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 피해 대처법…남성 "추적·계정 복구"vs 여성 "신고·사회적 지원 요청"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해킹을 당했을 때 남성은 해킹 출처 추적이나 계정 복구에 나섰다. 반면 여성은 신고나 사회적 지원 요청 등의 대응 방식을 보였다.

국내 연구팀이 젠더에 따라 해킹 피해 대처법이 다르다는 사실을 ‘제3레벨의 디지털 격차’ 관점에서 규명한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구팀은 수백만 개의 계정이 해킹돼 사이버 범죄를 조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 해킹 관련 연구는 기술적 측면에만 집중돼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KAIST 연구팀은 SNS 빅데이터에 인공지능 분석법을 적용해 해킹 피해에 대한 남녀 간 행동 패턴 차이를 규명했다. 이를 바탕으로 해킹 피해 완화 정책과 맞춤형 보안 대응 역량 강화 프로그램의 개발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KAIST(총장 이광형)는 과학기술정책대학원 최문정 교수 연구팀이 젠더에 따라 디지털 해킹 피해 경험과 대응 방식이 다르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8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디지털 격차’중에서도 ‘제3레벨 디지털 격차(The Third-Level Digital Divide)’의 관점에서 젠더에 따른 해킹 피해 경험의 차이를 분석했다. ‘제3레벨 디지털 격차’는 비슷한 디지털 접근성과 사용 능력을 갖춘 이용자들 사이에서 나타나는 디지털 활용 결과의 사회적 불균형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소셜미디어(SNS) 트위터(現 X) 데이터를 기반으로 1만3000건 이상의 해킹 관련 게시글을 인공지능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여성은 디지털 서비스 전반에서, 남성은 특히 게임 관련 서비스에서 해킹 피해 경험을 더 많이 공유하는 경향이 있음이 드러났다.

해킹 피해 이후의 대응 방식에서도 젠더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남성은 해킹 출처를 추적하거나 계정을 복구하는 등의 방식으로 대응했다. 여성은 문제를 신고하거나 도움을 요청하는 등 사회적 지원을 활용하는 경향을 보였다.

허은진(말레이시아 이름: Ern Chern Khor) KAIST 박사과정생은 “디지털 격차를 논의할 때 단순히 인터넷 접근성이나 모바일 기기 사용 능력에만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며 “이번 연구는 디지털 접근성과 역량이 비슷함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경험의 사회적 영향이 다르게 나타나는 ‘제3레벨의 디지털 격차’에 주목했다는 점에서 연구의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문정 교수는 “디지털 시대에 100세 인생을 살아가는 누구나 디지털 보안 문제를 겪을 수 있는데 해킹 피해가 실제로 발생하기 전까지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알기 어렵다”며 “사고 대응 매뉴얼과 같이 인구 사회학적 특성에 따른 행동 패턴을 반영한 맞춤형 보안 교육과 지원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논문명: 트위터 데이터를 활용한 해킹 피해 경험의 젠더 격차 연구: 제3레벨 디지털 격차를 중심으로 (Exploring Gender Disparities in Experiences of Being Hacked Using Twitter Data: A Focus on the Third-Level Digital Divide)는 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 허은진 박사과정이 제1 저자로 참여한 연구로 정보통신정책과 디지털 미디어 분야의 세계적 학술지인 ‘소셜 사이언스 컴퓨터 리뷰(Social Science Computer Review)’에 4월 29일 자 온라인으로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