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한얼 기자] 국내 상장사의 사외이사들이 교수나 전직 관료 등 특정 직군에 집중돼 있어 경영 및 산업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한 것으로 지적됐다.
대한상공회의소가 7일 발표한 '사외이사 활동 현황 및 제도 개선과제'에 따르면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 경영인 출신의 비율이 높아 전략적 의사결정에 더 큰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국내와 차이를 보였다.
2024년 현재, 국내 상장기업 사외이사의 36%가 학계 출신, 14%가 공공부문 출신으로 교수 및 전직 관료가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반면, 경영인 출신은 15%에 불과했다.

이에 비해 미국 S&P 500 기업과 일본 니케이 225 기업의 경우, 경영인 출신의 비율이 각각 72%와 52%로 절반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학계 출신은 각각 8%와 12%에 불과했다.
상의는 한국의 공정거래법상의 계열편입 규제가 이같은 차이를 낳았다고 분석했다.
![대한상공회의소 전경. [사진=최란 기자]](https://image.inews24.com/v1/e1cc10f45d23f6.jpg)
공정거래법상의 계열편입 규제는 사외이사의 개인회사가 대기업집단의 계열사로 자동 편입되도록 규정돼 있다. 예외적으로 독립경영을 신청하고 승인받은 경우에만 제외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2년 말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일부 규제를 완화했지만, 여전히 '선임 후 계열편입' 규제가 존재해 사외이사 선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상의가 사외이사 16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33.1%는 재직 기간에 개인회사 창업 계획이 있다고 답했고, 이 중 37.7%는 계열 편입 규제를 고려해 사외이사직을 사임할 계획이라고 했다.
상의는 "외국에는 공정거래법상 계열 편입 규제가 없어 다른 기업을 운영하거나 별도 창업 계획이 있는 경영인 출신의 비중이 높은 편"이라며 "경영·산업에 대한 전문성 부족은 사외이사의 독립성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상의는 사외이사가 거수기 역할에 머무르고 있다는 비판과 관련해 실제 운영 현황을 확인하기 위해 설문을 진행했다.
사외이사 84.4%는 이사회 안건에 대해 의견 수렴, 토론 등 사전 의견 반영 과정을 거친다고 답했고, 55.6%는 안건에 찬성한 경우에도 안건에 대한 우려 등을 고려해 조건부 의견을 개진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경제개혁연구소에 따르면 전체 대기업집단 소속 사외이사의 독립성 지표인 해당 회사·계열사 재직 경력, 거래처, 학연 등 '이해관계 유무'는 2006년 37.5%에서 2024년 16.4%로 감소해 독립성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외이사 제도·운영 관련 필요한 정책 과제로는 사외이사 역량 강화를 위한 정부 차원의 가이드라인 마련(45.0%), 이사의 책임 강화 논의에 대한 신중한 접근(28.8%), 공정거래법상 계열 편입 규제 및 상법상 재직 기간 규제 완화(26.2%) 순으로 나타났다.
이사의 충실 의무를 주주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 추진에 대해서는 상법 개정 대신 연성 규범·자율 규범으로 규율하거나 자본시장법 개정 등 핀셋 접근법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61.9%였다. 이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은 21.9%, 추진을 유보해야 한다는 의견은 14.4%였다.
강석구 상의 조사본부장은 "미국·일본 등 주요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사외이사의 전문성보다 독립성만 지나치게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최근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미래산업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인 만큼 사외이사의 역할을 단순한 감시자를 넘어 전략적 의사결정 파트너 측면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한얼 기자(eo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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