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수현 기자] 건설경기 침체에 노후 단지가 많은 서울 노원구 재건축 추진 속도가 제대로 나지 않은 채 갈짓자 걸음을 하고 있다. 첫 주자로 나선 상계주공5단지의 시공사 찾기부터 난항에 빠지면서다.
강남구 압구정동 등지에서 추진속도가 빨라지면 100억원 대 실거래가가 등장하는 등 가격 급등세를 보이는 것과 달리, 노원구 재건축 추진 단지에서는 오히려 1년 전보다 수천만원까지 가격이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상계주공 아파트 전경 2025.03.06 [사진=이효정 기자 ]](https://image.inews24.com/v1/719407646f7dfa.jpg)
9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2단지 전용 60㎡와 68㎡는 지난달 각각 5억5500만원과 6억85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동월 5억6000만원, 6억90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1년 만에 가격이 하락했다.
중계동 중계그린은 지난달 30일 전용 59㎡가 5억9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5월 같은 동이 6억2800만원에 거래된 후 가격이 약세를 보이고 있다. 상계동 보람아파트 또한 전용 44㎡가 지난달 3억7400만원에 거래돼 지난해 2월 거래된 같은 동 3억8700만원 대비 가격이 하락했다.
노원구에는 노후 아파트 단지가 몰려 있어 정비사업에 따른 가치 상승이 기대되는 지역으로 꼽혀왔다. 통계청 주택총조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노원구 내 준공 후 30년이 지난 아파트는 총 9만559가구에 달한다. 서울 자치구 중 가장 많은 수치다. 두 번째로 노후 아파트가 많은 강남구(5만105가구)와 비교해도 4만 가구 이상 많다.
이렇다보니 2021년 정비사업 규제 완화를 주장한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한 이후 사업이 지연돼온 노원구 단지에서도 차례로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되기도 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21년 노원구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1년 만에 10.46% 상승하며 같은 기간 서울 평균 상승률 (6.46%)를 넘어서 수요자들이 몰리는 지역으로 꼽힌 바 있다.
하지만 2021년 이후 여러 재건축 추진 단지에서는 가격이 탄력을 받지 못한 채 오히려 뒷걸음질 치고 있다. 일반적으로 재건축 단지는 사업이 끝난 후 가치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돼 투자 수요가 몰리면서 주택 가격이 상승하지만 공사비 상승 여파에 분담금 우려가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노원구에서 가장 빠르게 사업을 추진하는 단지 중 한 곳인 상계주공5단지의 경우 시공사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GS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한 후 분담금 갈등 속 계약을 해지했던 단지는 지난달 28일 시공사 입찰 마감 결과 응찰한 건설사가 없어 유찰됐다.
이 단지 인근에서 부동산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A씨는 "인근에서 최근 재건축을 마무리한 단지가 2020년 준공한 포레나 노원뿐이라 사업성 등을 비교할 만한 단지가 없다"면서 "그나마 속도가 빨랐던 상계주공5단지 재건축사업도 지체되면서 다른 단지에서도 재건축에 회의적인 반응이 많다"고 설명했다.
![상계주공 아파트 전경 2025.03.06 [사진=이효정 기자 ]](https://image.inews24.com/v1/a01739c85c7abf.jpg)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대지지분이 커 사업성이 좋은 목동과 달리 노원구는 상계주공5단지뿐 아니라 대부분 단지 사업성이 없어 지원을 해줘야만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지역"이라며 "다음 정권이 어떤 정책을 펼치느냐가 중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재건축이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노원구 전체 집값도 약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4월 4주(4월 28일 기준) 기준 노원구 아파트 가격은 연초 대비 0.22% 하락하며 서울에서 가장 낙폭이 컸다.
/이수현 기자(jwdo9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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