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병수 기자] 조금씩 차이는 있다. 공통점은 조직을 위해 선택했다는 것이다. KB 김정태 행장은 통합을 위해 외부인을 대거 영입했다. 인사와 관련해선 사실상 절대 권한을 행사하면서 나눠 먹기식 인사 폐해를 차단했다. 그렇게 국책은행 성향의 두 은행을 완전히 바꿔놨다.
라응찬 행장은 일본의 메가뱅크 전략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긴 시간과의 싸움이라는 것도 충분히 고려했다. 그렇게 뚜벅뚜벅 치밀하게 문화 통합을 이뤄냈다.
그러면서도 인사 시스템은 빠르게 개편했다. 조흥은행 출신들의 고등학교 현황을 모두 없애 버렸다. 후발 은행으로 여러 은행에서 모인 점을 고려해 창립 때부터 그렇게 했다. 암암리에 인맥 지도를 만들어가는 폐해를 선제적으로 차단했다.
김승유 행장은 본가(本家)를 버리고 하나은행의 정신만 남겼다. 5개 은행을 무리 없이 통합할 수 있었던 이유다.
우리나라 은행에는 모두 오너가 없다. 그래도 오너십은 작동한다. 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이 그렇다. 오너십은 일의 구분을 떠나 '이 일이 조직에 필요한 일인가'를 고민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필요한 상황에서 주도적으로 행동하는 것이라고도 한다. 성공한 합병 은행의 리더들에게서 보이는 모습이다.
우리은행은 합병 후 7년간 외부인(이덕훈·황영기·박해춘)이 행장을 맡았다. 부실 은행끼리의 합병이란 부담에 숨죽여 지내던 두 은행의 잠룡들이 내상을 치유할 시간만 벌어준다고 수군대는 소리가 커졌다. 무엇보다 2015년 매각이 무산된 후엔 자력갱생이라는 명분으로 끼리끼리 모이는 빌미를 줬다.
2007년의 글로벌 금융위기가 끝나가면서 글로벌 양적완화 시대로 접어들었다. 파는 것보단 살려보자는 정책 판단이 있었을 수는 있다.
그러나 팔겠다고 나섰다가 애매하게 턴하면서 모든 게 꼬였다. 방향을 전환한 박상용 공적자금관리위원회장은 이후 우리은행과 우리금융의 사외이사직을 7년간 맡았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때 공직에서 물러난 임종룡은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을 맡아 패키지 딜의 마지막 과실인 대형 증권사를 챙겼다.
![[우리금융그룹 TV CF 유튜브 캡처]](https://image.inews24.com/v1/14be2f7d3acfaa.jpg)
이후 금융위원장으로 복귀해 우리금융의 주인 찾기는 사실상 중단됐다. 그리고 우리금융그룹 회장을 맡아선 팔아치웠던 증권사와 보험사들을 다시 사들이는 일을 하고 있다. 그렇게 10년에서 15년 사이 꼬일대로 꼬인 우리은행은 임 회장에게 보복이라도 하듯 온갖 금융사고로 치욕을 안기고 있다.
임종룡 회장은 합리적이라는 평이 많다. 전략이나 추진력은 조금 박한 편이다. 아마도 박근혜 정부 때 터진 옛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 과정에서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이 뇌리에 남아있다는 얘기가 많다.
당시 임 위원장은 대우조선해양의 매각을 추진하면서도 현실적으론 쉽지 않은 점을 고려해 삼성중공업이 맡아주길 요구했으나, 매듭을 짓지 못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떠안은 채 진통을 겪다가 지난 2022년 12월에서야 한화그룹이 샀다.
KB금융 10만 1450원, 신한지주 5만 6700원, 하나금융지주 6만 9500원, 우리금융 1만 8000원. 28일 오전 10시 현재 주가다. 우리금융은 이미 오래전에 티어1 금융그룹에서 이탈했다. 사실상 중국 자본의 출구(EXIT) 길을 열어 준 성격의 동양생명·ABL생명 매입으로 추격할 수 있는 격차가 아니다.
애초 학자나 관료 출신이 적당히 관리할 문제가 아니었다. 하루 앞을 내다보기 어렵고 빠르게 바뀌는 금융산업 현장엔 잘 어울리지 않는다.
우리금융의 문제는 오너십 정도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보는 사람이 적지 않다. 옛 상업-한일 출신들은 현재 많이 퇴직했다. 몇 해 전부터 우리은행 공채로 입사한 분들이 부장직에 오르고 있다. 은행의 중심에 상업·한일은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런저런 이유로 엮인 후배들이 과거의 상업·한일의 굴레를 뒤집어쓰고 있는지 모른다.
한참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결정해야 한다. 우리금융을 사려는 자가 있다면, 넘겨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산다. 곧 탄생할 새 정부에 바란다.
[썰] '우리에 갇힌 WooRi' 싣는 순서
①일본 따라 걷기 대한민국의 금융 대형화
②우리은행 민영화는 성공한 것일까?
③금융위원장 후 6년 만의 우리금융 회장, 임종룡
④KB·신한·하나와 너무나 다른 길
⑤오너십만으론 이미 글러 버린 우리은행(끝)
/김병수 기자(bskim@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