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진광찬 기자] 이재명 정부를 맞이한 대형마트 업계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분위기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된 만큼 소비심리가 반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업계를 둘러싼 규제가 심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다.

특히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를 담은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에 시선이 쏠린다. 이재명 대통령의 정책공약집 '공정경제' 부분이 유통업과 관련됐는데, 전반적으로 소상공인 보호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분석이다.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보호하자는 취지의 규제를 강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소상공인 보호' 외친 이재명⋯대형마트 더욱 옥죄나
6일 업계에 따르면 대형마트는 의무휴업 규제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를 일관되게 내고 있다. 온라인으로 대거 옮겨간 소비 행태를 근거로 들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이 사안을 개혁 과제로 삼은 바 있지만, 정권이 중도에 바뀌면서 규제 완화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이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대형마트 등 규제에 대해서는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다만 지난 3월 민주당이 발표한 민생의제에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공휴일로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다. 법 취지에 맞춰 손님이 몰리는 공휴일로 고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와 관련한 유통법 개정안도 민주당 내에서 발의된 상황이다. 의무휴업일을 바꿀 수 있는 지자체 재량권을 막고, 공휴일 지정을 강제하는 내용이다. 대형마트가 지역 협력 계획을 이행하지 않으면 강제금을 부과하는 법안도 내놓으며 규제 강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여당이 다수당인 상황에서 당론인 규제 강화가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오프라인 상권 위축⋯통계로 확인된 현실
당초 유통법은 대형마트 영업을 일부 규제해 전통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취지에서 의무휴업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법이 시행된 지 13년 흐른 시점에서 시장 환경은 180도 바뀌었다.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을 막론하고 모두 온라인 플랫폼 급성장이라는 벽에 부딪힌 상태여서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통시장은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가 시행된 초기인 2013년 1502개에서 2023년 1393개로 109곳이 감소했다. 대형마트 3사의 점포도 2013년 대비 2023년 8곳 줄었다. 여기에 업계 2위 홈플러스는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하며 줄폐점 위기 놓였다.
이런 가운데 소비자를 포함한 이해관계자들 사이에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의무휴업 폐지를 외치는 진영에서는 실질적으로 전통시장·소상공인에게 도움이 되는가에 대한 물음표를 던진다. 지난 3월 전통시장 매출 경기실사지수(BSI)는 55.9를 기록했다. 10년 전(63.7)과 비교하면 급감했다. 같은 기간 구매고객수도 67.1에서 56.4로 뚝 떨어졌다.
반대로 최소한의 골목상권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유통 환경이 변화한 건 맞지만, 대형마트가 전통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마트 노동자들의 반발도 거세다. 이들은 의무휴업을 평일로 변경하는 움직임을 두고 건강권과 휴식권 침해라고 비판한다.
정준모 마트산업노동조합 서울본부 사무국장은 "전통시장 상인들은 대형마트가 일요일에 영업하면 상권에 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하고, 이에 대한 반대 의견서도 작성했다"며 "10년간 정착됐던 제도를 흔들거나 마트 노동자들의 삶을 다시 일요일 없는 삶으로 되돌려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전통시장과 대형마트가 시너지 내는 방안 찾아야"
만약 의무휴업이 공휴일로 제한되면 대형마트의 일부 매출 타격은 불가피하다. 현재 서울(서초구·동대문구·중구·관악구)을 포함한 대구, 충북 청주 등에서 의무휴업을 평일로 전환한 상황이다.
업계는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의 경쟁 구도가 온라인 대 오프라인으로 바뀌었다고 강조한다. 한국경제인협회 한국경제연구원이 분석한 자료를 보면 수도권 1500가구의 일평균 전통시장 식료품 구매액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기준 610만원으로 오히려 대형마트가 영업하는 일요일(630만원)보다 적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온라인몰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식료품 구매액이 평균 8770만원으로 마트가 영업을 하는 일요일보다 130만원 많았고, 슈퍼마켓은 1920만원으로 110만원 많았다. 대형마트를 이용하는 고객들이 의무 휴업일은 전통시장이 아닌 온라인에서 쇼핑한다는 셈이다.
유민희 한국경제인협회 연구위원은 “소비자들은 대형마트가 문을 닫더라도 온라인 구매를 이용하거나 다른 날에 미리 구매하는 것을 선택한다”며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은 경쟁 관계가 아닌 보완적 유통채널의 성격을 갖는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통시장과 대형마트가 시너지를 내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형마트의 주차장 등 다양한 편의시설을 함께 이용하는 식이다. 구진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대형마트가 이미 시장에서 지배적 지위를 상실해 마트를 규제하는 것만으로는 골목상권을 보호한다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워졌다"며 "유통업체를 규모별로 분리하기보다는 복합상권을 개발하는 게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이은희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이 오프라인으로 나오게 해서 유동인구를 늘려야 자영업자도 도움이 된다고 보는데, 대형마트가 전통시장과 경쟁 구도라는 것은 좁은 시각이라고 볼 수 있다"며 "대형마트와 주변 상권이 함께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진광찬 기자(chan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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