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설래온 기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 할머니가 별세했다. 향년 97세.
![지난 2023년 8월 12일 경기도 광주 나눔의집에서 열린 2023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날 기념식에서 이옥선 할머니(부산 출생)가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d82ae11ea72c9f.jpg)
지난 11일 여성가족부와 경기 나눔의집은 "이 할머니가 이날 오후 8시 5분께 성남의 한 요양병원에서 눈을 감으셨다"고 밝혔다. 이 할머니의 별세로 여가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 240명 중 생존자는 6명만 남게 됐다. 이들의 평균 연령은 95.6세로, 96세 이상이 4명, 90~95세가 2명이다.
그는 1928년 부산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냈다. 14세가 되던 1942년, 일본군으로 추정되는 남성들에게 납치돼 중국의 위안소로 끌려가 3년간 참혹한 고통을 겪었다. 당시 일본군의 도검에 찔린 상처는 손과 발에 고스란히 남았고, 구타 후유증으로 치아가 빠지거나 청력이 약해졌다.
해방 이후에도 중국에서 생활하던 이 할머니는 58년 만인 2000년 6월 귀국했다. 한국에 돌아와 형제자매를 찾아봤지만 모두 세상을 떠난 뒤였다. 귀국 당시 가족에 의해 사망신고가 돼 있는 상태라, 지난 2001년 12월에서야 국적을 회복했다. 이후 정부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로 등록했다.
고령과 지병에도 국내외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 참상을 알리는 데 앞장선 그는 지난 2002년 미국 브라운대 증언집회를 시작으로 일본, 호주 등지를 거의 매년 방문해 위안부 피해 사실을 알렸다. 2013년에는 미국, 독일, 일본 3개국 12개 도시를 오가는 강행군 일정을 소화했다. 아흔살 때는 고초를 겪었던 중국에서 피해를 증언하기도 했다.
![지난 2023년 8월 12일 경기도 광주 나눔의집에서 열린 2023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날 기념식에서 이옥선 할머니(부산 출생)가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63a740a9f49ebd.jpg)
이 할머니는 2021년 일본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소송 승소판결의 당사자기도 하다. 그를 포함한 위안부 피해자 12명은 2013년 일본 정부에 조정 신청을 낸 것을 시작으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해 8년 만에 승소했다. 이때 이 할머니는 "일본에다 소송하는 것은 사죄를 제대로 하라는 것"이라며 "돈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신영숙 여성가족부 차관은 "또 한 분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떠나보내게 돼 매우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며 "여가부는 피해자들께서 편안한 여생을 보내실 수 있도록 면밀히 살펴 지원하면서도 피해자분들의 명예와 존엄 회복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할머니의 빈소는 용인 쉴락원 10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오는 14일 오전이며, 고인의 뜻에 따라 유해는 인천 바다에 뿌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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