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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 횡단 도전기] <37>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과 우즈베키스탄 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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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산산맥 3500미터 천산고원의 중간에 키르기스족이 사는 조그마한 마을이 있다. 간단한 음료수를 구하기 위해 잠시 마을에 멈췄다. 키르기스스탄의 천산고원 진입 후 처음 만나는 마을이다.

동네를 지나가는 초등학생은 높은 지대의 강풍과 변덕스러운 날씨 때문에 두꺼운 겨울옷을 입고 있다. 사진을 찍자고 다가가니 수줍어서 멀리 도망간다. 동네 화장실은 문짝이 고장나고, 지저분하기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아내는 화장실을 갈 때마다 울상이다.

중앙아시아 실크로드 여행경로. [사진=윤영선]
중앙아시아 실크로드 여행경로. [사진=윤영선]

우리는 천산고원의 국도에서 가끔 자전거를 타고 중국 쪽으로 달려가는 유럽의 청년들을 만난다. 힘내라고 자동차 크랙션을 눌러주고, 창문을 열고 손을 흔들어 주곤 했다. 대개 20대, 30대 남녀 친구, 남성 2인이 자전거 여행을 하고 있다.

고원마을에서 쉬는 동안 독일에서 왔다는 남, 여 청년 자전거 여행자를 만났다. 중국 북경까지 자전거로 갈 계획이라고 한다. 잠은 천막이나 유스호스텔 등 값싼 숙소에서 잔다고 한다. 정말 모험심이 많은 청년들이 부럽다.

동년배 한국 청년들은 취업 준비, 학원 수강 등에 바빠서 엄두도 못 내는 유라시아 대륙을 자전거로 달리고 있다. 맹자가 2400년 전 말한 '호연지기(浩然之氣)'를 키우는 것이 이것이다.

나도 호연지기(浩然之氣)를 위해 일정에 여유가 있다면 유목민 천막을 빌려서 며칠을 쉬고 싶다. 고원지대에서 낮에는 초원에서 말을 타고, 밤에는 천산 고원의 영롱한 별을 보고, 말젖으로 만든 쿠미스 술을 마시고 싶다. 심심하면 책을 베고 낮잠을 자고, 가끔은 금방 짜낸 신선한 생우유를 마시고 싶다.

석양이 가까워지는 오후 늦게 천산 고원에서 급경사 내리막길을 통과하여 키르기스스탄 페르가나 촌락으로 내려왔다. 페르가나 계곡 작은마을의 시골길에 당나귀가 매우 많다.

짐수레를 나르는 당나귀는 오래전에 자동차 등으로 대체되어 우리는 보기 어려운 동물이다. 할아버지와 손자가 당나귀 한 마리에 함께 타고 가는 모습은 동화 속 풍경이다. 초등학생 형제 두 명이 당나귀 한 마리에 함께 타고 도로 옆으로 유유히 지나가는 풍경은 갑자기 백여 년 전으로 돌아온 느낌이다.

중앙아시아 실크로드 여행경로. [사진=윤영선]
해발 3천미터 고원의 키르기스탄 시골 마을. [사진=윤영선]

오후 늦게 천산산맥을 넘어 계곡 하류에 도착하니 천산산맥의 눈 녹은 물에서 발원되는 '시르다리야강'이 흐른다. 우리는 강변에 잠시 쉬면서 휴식을 취한다.

밤 9시가 넘어서 '오쉬'의 숙소에 도착했다. 오쉬는 인구 33만 명, 키르기스스탄 두 번째 큰도시이다. 8월 초순 좋은 날씨 덕분에 15시간 장시간 운전하여 천산산맥과 천산고원의 험한 길을 멋지게 통과했다.

키르기스스탄 오쉬에 있는 한국식당 '대장금'에서 밤 10시 저녁 식사를 했다. 오쉬는 중국보다 시차가 3시간 늦어서 그나마 여유가 생긴 것이다. 대장금 식당 주인은 고려인 후손이다. 키르기스스탄에도 1937년 스탈린이 연해주에서 강제 이주한 고려인 후손이 1만 5천명이 산다. 메뉴는 천산 고원에서 방목한 소고기 중에서 가장 좋은 부위를 주문했다. 인원수대로 소고기를 시켰는데 한국보다 1인분 고기양이 너무 많아서 조금 먹고 대부분 남겼다.

오랜만에 된장찌개와 쌀밥을 먹으니 기력이 회복되는 것 같다. 키르기스스탄 현지인 가이드 '자미르'씨(38세)를 식당에서 만났다. 우리는 방문하는 국가마다 한국어를 아는 현지인을 가이드로 채용해서 도움을 받고 있다. 오쉬의 대학에서 한국어과를 졸업했다고 한다. 한국에 한 번도 가본 적 없다는데 한국어를 잘한다. 직업이 공무원인데 오늘 밤과 내일까지 우리를 통역해 줄 현지인 가이드이다.

식사하면서 자미르 씨에게 오쉬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서 어디로 가는지 물었더니 주로 러시아로 간다고 한다. 중국은 어떠냐고 물으니 중국은 일을 너무 심하게 시켜서 적응이 어렵다고 한다. 키르기스스탄은 1인당 GDP가 1200달러의 가난한 나라이다.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아서 인접 나라로 이동한다.

저녁 식사하면서 '자미르'에게 천산고원 천막에서 한 달 사는 데 돈이 얼마나 들지 질문했다. 500달러만 있으면 멋진 유르트에서 한 달을 풍족하게 살 수 있다고 한다. 언젠가 여름철 좋은 계절에 천산고원에서 '한 달 살기'를 해보고 싶다.

중앙아시아 실크로드 여행경로. [사진=윤영선]
페르가나 계곡 마을의 당나귀. [사진=윤영선]

작지만 깨끗한 오쉬의 호텔에서 15시간 장시간 자동차 여행의 피로를 풀고 깊은 잠에 빠진다. 실크로드를 여행하면서 좋은 점은 어떤 여관이든지 피곤함 때문에 깊은 숙면을 잔다는 점이다. 이제부터 키르기스스탄은 중국에서 힘들게 했던 공안의 검문이 없다. 중국처럼 CCTV 촬영도 없다. 중국의 공안 검문, 시도 때도 없는 여권검사, 간첩죄 불안 등에서 해방감을 느낀다.

도로 상태도 빈약하고 중국보다 훨씬 못사는 국가이지만 아내는 자유가 있어서 좋다고 말한다. 중국에서 느꼈던 무거운 심리적 압박감과 스트레스가 없다.

'오쉬' 시내는 한국에서 오래전 단종된 티코, 라마스 등 대우자동차 소형차들이 많다. 시내에 신호등도 대부분 없고, 도로에 차선 도색도 거의 안 되어 있다. 차량은 빠르게 증가하고, 도로는 돈이 없어서 못 늘리니 시내에 교통체증이 심하다. 신호등이 없어서 운전을 조심해야 한다.

오쉬는 유럽에 가깝기 때문에 호텔의 아침 식사는 서구식 스타일이다. 중국은 차(茶) 문화권이다. 아침 식사에 커피가 없어서 심심했는데, 오랜만에 커피향 그윽한 모닝커피를 즐긴다. 호텔의 야외 테라스에서 아내, K 교수와 함께 모닝커피를 마시며 모처럼 여유로움을 즐긴다. 중앙아시아의 싱싱한 수박, 멜론, 복숭아, 살구 등 여름 과일을 맘껏 먹는다.

중앙아시아 실크로드 여행경로. [사진=윤영선]
페리가나 계곡의 시르다리아강 상류. [사진=윤영선]

키르기스족은 840년 위구르 왕국을 멸망시킨 이후 산악지대 무명 종족으로 오랫동안 남아 있었다. 키르기스스탄은 1924년 소련연방의 일원으로 되었다. 키르기스족이 1991년 소련연방 해체시 역사상 처음으로 신생 독립 국가 '키르기스스탄'으로 출범한 운 좋은 종족이다.

세계 역사를 바꾼 '탈라스전투'가 일어난 탈라스강이 '오쉬'에서 멀지 아니한 곳에 있다. 당나라 쿠차의 안서절도사로 있던 고선지장군이 750년 석(石)국(현재 타슈켄트)을 정복, 왕을 생포하여 장안으로 보냈다. 당나라에 조공을 바치지 아니한다는 것이 죄목이다.

당나라는 포로로 잡혀 온 석국 왕을 처형했다. 당나라의 횡포와 민심 이반이 생긴 이 지역의 왕들이 아랍의 이슬람 세력에 지원을 요청했다. 이런 사유로 서기 751년 아랍 군대와 당나라 군대가 탈라스강 근처에서 전투를 벌였다.

당나라 장군은 고구려 후손인 고선지 장군이다. 당나라 군대는 유목민 '쿠룰룩족'과 연합군인데, 후방에 있던 쿠룰룩족의 배반으로 당나라는 대패하게 된다. 포로로 잡혀서 아랍지역으로 끌려간 당나라군인 중에 나침반, 종지, 화약, 비단 기술자가 있었다. 중국의 선진 기술이 아랍을 거쳐서 유럽으로 이전되어 근대 서양의 과학기술 발전의 원동력이 되었다. 아무리 훌륭한 과학기술도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중앙아시아 실크로드 여행경로. [사진=윤영선]
오쉬 시가지의 티코 택시. [사진=윤영선]

중국은 '나침판'을 묘자리 잡는 풍수지리 또는 어린이 장난감으로 사용할 때 유럽은 나침반을 항해술에 이용하여 근세 대항해 시대를 개척하였다. 유럽은 파피루스 대신 '종이'를 인쇄에 사용하고, 인쇄기, 잉크 등을 발명하여 책자를 대량 공급함에 대중에게 지식의 폭발적 증가를 가져왔다. 책은 수도원이나 대학에서 소장하는 고급 사치재에서 일반인들이 쉽게 접하는 교양 도서로 변경되어 지식혁명의 수단이 된다.

중국이 '화약'을 명절날 불꽃놀이에 사용할 때 유럽은 '총기류' 발전에 사용하게 되었다. 중국의 원천기술을 개량한 유럽 국가는 새로운 강대국으로 탄생하여 동양을 정복했다. 종이 제지술을 발전시킨 '사마르칸트'의 종이는 지금도 세계적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만일 당나라가 조공을 안 바친 석국 왕을 처형하지 아니했으면 탈라스전투가 없었을 것이고, 서양의 과학혁명이 바뀌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해본다. 아침 9시 키르기스스탄 '오쉬'에서 우즈베키스탄 국경으로 향한다. 키르기스스탄과 우즈베키스탄 국경은 '오쉬' 외곽지역에 있다. 키르기스스탄 국경에 도착하니 환전상들이 매우 많다.

어떤 키르기스인이 우리에 찾아와서 40달러를 주면 빠르게 키르기스 세관을 통과하게 해주겠다고 제안한다. 그동안 국경에서 너무 고생했기 때문에 속는 셈 치고 40달러에 거래를 하기로 했다. 우선 선금 20달러를 주고, 통과 후 나머지 20달러를 주기로 했다.

중앙아시아 실크로드 여행경로. [사진=윤영선]
키르기스탄 국경 마을의 환전상 거리. [사진=윤영선]

어쨌든 키르기스스탄 출국은 쉽게 끝났다. 다음은 짐을 끌로 100미터 걸어가서 우즈베키스탄 입국이다. 자동차와 운전사를 제외한 우리는 가방을 들고 국경을 통과한다. 내 부부와 K 목사 등은 먼저 우즈베키스탄으로 넘어와서 자동차가 나오길 기다리고 있다. 자동차가 우즈베키스탄 세관을 통관하는데 무려 3시간 이상 걸렸다.

이유인즉 황당하다. 일행 중 O 사장이 사진 찍는 '드론' 카메라를 한국에서 가져왔다. 중국 영내에서는 간첩죄 때문에 사용하지 아니하고 가방에 보관만 했는데, 우즈베키스탄 세관에서 드론 카메라가 엑스레이 투시기에 적발된 것이다. 그동안 러시아, 몽골, 중국, 키르기스스탄 국경 통과는 무탈했는데 우즈베크 세관의 엑스레이 투시기에 적발되었다.

우즈베키스탄 법은 총기류, 드론, 아편은 반입금지 품목이다. 세관에 사전 신고 없이 불법 반입이 적발되면 관세법상 밀수죄와 같은 형사 범죄이다. 우즈베크 세관 직원은 밀반입 행위에 대해 "자동차 입국이 아니 된다. 키르기스스탄으로 다시 돌아가라고 퇴거 명령이다"

우리는 "드론을 우즈베키스탄 세관에서 압류해서 처분해도 좋으니 우즈베크 입국을 허용해달라고 사정하였다" "세관 직원은 법대로 하면 형사 처벌 대상인데 그나마 봐줘서 국외 추방이라고 강경하게 주장한다"

통역관 윤 군이 "드론 밀반입은 법을 몰라 실수한 것이다. 정말 우리가 잘못했다. 드론을 가져오게 된 동기는 O사장 아들이 아버지가 외국 여행 간다고 특별히 사준 것이다. 아들의 효성을 봐서 한 번만 봐달라" 거짓말까지 하며 통사정하였다. (O 사장은 아들이 없다) 윤군은 임기응변으로 우즈베크 세관원의 동정심에 호소했다.

한국에 우호적인 우즈베키스탄 세관 직원이 우리를 봐주기 위해 드론을 가지고 다시 키르기스스탄으로 돌아가서 오쉬에 버리고 오라고 한다. 윤군은 150만원짜리 한 번도 안 쓴 새 드론 카메라를 들고 키르기스스탄 오쉬로 돌아가서 근처 뒷골목에 슬그머니 놔두고 우즈베키스탄으로 다시 돌아왔다.

중앙아시아 실크로드 여행경로. [사진=윤영선]
우즈베키스탄 국경 노점시장. [사진=윤영선]

드론 밀반입 사건으로 세 시간 동안 윤 군은 오전에 키르기스스탄 두 번 출국, 우즈베키스탄 두 번 입국의 대소동을 경험했다. 자동차 여행의 경험이 적다 보니 국경의 출국과 입국에 예상하지 못하는 많은 일들을 경험하게 된다. 반입금지 품목의 불법 반입은 밀수로 봐서 많은 나라가 엄하게 처벌하는데 우즈베크 세관 직원의 관용에 감사드린다. 대소동을 겪은 자동차가 무사히 우즈베키스탄에 입국하여 3시간 후에 먼저 걸어온 우리와 다시 만났다.

"키르기스스탄 골목에서 드론 카메라를 주운 사람은 횡재한 것이다. 드론에서 값비싼 카메라만 분리해서 가져왔으면 좋았을 텐데" 우리끼리 웃으며 말한다.

우즈베크 국경 세관은 '마약 검사'가 엄격하다. '마약견'이 짐과 자동차를 꼼꼼히 검사한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재배되는 아편의 밀반입을 차단하려는 의도이다. 아프가니스탄 마약은 천산산맥과 파미르고원의 산길을 통해 유럽과 러시아로 운송되는데 실업자가 많은 이 지역 사람들은 많은 위험을 무릅쓰고 마약 운반책이 된다고 한다.

아프가니스탄의 마약 밀반입 적발을 위해 서구에서 성능 좋은 엑스레이 투시기를 우즈베크 정부에 사준 것이 아닌지 생각해 봤다. O 사장의 드론 카메라가 발각되어 일행 모두가 큰 고생을 했다. 어떤 일행은 우즈베크 입국의 '블랙리스트'에 기록되어 향후 우즈베크 입국이 거절될지도 모른다고 불안해하기도 했다.

중앙아시아 실크로드 여행경로. [사진=윤영선]
윤영선 심산기념사업회 회장.

◇윤영선 심산기념사업회 회장은 서울고등학교,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위스콘신대학 석사, 가천대학교 회계세무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제23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국세청, 재무부 등에서 근무했으며 청와대 경제수석실 행정관, 기획재정부 세제실장, 제24대 관세청장,삼정kpmg 부회장, 법무법인 광장 고문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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