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진광찬 기자] 소비자 지갑과 가장 밀접한 유통업계가 내수 침체로 허덕이는 가운데, 우수고객(VIP)으로 불리는 '큰손'들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위축되면서 신규 고객 확대가 어려워지자 매출 비중이 높은 VIP들 묶어두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무신사는 내달 무신사 스토어와 29CM의 회원제를 처음으로 개편하고, VIP 체계 확대에 나선다. 서비스를 더 많이 이용하는 고객에게 우수한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최고 레벨 8(다이아몬드)까지였던 무신사 회원 등급에 'VVIP' 격인 레벨 9(블랙 다이아몬드) 등급이 새롭게 추가된다. 누적 포인트 1억점 이상 시 달성할 수 있는 레벨 9 회원은 △4% 등급 할인 △최대 8% 등급 추가 적립 △9% 상품 쿠폰 △복수 상품에 적용 가능한 5% 장바구니 쿠폰을 받을 수 있다.
29CM도 기존 4단계였던 회원 등급에 VIP 격인 △다이버(레벨 5) △러버(레벨 6) △이구패밀리(레벨 7)를 추가한다. 회원 레벨과 무관하게 모두 똑같이 1%씩 제공됐던 등급 마일리지 적립률은 레벨에 따라 최대 5%까지 차등 적용한다.
![신세계백화점 본점 퍼스트 라운지. [사진=아이뉴스24 DB]](https://image.inews24.com/v1/3d5c40731f20c5.jpg)
VIP 매출 비중이 40~50%에 육박하는 백화점의 변화도 두드러진다. 롯데백화점은 VIP 프로그램 최상위 등급인 '에비뉴엘 블랙'의 인원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해당 등급 기준은 연간 구매 금액 상위 777명으로, 범위를 오픈해 차별성을 부여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두 번째 등급의 연간 구매액 기준도 1억원에서 1억2000만원으로 높였다.
신세계백화점은 VIP만 이용할 수 있는 라운지에서 최상의 식자재와 원료로 만든 미쉐린 레스토랑 단독 디저트 메뉴 선보였다. VIP 고객에게 제공되는 포인트를 활용해 미쉐린 가이드 스타 레스토랑 9곳에서 식사를 할 수 있는 '프라이빗 다이닝' 혜택도 제공한다. 올해 하반기에는 세계 최정상급 미쉐린 쉐프 2명이 협업해 신세계백화점 VIP 고객을 위한 별도 코스 메뉴를 직접 만들어주고, 설명해주는 '포핸즈 다이닝' 행사도 진행할 예정이다.

'프리미엄 아울렛 2.0 시대'를 선포한 신세계사이먼은 업계 최초로 전 지점에서 우수고객 대상 VIP 서비스를 도입해 전용 라운지·파킹존 등을 제공하고 있다. 여주점에는 유일하게 3대 명품 브랜드 구찌·프라다·버버리가 동시에 입점해 있다.
기업들이 VIP 혜택을 강화하는 이유는 이들 고객의 중요도가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판매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VIP들이 매출을 떠받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신세계백화점 VIP 매출 비중은 지난해 45.3%로 2020년(30.9%) 대비 14.4%p 늘었다. 갤러리아백화점의 경우 업계에서 유일하게 지난해 기준 우수고객 매출 비중이 51%로 절반을 넘어섰다.
업계 관계자는 "VIP 방문이 많은 점포의 경우 경기 둔화에도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는 흔들림 없는 구매력을 갖춘 VIP의 저력"이라며 "우수고객 의존도를 낮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버티기에 들어간 현 상황에서는 이들을 묶어두는 게 우선 과제 중 하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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