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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이재명 정부, '인사가 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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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총리 후보자로 김민석 의원(왼쪽), 대통령비서실장으로 강훈식 의원 등 첫 인선을 발표하고 있다. 2025.6.4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총리 후보자로 김민석 의원(왼쪽), 대통령비서실장으로 강훈식 의원 등 첫 인선을 발표하고 있다. 2025.6.4 [사진=연합뉴스]

[아이뉴스24 김주훈 기자] 급하다 보면 와이셔츠 첫 단추를 잘못 꿸 수 있다. 그러나 잘못 된 순서대로 남은 단추를 다 꿰면 입은 사람도 보는 사람도 영 불편하다. 그 위에 무슨 옷을 입든 잘못 꿴 단추만 도드라진다. 바쁘다 보니 잘못 입었다는 말은 안 통한다. 변명할 시간에 다시 제대로 입으면 그만이다. 그러지 않고 이리 덮고 저리 가리기만 하면 꼴은 더 우스꽝스러워진다. 지금 오광수 전 민정수석을 둘러싼 대통령실의 행동이 딱 그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13일 오 수석의 사의를 결국 수용했다. 집권 9일, 임명 5일만 첫 인사 번복이 나온 것이다. 오 수석의 사의 표명은 다소 갑작스러웠다. 임명 직후 부동산 차명 보유와 차명 대출 논란이 제기됐지만 대통령실은 "오 수석이 (논란에 대한) 안타까움을 잘 표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라는 알듯말듯한 말만 반복했다. 오 수석이 사과했으니 정면돌파하겠다는 말로 들렸다.

민정수석이라는 자리는 말 그대로 국민 여론을 살피는 자리다. 그렇지만 '조국·우병우' 등 역대 정권만 봐도 민정수석들은 국민 한 가운데가 아닌 권력 중심에 섰었다. 그도 그럴 것이 민정수석은 5대 사정기관(국정원·경찰·검찰·국세청·감사원)의 업무를 총괄하며, 검찰과 법무부에 대한 인사검증 권한도 가지고 있다. '위세가 날아가는 새도 떨어뜨린다'라는 말이 그냥 나오는 게 아니다.

모든 공직은 책임감을 가져야 하지만, 민정수석만큼 특히 더 높은 도덕적 기준을 요구받는다. 국민의 눈높이로 타인을 검증하려면 나 자신 먼저 깨끗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기준에 간극이 존재하면 생기는 것이 '내로남불' 비판이다.

과거 문재인 정부는 국민의 높은 도덕적 잣대를 대수롭지 않게 봤다가 인사 문제로 설화가 끊이질 않았다. '직' 보단 '집'이라는 비아냥을 들었던 다주택자 논란의 김조원 전 민정수석이나 '아빠찬스' 논란으로 취임 9개월 만에 물러난 김진국 전 민정수석 등의 불명예 퇴장은 정권 차원의 부담을 가져왔다.

'민정수석 잔혹사'라는 말은 역대 정부마다 되풀이될 정도로 고질적인 문제다. 그런데 이재명 정부는 역대 정부의 사례를 반면교사 삼고 있는지 의문일 정도로 담담해 보인다. 인사 검증 실패에 대한 사과는 없다.

공직자로 필요한 사람 중에 흰 도화지 같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인수위도 없이 출범한 이재명 정부를 보는 국민의 눈은 아직 그렇게 야박하지 않다. 인사 검증을 잘못했다면 사과하고 고치는 게 순리다. 흠결은 있지만 국가에 도움이 되는 인재니 안고 가보겠다고 허심탄회한 자세로 국민을 설득하는 것도 방법이다.

대통령실은 더욱 자세를 가다듬어야 한다. 같은 일이 또 있어서는 안 되겠으나 불가피하게 재발한 경우 "안타까움을 잘 표했다"는 말로 어물쩍 덮고 넘어가려고 한다면 분명 윤석열 정부의 실정을 답습하게 될 것이다.

/김주훈 기자(jhki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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