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BOA에 대한 그림 요약. 50-BOA는 기존에 널리 사용되던 다양한 저해제 농도를 사용하는 대신 단일 농도만을 이용해 저해상수 추정의 정확도와 효율을 개선했다. [사진=KAIST]](https://image.inews24.com/v1/e24083c4582c45.jpg)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기존 신약 개발에서는 수많은 농도 조건에서 반복 실험을 거쳐 약물 간 상호작용을 분석한다. 이른바 ‘저해상수’를 추정하는 방식이었다. 이 방법은 지금까지 6만 편 이상의 논문에 활용될 만큼 널리 사용되고 있다.
학부생이 제 1저자로 참여한 국내 연구팀이 단 하나의 저해제 농도만으로 저해상수를 정확히 추정할 수 있는 분석법을 제안해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 이광형)은 수리과학과 김재경 교수 연구팀(IBS 의생명 수학 그룹 CI)이 충남대(총장 김정겸) 약대 김상겸 교수팀과 기초과학연구원(원장 노도영, IBS) 의생명수학그룹과 공동연구를 통해 단 하나의 실험으로 약물 저해 효과를 예측할 수 있다고 15일 발표했다.
약물 저해 효과란 한 약물이 특정 효소의 작용을 억제함으로써 다른 약물의 대사(분해와 처리 과정) 또는 생리학적 효과에 영향을 주는 현상을 말한다. 신약 개발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파악해야 하는 효과이다.
공동 연구팀은 수학적 모델링과 오차 지형(각 매개변수 조합에서 오차가 얼마나 되는지를 보여주는 지형도) 분석을 통해 정확도 향상에 이바지하지 않는 저해제 농도를 제거하고 단 하나의 농도만으로도 저해상수를 정확하게 추정할 수 있는 새로운 분석법 ‘50-BOA’를 제안했다.
이 기법을 실제 실험 데이터에 적용한 결과 기존보다 75% 이상 실험 효율이 향상됐으며 정확도 역시 나아졌다.
이번 연구는 반복 실험에 따른 자원 소모를 줄이고 해석의 편차를 최소화함으로써 신약 개발 과정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수학적 접근이 생명과학 실험 설계를 어떻게 혁신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성과로 꼽았다.
저해상수는 약물 효과뿐 아니라 병용 투여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약물상호작용을 예측하고 방지하는 데 핵심적 지표로 활용된다. 실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신약 개발 과정에서 약물상호작용의 가능성을 예측하기 위해 저해상수를 포함한 효소의 저해 특성을 사전에 평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저해상수는 다양한 기질과 저해제 농도에서 측정된 대사 속도 데이터에 수학 모델을 적합해 추정해왔다. 이러한 방식에도 불구하고 같은 기질-저해제 조합에 대해 연구마다 추정값이 10배 이상 차이나는 사례들이 보고됐다.
신약 개발 과정에서 약물의 효과와 부작용을 정확히 예측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연구팀은 저해상수 추정 과정을 수학적으로 분석한 결과 기존 방식에서 활용되는 데이터의 절반 이상이 실제 추정에 불필요하거나 오히려 왜곡을 초래할 수 있음을 알아냈다.
저해제 농도를 다양하게 사용하는 기존 방식보다 충분히 높은 저해제 농도 하나에서 추정한 결과가 더 정확하고 효율적일 수 있다는 점을 규명한 것이다. 나아가 저해제 농도와 저해상수 간의 관계를 나타내는 식을 정칙화(잘못 설정된 문제를 풀거나 과적합을 방지하는 기법)로 추가해 정확도를 더욱 높인 새로운 분석법 ‘50-BOA’를 개발했다.
![50-BOA에 대한 그림 요약. 50-BOA는 기존에 널리 사용되던 다양한 저해제 농도를 사용하는 대신 단일 농도만을 이용해 저해상수 추정의 정확도와 효율을 개선했다. [사진=KAIST]](https://image.inews24.com/v1/76f32a0f9cb4c0.jpg)
김상겸 충남대 교수는 “이번 연구는 수십 년 동안 정형화된 약물 실험 설계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게 만들었다”며 “단순한 실험 효율 향상을 넘어 약효와 부작용 예측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는 새로운 표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재경 KAIST 교수는 “수학이 실험 설계를 바꾸고 생명과학 분야의 연구 효율성과 재현성을 근본적으로 높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전했다.
이번 연구 논문(논문명 : Optimizing enzyme inhibition analysis: precise estimation with a single inhibitor concentration)은 KAIST 융합인재학부 장형준 학사과정과 수리과학과 송윤민 박사가 공동 제1 저자로 참여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6월 5일자로 실렸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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