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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차손이 뭐길래"⋯20년 된 제도로 바이오텍 '길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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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많은 탓에 잇달아 관리종목⋯"법차손 기준, 현실 외면한 규제"
특례상장 제도가 R&D·임상 위축 불러…전환사채도 자본 인정 안 돼

[아이뉴스24 정승필 기자] 성장 가능성이 있는 바이오 기업의 자금조달을 지원하겠다던 특례상장 제도가 오히려 기업 성장을 가로막는 구조적 한계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거세지고 있다.

제도 도입 20년이 지난 지금도 다수의 바이오 기업이 연이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면서, 업계 전반에서는 차기 정부가 특례상장 제도를 전면 재정비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픽사베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픽사베이]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특례 제도로 상장한 바이오 기업 중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기업이 10곳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특발성 폐섬유증(IPF) 신약 임상 2상을 실패한 브릿지바이오를 비롯해 DX&VX(디엑스앤브이엑스), 셀레스트라, 애니젠, 앱클론, 에스씨엠생명과학, 이오플로우, 카이노스메드, 플라즈맵, 피씨엘 등이 이에 해당한다.

특례상장 제도는 수익성은 부족하지만, 기술력이나 성장성이 높은 기업이 증시에 상장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춰주는 제도로, 2005년부터 도입됐다.

일반적으로 상장 기업들은 일정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예를 들어 최근 사업연도 매출이 30억원에 미치지 못하거나, 4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한 경우, 3년 동안 두 차례 이상 자본의 절반을 초과하는 손실이 발생한 경우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회계 감사에서 문제가 지적될 때도 관리종목 지정 사유가 된다.

다만 특례상장 기업은 일정 기간 이 같은 기준에서 일부 면제된다. 상장 연도를 포함해 5년간 매출 요건을 적용받지 않으며, 손실 기준도 3년간 면제된다. 유예 기간 이후에도 최근 3년 매출 합계가 90억원 이상이고, 직전 연도 매출이 30억원을 넘거나 연구개발·시장평가 우수기업으로 지정되면 매출 요건 적용이 면제된다.

특례상장 제도가 도입된 지 20년이 흐른 지금에도 이들 바이오 기업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배경에는 '법인세차감전계속사업손실(법차손)'이 있다. 법차손은 기업의 수익보다 운영비용이 훨씬 많아 재무 상태가 악화된 경우를 판단하는 지표다. 최근 3년간 자본의 50%를 초과하는 손실이 두 차례 이상 발생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브릿지바이오, 디엑스앤브이엑스, 에스씨엠생명과학 등이 이를 충족하지 못했다.

문제는 이 같은 기준이 연구개발(R&D) 중심의 바이오벤처에 지나친 부담이 된다는 점이다. 업계에 따르면 신약 개발은 최소 10년 이상이 걸리고, 수백억에서 수천억 원에 이르는 장기 투자가 필요한 사업이다. 그럼에도 아직 제품 상용화 이전 단계에 있는 바이오 기업에 일반 제조업이나 서비스업과 동일한 재무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로 인해 많은 바이오 기업이 유상증자 등을 통해 자본을 보완하려 하지만, 주가 하락과 청약 미달 등으로 실질적인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계는 투자자 보호와 기업 생존 사이 균형을 맞춘 합리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근에는 브릿지바이오가 내부 인력을 10명 안팎으로 줄이며 구조조정에 나섰다. 올해 3월 사업보고서 기준 36명이었던 임직원을 절반 이상 감축하는 등 외부 자금 유치에 애쓰고 있다. 이정규 대표는 "경영권에 연연하지 않고, 다양한 형태의 투자자 유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픽사베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픽사베이]

한편, 한국바이오협회는 최근 국내 바이오 기업 136곳의 최고경영자(CEO) 및 임원을 대상으로 차기 정부에 바라는 정책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응답자의 약 74%는 현재 자금 사정이 원활하지 않다고 답했으며, 76%는 자금난으로 인해 연구개발(R&D) 일정에 차질을 겪은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차기 정부가 바이오산업을 살리기 위해 시급히 추진해야 할 과제로는 R&D 예산 확대와 바이오 지원 펀드 결성이 가장 많이 꼽혔다. 협회는 안정적인 펀드 운용을 통해 업계의 자금줄이 마르지 않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이동기 올릭스 대표는 "특례상장으로 코스닥에 진입한 바이오 기업들이 상장 유지 조건인 법차손 기준 때문에 R&D와 임상 진입에 제약을 받고 있다"며 "기업이 충분한 자금을 보유하고 있어도, R&D에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면 손실 규모가 커져 법차손 기준을 위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로 인해 바이오 기업들은 확보한 자금을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데 한계가 생긴다"며 "특히 자금조달 수단으로 활용하는 전환사채는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되지 않아, 현금이 충분하더라도 법차손 때문에 관리종목 지정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승필 기자(pilihp@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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