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세계 3위 메모리 기업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미국 내 D램 생산시설 확대에 270조원대 투자를 단행한다. 이를 통해 전 세계 D램 생산량의 40%를 미국으로 가져오겠다는 계획이다. 메모리 1~2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장기 생산 전략에도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마이크론, 美 반도체 공장에 270.8조 투입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12일(현지시간) 미국 내 반도체 제조 및 연구개발(R&D)에 총 2000억 달러(약 270조8000억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미국 내 제조시설에 1500억 달러, R&D 강화에 50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이는 마이크론의 기존 설비투자 계획보다 300억달러 가량 늘어난 금액이다.
이번 설비 투자 계획은 미국 내 D램과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 역량을 강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미국에서 전 세계 D램 생산량의 40%를 만드는 게 목표다.
마이크론은 먼저 첨단 메모리 팹을 미국 북서부에 자리한 아이다호에 건설할 계획이다. 아이다호 팹의 D램 생산 시점은 오는 2027년이다.
버지니아주 매너사스에 자리한 기존 팹은 최신화 작업과 확장을 동시에 진행한다. 이를 위한 반도체특별법(Chips Act)에 따른 보조금은 2억7500만 달러가 확보된 상태다.
뉴욕주에는 최대 4개의 첨단 팹을 추가로 신설한다. 이들 팹은 연내 착공을 계획 중이라고 마이크론은 설명했다.
마이크론과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투자로 약 9만명의 고용 창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또 정부는 마이크론에 64억 달러 이상의 인센티브를 약속했다.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미국의 기술 리더십을 강화하고, 반도체 생태계 전반에 걸쳐 수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며 "경제 및 국가 안보에 필수적인 국내 반도체 공급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워드 루트닉 상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이 바로 미국에 건설을 시작할 때임을 분명히 했다"며 "마이크론의 계획된 투자는 미국이 인공지능(AI), 자동차, 항공우주 및 방위 산업군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화답했다.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의 DDR5 D램 [사진=마이크론]](https://image.inews24.com/v1/0a04a953804b9d.jpg)
◇'메모리 생산의 중심' 아시아 떠나는 마이크론?
마이크론의 아시아 중심 생산 전략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회사는 그동안 싱가포르, 대만, 일본에서 주로 D램을 생산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마이크론의 D램 생산기지 역할을 해온 곳은 대만이다. 대만 타오위안(팹11)과 타이중(팹16)에 각각 D램 팹을 운영 중이며, D램 생산고도화 센터도 대만에 뒀다.
일본 히로시마(팹15)에서도 첨단 제품과 저전력 D램 등을 생산 중이다. 도쿄, 오사카, 사가미하라에는 메모리반도체 디자인 센터와 R&D 시설을 두고 있다.
싱가포르에선 낸드 플래시와 HBM, 후공정 라인 일부가 운영돼왔다. 싱가포르와 인접한 말레이시아는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고성능 메모리의 후공정 라인이 운영 중이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발표는 트럼프 행정부의 반도체 국산화 전략과 맞물려 있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 보조금을 일부 축소할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어, 향후 정책 추진 여부에 변동성이 존재한다"고 관측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내년 중간선거 이후까지 이어질 지도 미지수다. 내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미 의회의 다수를 차지하지 못하면 정책 추진 동력을 대부분 상실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마이크론이 본국인 미국보다 아시아에서 D램을 주로 생산해왔다면, 삼성전자는 단 한번도 다른 국가에 D램 공장을 세운 적이 없다.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의 DDR5 D램 [사진=마이크론]](https://image.inews24.com/v1/a8e90a15994a36.jpg)
◇빅테크 수장들 "미국 내 HBM 역량 강화 환영"
마이크론의 투자 발표에 미국 내 빅테크 기업 CEO들도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혔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는 "미국의 반도체 제조 강화는 새로운 혁신을 주도하고, 고숙련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며 "우리의 리더십을 강화하기 위한 계획에 대해 마이크론과 트럼프 행정부에 찬사를 보낸다"고 말했다.
젠슨황 엔비디아 CEO도 "미국 내 첨단 메모리 제조와 HBM 역량 강화를 위한 마이크론의 투자는 AI 생태계 발전에 중요한 전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팀 쿡 애플 CEO는 "이번 투자로 애플은 향후 미국의 50개 주 전체에 있는 공급 업체와 협력하게 됐다"며 마이크론이 미국에서 생산한 D램을 구매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리사 수 AMD CEO는 "시의 적절하고 전략적으로 중요한 결정"이라고 평가했고,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는 "미국 반도체 산업의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마이크론은 D램 팹이 자리할 마이다호, 뉴욕주, 버지니아 지역에 반도체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3억 2500만 달러 이상을 투자했다고 밝혔다.
반도체 교육 과정 개발, 커뮤니티 칼리지 파트너십, 대학 파트너십, 반도체 경력 개발 기회 확대를 위해서다. 미국 내에는 반도체 제조 전문 인력이 아시아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박지은 기자(qqji051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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