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버려지던 플라스틱이 햇빛 아래에서 수소로 다시 태어나는 길이 열렸다. 친환경 고효율 광촉매를 이용해 청정에너지를 만들 수 있는 실마리가 마련됐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노도영) 나노입자연구단 김대형 부연구단장(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과 현택환 연구단장(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석좌교수), 김민호 교수(경희대 응용화학과 조교수) 공동연구팀은 햇빛만으로 폐페트병에서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친환경 고효율 광촉매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11일 발표했다.
이번 기술의 핵심은 광촉매를 고분자 하이드로겔로 감싸 안정화시키는 시스템이다. 기존 기술과 비교했을 때 내구성이 4배 이상 높아졌다. 현장 적용성과 확장성 측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국내 연구팀이 폐플라스틱과 햇빛을 이용해 수소를 만드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사진=IBS]](https://image.inews24.com/v1/7ed9ee3bf6338e.jpg)
하이드로겔은 수용성 고분자가 물리적 혹은 화학적 결합으로 3차원 구조의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하이드로겔은 최소 10% 이상의 물을 함유하고 있다. 수상 환경에서 녹지 않고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 높은 생체적합성을 가지고 있어 현재 센서, 에너지저장장치, 의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수소는 최근 주목받고 있는 차세대 청정 에너지원이다. 현재 널리 사용되고 있는 메테인 수증기 개질 방식은 고온·고압 조건에서 많은 에너지를 쓰고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한다는 한계가 있다.
광촉매 기반 수소 생산 기술은 무한한 에너지원인 태양에너지를 사용하고 온실가스 배출이 적다. 고효율 광촉매 반응의 경우 극한 반응 조건에서 촉매의 안정성과 수명을 심각하게 떨어트리는 한계가 있었다.
IBS 연구팀은 광촉매를 고분자 네트워크로 안정화한 뒤 반응을 물-공기 경계면에서 유도하는 새로운 전략을 제안했다. 이를 통해 기존 분말 촉매의 손실이나 반응 저하 없이 수소 생산성과 내구성을 동시 확보하는 것에 성공했다. 강알칼리 조건에서도 두 달 이상 성능을 유지해 높은 내구성을 입증했다.
바닷물, 수돗물 등 다양한 수질 환경에서 작동이 가능하다. 실용성과 확장성 측면에서도 매우 우수함을 입증했다. 실용성과 산업 현장에서의 적용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폐페트병을 원료로 자연광 하에서의 1㎡의 대면적 조건에서 실험을 진행해 수소를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10~100㎡ 규모의 시뮬레이션과 경제성 분석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 없이 저비용으로 수소 생산이 가능함을 증명했다.
김대형 부연구단장은 “폐플라스틱을 에너지 자원으로 전환하는 기술로 환경 문제 해결과 청정에너지 확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제시했다”며 “재료 설계부터 반응 환경까지 통합적으로 접근함으로써 친환경 촉매 기술의 상용화 가능성을 한층 앞당긴 성과”라고 평가했다.
현택환 연구단장은 “자연광과 폐기물, 다양한 수질 환경 등 실제 조건에서도 고효율, 고내구성을 유지할 수 있음을 입증한 매우 드문 사례”라며 “기초과학 기반의 혁신 기술이 산업적 확장성과 사회적 파급력을 동시에 갖춘 단계로 발전한 만큼 수소 기반 탄소중립 시대를 앞당길 수 있는 핵심 기술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동 제1저자인 이왕희 MIT 박사후과정 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실험실의 정제된 조건을 넘어 실제 환경에서도 장기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고안정성 광촉매 시스템을 설계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논문명: Polymeric stabilization at the gas-liquid interface enables durable solar hydrogen production from plastic waste)는 6월 11일(우리나라 시간) 나노기술 분야 국제학술지인 ‘네이쳐 나노테크놀로지(Nature Nanotechnology)’ 온라인판에 실렸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