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최란 기자] "제조 현장에서 협동로봇은 훌륭한 도구지만 그게 다는 아니더군요. 망치 하나로 집을 지을 수 없듯 로봇 하나로 공장 자동화가 되는 건 아니더라구요. 제조 기업의 공정 자동화를 위해서는 로봇은 기본이고 이와 함께 훨씬 더 많은 시스템이 결합돼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죠."
로봇 제조 사업에서 출발해 로봇을 이용한 공장 자동화 시스템 통합(SI) 사업으로 진화해가고 있는 뉴로메카의 박종훈 대표가 깨달은 사실이다. 공장 자동화는 꼭 가야 할 길이지만 생각보다는 쉽지 않다는 의미였다.
박 대표는 또 휴머노이드 로봇이 제조 현장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키려면 아직은 과제가 많이 남아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뉴로메카는 지난 2013년 창업했다. 박 대표는 2009년 유니버설로봇이 세계 최초 협동 로봇을 출시한 데서 영감을 받아, 한국 제조 환경에 적합한 로봇을 직접 만들어보기로 결심했다. 그것이 뉴로메카의 출발점이 됐다.
![박종훈 뉴로메카 대표가 4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뉴로메카 사옥에서 아이뉴스24와 인터뷰를 갖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https://image.inews24.com/v1/fd9a71a2087a29.jpg)
"뉴로메카, 단순 로봇 제조사 아닌 자동화 시스템 제공자"
"초기에는 '좋은 로봇'만 만들면 자동화가 자연스럽게 이뤄질 줄 알았습니다. 3000만원 하던 로봇을 2000만원 이하로 낮추면 누구나 도입할 수 있고 제조 공장 곳곳에서 자동화가 저절로 일어날 것이라 기대했죠."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그는 실제 공장 자동화를 위해서는 로봇 뿐 아니라 공정 설계, 주변 설비, 유지보수, 인력 운용까지 통합된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2016년 말 첫 협동 로봇을 출시하면서 로봇 팔 판매와 함께 고객이 원하는 '자동화 솔루션' 전체를 제공하는 쪽으로 사업 방향을 전환했다.
"중소기업이 원하는 건 로봇 그 자체가 아니라 '용접을 할 수 있는 시스템' '공정을 자동화할 수 있는 전체 환경'입니다. 그래서 뉴로메카는 단순 로봇 제조사를 넘어서 SI(System Integration), 즉 자동화 시스템 통합 기업으로 진화하게 됐습니다."
![박종훈 뉴로메카 대표가 4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뉴로메카 사옥에서 아이뉴스24와 인터뷰를 갖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https://image.inews24.com/v1/be27ef5424a004.jpg)
현재 뉴로메카는 협동 로봇뿐 아니라 산업용 로봇, 델타 로봇, 자율주행 로봇까지 다양한 로봇 플랫폼을 자체 개발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중소 제조기업을 위한 맞춤형 자동화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다.
박 대표는 "2026년까지 '중소 제조 공정 자동화 분야 글로벌 넘버 1'이 되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뉴로메카는 지금까지 약 300곳 이상의 중소 제조기업에 협동 로봇 기반의 자동화 솔루션을 제공해왔고 각 현장에는 모두 고객 맞춤형 시스템이 적용됐다.
이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대부분 중소기업은 '우리가 원하는 자동화를 실제 구현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가장 큽니다. 1억원을 투자하는 것도 이들에겐 큰 결정이죠. 평균 수익률이 5% 이하인 상황에서 수억 원짜리 자동화 설비를 도입하긴 어렵습니다. 그래서 '적정 비용의 실효성 있는 자동화'를 구현하는 게 핵심 과제였습니다."
뉴로메카는 로봇 제조뿐 아니라 유지보수, 원격 제어, 기술 지원, 교육 등 전 과정을 자체 제공하며, 고객 입장에서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누릴 수 있도록 구조화된 자동화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다.
"저희가 강조하는 건 단순히 로봇을 파는 게 아니라, 고객이 투자한 만큼 성과를 내는 자동화 솔루션을 만드는 겁니다."
뉴로메카는 초기부터 산업용 IoT 기반 제어 기술을 함께 개발해왔다. "저희 로봇 제어기에는 산업용 IoT 모듈이 탑재되어 있어 인터넷만 연결되면 본사에서 현장의 로봇에 접속해 원격으로 유지보수가 가능합니다."
현장에 설치된 웹카메라 등으로 실시간 상황을 확인하면서 원격으로 프로그램을 수정하거나 동작을 조정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현재는 거의 모든 납품 제품에 이 서비스가 적용되고 있으며 전체 고객의 약 40~50% 정도 문제는 원격으로 해결이 가능하다.
"휴머노이드 로봇, 현장 요구 충족 위한 과제 많이 남아"
![박종훈 뉴로메카 대표가 4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뉴로메카 사옥에서 아이뉴스24와 인터뷰를 갖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https://image.inews24.com/v1/259b961aeb91b8.jpg)
박 대표는 최근 부상 중인 휴머노이드 로봇에 대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산업용 자동화에서 요구되는 생산성이나 효율을 완전히 만족시키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는 의미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사람과 동일한 구조이기 때문에 시스템 통합 없이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이상적인 플랫폼으로 생산성 향상 면에서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실제 산업 현장에 투입되기 위해선 높은 정밀도와 장기간 내구성을 갖춰야 한다. 예를 들어 산업용 기준인 50~100마이크로미터 단위의 정밀도를 만족해야 한다.
"사람처럼 눈과 손을 갖춘 로봇이 도입되면 자동화는 간편해지겠지만, 산업용 요건인 정밀도와 내구성 충족을 위해선 기술 개발이 더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기까지는 해결해야 할 기술적 과제가 너무 많습니다."
박 대표는 협동 로봇의 지능화를 통해 자동화 비용과 복잡도를 줄여가는 데 집중하고 있다. 예를 들어 로봇이 팔 하나만 있으면 작업 대상이 정확하게 그 자리에 있어야 작업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이 양손을 쓰듯이 로봇도 양팔을 쓰게 되면 이런 제약이 줄어들 수 있다. 그래서 뉴로메카는 현재 양팔 로봇을 연구하고 있고 더 나아가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도 집중하고 있다.
"현재 자동화 시장에서 확실한 투자 성과가 나오고 있고 앞으로도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분야는 여전히 제조업 자동화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제조업 자동화에 계속해서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뉴로메카는 특히 산업용 자동화를 가장 중요한 분야로 보고 있다. 산업용 현장에 투입되는 휴머노이드 로봇은 요구 조건이 다르다.
요즘 점프하고 묘기하는 로봇들이 주목받고 있다. 이런 로봇은 동작을 보여주는 데는 적합하지만 실제 공장에서 사용되기는 어렵다. 공장용 로봇은 훨씬 더 정밀하고 빠르며 수년간 내구성을 유지해야 한다.
그런 로봇을 개발하는 것이 훨씬 더 어렵기 때문에 뉴로메카는 현재 정부의 대형 연구개발 과제를 통해 산업용 휴머노이드를 직접 개발하고 있다.
"로봇 플랫폼 생태계 구축해야⋯'로봇 파운더리' 역할할 것"
![박종훈 뉴로메카 대표가 4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뉴로메카 사옥에서 아이뉴스24와 인터뷰를 갖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https://image.inews24.com/v1/a859269064e911.jpg)
그는 정부 정책과 생태계에 대해 우려를 드러내기도 했다.
"지금 로봇 산업은 미래 가치만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제조 기반이 약하면 모래성처럼 무너질 수 있습니다. AI 기술만으론 부족하고, 대규모 로봇 생산 능력이 함께 있어야 합니다."
박 대표는 한국 로봇 기술력은 우수하지만 연간 수십만 대 단위의 생산 인프라가 없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반면 중국은 연간 30만 대 이상 로봇을 생산하고 있으며 기술력도 빠르게 따라잡는 중이다.
"지금은 기술 경쟁보다 생태계 구축이 더 중요합니다. 뉴로메카는 고객 맞춤형 로봇을 설계부터 제조까지 맡는 '로봇 파운더리' 역할을 하려 합니다. 그렇게 수만 대 단위 생산이 가능한 기반을 만들어야 진짜 로봇 강국이 될 수 있습니다."
그는 끝으로 "로봇은 더 이상 주변 기술이 아니라, 산업의 중심이 될 핵심 플랫폼"이라며 "정부도 로봇 플랫폼의 산업 생태계를 분명히 구축하는데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 박종훈 뉴로메카 대표 프로필
![박종훈 뉴로메카 대표가 4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뉴로메카 사옥에서 아이뉴스24와 인터뷰를 갖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https://image.inews24.com/v1/04140f3690e8a9.jpg)
△ 1969년생
△ 포항공대 기계공학과 졸업(1988-1992)
△ 포항공대 대학원 기계공학 석사(1992-1994)
△ 포항공대 대학원 기계공학 박사(1994-1999)
△ 일본 히로시마대학교 객원연구원(2000-2001)
△ 포항지능로봇연구소 책임연구원(2005-2007)
△ 심랩 기술이사(2007-2013)
△ 뉴로메카 창립자 및 대표이사(2013-현재)
△ 포스텍 겸임교수(2014-현재)
/최란 기자(ra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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