서 출자금(추가분담금) 2310만원과 출자금확약서를 쓰고 나머지 금액에 대해서 제3자가 강제로 근저당설정을 할 수 있는 서류를 제출 후 입주해야 한다"고 말했다.
A씨는 "잔금만 준비하려고 생각하고 있다가 갑자기 두 달 정도 만에 추가분담금을 2300만~4900만원 입금하라는 말을 들으니 (여유가 없는 사람이라면) 곤란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앞서 시공사인 HJ중공업은 입주 일주일 전인 지난달 23일 재건축조합에 공문을 보내 "HJ중공업이 요청한 관리처분계획 변경안의 총회 의결과 구미시청의 승인 때까지 조합원들의 입주가 제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합원의 피해를 방지하고자 추가분담금을 납부하고 관련 서류인 출자금납부확인서, 근저당설정 동의서 등 당사(HJ중공업)가 요청하는 서류를 모두 제출한 조합원에 한해 입주를 허용할 예정"이라고 했다.
입주까지 약 2개월을 앞둔 지난 3월 초 재건축조합은 시공사와 협상 끝에 조합원들에게 추가분담금 총 148억원이 발생, 가구당 평균 4910만원을 부담해야 한다고 공지했다. 148억원은 원자재비와 인건비 상승 등으로 인한 공사비가 증가에 따른 72억원, 단지의 미분양 물량을 판매하기 위해 투입되는 76억원을 합친 금액이다.
이를 두고 일부 조합원들은 지난 2023년 추가분담금으로 가구당 평균 약 5000만원을 납부한 바 있다며 두 번째 추가분담금 발생으로 인한 부담이 크다고 호소했다.<관련 기사 4월 9일자 "갑자기 5천만원 어디서 구해요"…추가분담금 폭탄 "왜">
2차 추가분담금 총회서 부결됐지만⋯"납부해야 입주"
문제는 이번 2차 추가분담금 관련 안건들은 조합원들의 총의를 모으는 조합원 총회에서 의결을 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비대위에서 주장한 공사비 검증 추진마저 가시화하지 못했다는 전언이다.
비대위 관계자 A씨는 "지난달 총회 때 공사비를 검증한다고 했기 때문에 구미시청과 조합에 문의를 했는데, 지금 현재는 한국부동산원 등에 접수조차 안 된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청과 조합에 관련 정보 공개를 신청한 상태"라며 "이번 2차 추가분담금과 관련해 변호사 선임을 완료한 후 소송 여부 등도 살펴보고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지난달 19일 조합이 개최한 관리처분계획 변경을 위한 조합원 정기 총회에서 5개 안건이 표결에 부쳐져 4건이 부결됐다. 5개 안건은 △결산서 보고 및 승인의 건 △설계변경 및 물가상승 등에 따른 공사비 변경(72억원) △정비사업비 예산안 수렴(76억원) △관리처분계획 변경 △협력업체 선정 및 계약 인준 건이다.
통과된 1건은 공사비 변경 안건으로 참석한 조합원 278명 중 151명이 찬성해 총회를 통과했지만 나머지 안건들이 의결정족수 기준을 넘지 못했다. 특히 공사비 변경 안건은 총회를 통과했어도, 이를 포함한 관리처분계획 변경안이 함께 통과해야 공사비 증액이 확정되기 때문에 사실상 의결됐다고 보기 힘들다.
이에 재건축조합은 오는 14일 부결된 4건을 다시 표결에 부치는 총회를 개최한다. 이번 총회는 HJ중공업이 지난달 23일 공문에서 "입주지정기간 개시인 4월 30일 전까지 구체적인 차기 총회 일정을 회신해주기 바란다"고 요청한 사항이기도 하다.
조합은 지난달 30일 총회 공고문을 통해 "지난달 19일 개최한 총회의 부결로 인해 사업 추진에 막대한 피해가 발생되고 추가적인 사업비의 증액이 불가피해 조속한 시일 내에 총회의 의결이 필요해 (총회를 통과한) '설계 변경 및 물가 상승 등에 따른 공사비 변경의 건'을 제외한 1~5호 안건(4건)을 동일한 내용으로 재총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HJ중공업 관계자는 "공사비 증가분에 대해선 총회에서 통과가 됐지만 조합 사업 관련된 증액분이 부결돼 조합원들의 전체 지분(추가분담금)이 확정되지 않음에 따라 입주를 못 하는 상황"이라며 "유치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조합의 안건에) 찬성하거나 입주를 원하는 사람들은 추가분담금 5000만원을 납부하면 유치권을 풀어주고 입주를 허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달 30일 입주가 시작된 구미 해모로 리버시티는 입주개시일까지 구미시로부터 준공승인 인가를 받지 못하다 당일 오후 4시 무렵에서야 가까스로 인가를 받았으나, 추가 분담금 문제가 해소되지 않아 입주가 제한되고 있다.
/이효정 기자(hyo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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