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머리카락 굵기의 100만분의 1!
머릿속으로는 떠올리기도、상상도 할 수 없는 거리이다. 국내 연구팀이 원자보다 작은 미시 세계의 거리를 수치화해 측정할 수 있는 ‘양자거리’ 측정 방법을 개발했다.
안전한 건축물을 건설하기 위해서 반드시 정확한 거리 측정법이 필요하다. 정교한 양자 기술 개발을 위해서는 정확한 양자거리 측정법이 필수이다. 국내 연구팀이 개발한 이번 ‘양자거리’ 측정법은 앞으로 양자 컴퓨팅, 양자 센싱과 같은 양자기술 개발은 물론 양자산업 전반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유상임)는 연세대 김근수 교수 연구팀과 서울대 양범정 교수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고체 물질 속 전자의 양자거리 측정에 성공했다고 6일 발표했다.
양자거리란 미시세계 입자들 간의 양자역학적 유사성, ‘얼마나 닮았는가?’를 수치로 나타내는 물리량이다. 두 입자가 완전히 똑같은 양자 상태일 때 최솟값 0, 완전히 다르면 최댓값 1이 된다.
![국내 연구팀이 개발한 양자거리 측정 개념도. 두 개의 노란 공은 전자이다. 그 아래 흰색 눈금은 거리를 측정한다는 의미로 ‘자’를 표현한 것이다. [사진=연세대]](https://image.inews24.com/v1/8ad90703843c65.jpg)
양자 컴퓨팅과 양자 센싱 분야에서 양자 연산의 정확도 평가와 상태변화 추적을 위해 필수 정보로 여겨진다.
최근 고체 물질 속 전자의 양자거리는 물질의 기본 성질을 표현하는 것을 넘어 초전도와 같은 난해한 물리 현상들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이를 정확히 측정하려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는 고체 속 전자의 양자거리를 간접적으로 측정한 사례만 보고됐을 뿐 직접적으로 측정하는 방법은 아직 없었다.
기존 한계를 극복하고 고체 속 전자의 양자 거리를 직접적이고 완전하게 측정한 이번 연구 성과는 양범정 교수의 이론그룹과 김근수 교수의 실험그룹이 각각 5~10년 동안 꾸준히 발전시켜 온 전문성을 토대로 이론그룹과 실험그룹의 긴밀한 협력 연구 끝에 창출해 낸 것이어서 의미가 더 크다.
![국내 연구팀이 개발한 양자거리 측정 개념도. 두 개의 노란 공은 전자이다. 그 아래 흰색 눈금은 거리를 측정한다는 의미로 ‘자’를 표현한 것이다. [사진=연세대]](https://image.inews24.com/v1/5e837a6fc17f3a.jpg)
양범정 교수 연구팀은 미국 MIT와 협력해 양자거리를 근사적으로 측정한 결과를 네이처 피직스지(Nature Physics)에 게재하는 등 이론 연구에 대한 뛰어난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
김근수 교수 연구팀은 각분해광전자분광(물질에 빛을 조사할 때 튀어나오는 광전자의 에너지와 운동량을 분석하는 실험 기법)과 흑린에 대한 실험 연구 결과를 2024년 네이처지(Nature)에 발표한 바 있다.
공동 연구팀은 구조가 비교적 단순한 물질인 흑린에 주목하고 연구를 고도화 시켜나갔다. 이론그룹인 양범정 교수 연구팀은 흑린의 단순한 조성과 대칭 구조로 인해 전자의 양자거리가 위상차(파장이 동일한 두 파동의 최댓값 사이의 위치 간격)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후 실험그룹인 김근수 교수 연구팀은 각분해광전자분광 실험에서 편광된 빛을 이용하면 전자 간 위상차에 따라 검출 신호의 세기가 달라진다는 점에 착안했다. 흑린 속 전자의 위상차를 정밀하게 측정하고 이를 통해 양자거리를 정밀하게 추출하는 데 성공했다.
![국내 연구팀이 개발한 양자거리 측정 개념도. 두 개의 노란 공은 전자이다. 그 아래 흰색 눈금은 거리를 측정한다는 의미로 ‘자’를 표현한 것이다. [사진=연세대]](https://image.inews24.com/v1/4fee32d5d46710.jpg)
김근수 교수와 양범정 교수는 “건축물을 안전하게 세우기 위해 정확한 거리 측정이 필수인 것처럼 오류없이 정확하게 동작하는 양자 기술 개발에도 정확한 양자거리 측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이번 연구 성과는 양자 컴퓨팅, 양자 센싱과 같은 다양한 양자 기술 전반에 기초 도구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 성과(논문명 : Direct measurement of the quantum metric tensor in solids)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6월 6일자로 실렸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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