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소진 기자]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한 최대 2조 5000억 원 규모의 국가 AI 컴퓨팅센터 사업이 1차 유찰 이후 재입찰 절차에 들어갔으나 기업들의 참여 여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높은 초기 투자 부담과 수익성 불확실, 공공 주도의 운영 구조 등 복합적인 리스크가 배경으로 지목된다.
![국가 AI컴퓨팅센터 구축 사업 개요. [사진=과기정통부]](https://image.inews24.com/v1/8ece17e0601144.jpg)
조건은 까다롭고 수익은 불투명
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국가AI컴퓨팅센터 사업 재입찰을 공모 요건의 변경 없이 곧바로 개시한다고 밝혔다. 재입찰은 이날부터 13일까지다.
민간 기업이 부담을 느끼는 가장 큰 요소는 민관합동 특수목적법인(SPC)의 공공지분 51% 구조다. 49% 지분을 갖는 민간 사업자는 2030년까지 약 2000억원을 출자해야 한다.
공공 측이 과반의 의결권을 보유하기 때문에 민간의 사업 주도권이 약화되고 수익 배분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수익 발생 모델이 명확히 제시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공 요금 수준으로 서비스가 운영될 경우 중장기적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1엑사플롭스(EF)급의 대규모 컴퓨팅 인프라에 대한 실수요가 충분히 존재하는지에 대한 의문도 지속된다. 대형 수요처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활용률이 낮을 경우 과잉 투자로 인한 고정비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무엇보다도 차기 정부가 들어서면서 이 사업의 연속성이 유지될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정권이 바뀐 뒤 대형 공공사업의 추진 방향이 변경되거나 중단된 사례가 있었던 만큼 장기 투자가 요구되는 이번 사업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재유찰 시 '플랜B' 나올까
당초 삼성SDS와 네이버 등이 컨소시엄을 꾸려 이번 공모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응찰한 사업자는 없었다. 재입찰에 SK텔레콤, KT 등 통신사들이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재입찰에 단일 사업자가 응찰할 경우 수의계약 체결 가능성도 열려 있다.
만약 재입찰에서도 응찰이 이뤄지지 않으면 정부는 국가계약법 및 시행령에 따라 후속 조치를 취해야 한다. 재입찰이 또다시 유찰될 경우 정부는 반드시 같은 조건으로 공고를 반복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법령상 계약담당공무원은 입찰 참가자격이나 출자 구조 등 주요 공모 요건을 변경해 ‘새로운 입찰’로 전환할 수 있다.
가장 유력한 방안은 SPC의 공공지분 비율 조정이다. 현재 51%로 설정된 공공지분을 49% 이하로 낮추거나, 특정 의사결정에서 민간기업의 권한을 확대하는 방식이 검토될 수 있다. 이 외에도 정책금융 대출 외에 직·간접적 보조금 확대, GPU 공동 구매나 공급 보장 등 실질적인 리스크 완화 조치가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의계약도 하나의 옵션이다. 재공고에서도 단독 입찰만 반복되거나 경쟁 자체가 사실상 어려운 구조라면, 정부는 특정 기업과 수의계약 체결을 검토할 수 있다. 이 경우에도 가격·기술력 등에 대한 외부 검증이 요구된다.
궁극적으로는 정부 주도 방식으로 사업을 직접 추진하거나, 현재 SPC 중심 구조 자체를 수정해 공공인프라 형태로 전환하는 대안도 남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사업인 만큼 완전히 배제하긴 어렵지만, 현행 구조로는 기업 입장에서 감수해야 할 리스크가 적지 않다”며 “운영 자율성과 수익 모델이 보다 구체적으로 설계되지 않는다면 실제 참여로 이어지기엔 부담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윤소진 기자(sojin@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