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최란 기자] 현대제철이 업황 불황을 이유로 국내 사업장 몸집 줄이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신 미국 관세 대응 차원에서 현지 투자는 본격화하고 있다.
![현대제철 포항공장 전경.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63bb5bab8dcf30.jpg)
1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최근 포항2공장의 무기한 휴업을 선언했다. 또 포항 1공장 중기사업부문은 오는 11월까지 생산을 지속한 뒤 설비 이설과 재고 정리를 거쳐 내년 10월까지 최종 매각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놓고 노조 측과 갈등을 벌이고 있다.
지난 12일 진행된 노사협의회에서 사측은 "중기생산부의 생산량이 20만 톤에서 5만 톤으로 감소하고, 2공장이 매달 56억원의 적자 고정비 부담이 증가하며 인력 과잉 문제 등으로 인해 2공장 휴업과 중기사업부의 구조조정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단순한 축소가 아닌 공장의 생존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이며 설비 매각 등 구체적인 실행이 예정돼 있다"고 덧붙였다.
중기부 매각과 관련해서는 지난해 말부터 실무적으로 논의가 시작됐다. 사측이 밝힌 타임라인에 따르면 올해 11월까지 생산을 종료하고 내년 6월까지 설비를 이설 및 승인한 뒤 약 3개월간 재고 이동과 안정화 기간을 거쳐 내년 10월 말에 최종 매각하는 것으로 협의가 이뤄졌다. 대부분의 인력은 오는 11월 이후 전환 배치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노조 측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노조 측은 "지난해부터 논의해 온 내용을 이제 와서 일방적으로 통보한 셈"이라며 "단체협약에는 설비 매각 시 노사협의회를 통해 사전에 협의하도록 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상경영이라는 이름 아래 돈 되는 자산은 팔고 인력은 정리하려는 것 아니냐"며 "구체적인 자구책을 마련하려는 노력도 없이 중기사업부를 매각하는 것이 타당하냐"고 비판했다.
현대제철은 단조사업부문 자회사인 현대IFC 매각 의지도 지속적으로 알리고 있다. 현대IFC는 금속을 일정 온도로 가열한 뒤 압력을 가해 형상을 만드는 단조 공정을 주업으로 하며, 조선용 대형 단조품을 주력 사업으로 두고 HD현대중공업 등에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하지만 유일한 인수 후보로 언급되는 동국제강은 여전히 신중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인수 여부에 대해 결정된 바 없다"며 "향후 변화가 생기면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제철 포항공장 전경.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78d5a9801691e1.jpg)
국내 사업장의 축소를 추진 중인 현대제철은 미국 시장에서는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를 위해 현지 제철소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58억 달러(약 8조5000억원)를 투자해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전기로 기반 일관제철소를 건설할 예정이다.
자동차 강판 등 고수익 제품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다양화 한다는 계획으로, 연간 270만톤 규모 중 자동차 강판은 67%(180만톤)를 차지한다. 가동 목표 시점은 오는 2029년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10여 년 전부터 글로벌 투자를 계획해 왔다"며 "미국은 연간 1800만 톤의 순 수입국으로 중장기적으로는 자동차 생산이 연간 1000만 대 이상 유지될 것으로 예상돼 수요와 가격 측면 모두에서 성장성과 수익성이 높은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또 "단순히 트럼프 정부의 관세에 대응하기 위한 투자는 아니"라며 "시기적으로 봤을 때 관세의 영향권을 벗어나는 등 부가적인 효과도 있지만 제철소 완공 시점에는 트럼프 정부가 아닐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관세를 피하기 위한 투자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철강 업계는 현재 클리블랜드-클리프스, 뉴코어, US스틸 등이 주요 업체로 꼽힌다. 뉴코어는 봉형강 위주의 생산 구조를 갖고 있으며, 고로를 보유한 전통 제철소는 주로 클리블랜드-클리프스와 US스틸 정도"라며 "하지만 설비가 전반적으로 노후화돼 고급 제품 생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제철은 현대차와 기아에 자동차용 강판을 공급하면서 이미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며 "전기로 기반의 일관 제철소를 통해 탄소 배출 저감 측면에서도 경쟁력이 높다. 고급 자동차 강판과 탄소 저감 제품 분야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포스코그룹은 해당 제철소 건설 프로젝트에 지분을 투자하고 일부 생산 물량을 직접 판매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구체적인 투자 비율 등은 정해지지 않았다.
지난 9일 제26회 철의 날 현장에서 만난 서강현 현대제철 사장은 포스코와의 지분 투자 비율이 정해졌냐는 기자의 질문에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답한 바 있다.
/최란 기자(ra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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