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주훈 기자] 이재명 정부 인사 검증 시스템에 이른바 '경고등'이 켜졌다. 인사 검증 시스템을 재정비해 향후 재발을 방지할 기회로 꼽히지만, 역대 정부는 이 신호를 등한시하다가 국정 운영의 한 축인 '신뢰'를 잃어버리는 결과로 이어졌다. 정치권에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도 없이 출범한 이재명 정부가 이번 민정수석 낙마 사례를 기점으로 인사 검증 시스템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관련 경제안보 긴급 점검회의를 하고 있다. 2025.6.13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ec165d908dd747.jpg)
이재명 정부, 대통령 참모 임명 5일만에 '첫 낙마'
이 대통령이 지난 13일 오광수 전 대통령실 민정수석의 사의를 수용하면서, 정부 첫 고위직의 낙마 사례로 기록됐다. 오 전 수석은 임명 직후 부동산 차명 보유와 차명 대출 논란이 불거졌지만, 대통령실은 "본인이 그에 대한 안타까움을 잘 표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거취에 선을 그었다. 그러나 부정 여론이 높아지자 사의와 수용은 집권 9일, 임명 5일 만에 결국 이뤄졌다.
인사 낙마는 역대 정부에서 빈번히 일어났다는 점에서 의외의 일은 아니다. 다만 공직자에 오른 인사가 개인의 문제로 잇달아 낙마할 경우 '인사 참사' 문제로 확대되면서 정권 차원에선 부담으로 작용됐다. 특히 민심에 민감한 '아빠 찬스' 논란이나, 개인의 일탈 문제는 정부의 도덕성이 흔들리는 결과로 이어졌다.
윤석열 정부 당시 첫 낙마 사례는 김인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다. 한국풀브라이트동문회 회장으로 있던 시절 가족 전원이 풀브라이트 장학금 혜택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아빠 찬스'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문재인 정부의 정권 심판론 한 축이던 '조국 사태'가 연상된다는 측면에서, 비판 여론을 이기지 못하고 지명 20일 만에 자진 사퇴했다. 그럼에도 윤석열 전 대통령은 정권 초기 잇따른 인사 논란에도 "전 정권에서 지명한 장관 중 훌륭한 사람을 봤느냐"고 대응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관련 경제안보 긴급 점검회의를 하고 있다. 2025.6.13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75cd473481f594.jpg)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들어선 문재인 정부는 국민의 높은 도덕적 요구를 받았지만, 첫 낙마 사례부터 음주음전·다운계약서, 허위 혼인신고로 인한 혼인무효소송 등 논란이 불거졌다. 검찰 개혁 적임자로 지목됐던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이 논란으로 지명 5일 만에 사퇴했다. 문 전 대통령은 안 후보자 사퇴를 두고선 "목표의식이 앞서다 보니 약간 검증이 안이해진 것은 아닌가, 스스로 마음을 새롭게 느껴야 할 것 같다"고 반응했다.
결국 역대 정권은 첫 낙마 사례를 인사 검증 시스템의 경고 신호로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줄줄이 인사 참사를 겪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11개월이 된 지난 2018년 4월 고위공직자 8명이 사퇴하는 불명예 기록을 안게 됐고, 윤석열 정부는 출범 100일도 채 안 된 시점에서 고위공직자 6명이 사퇴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민정수석 낙마', 전체 공직자 검증시스템 공백 경고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하는 장관직과 달리, 민정수석에 대한 검증 실패는 '고질병'으로 지적됐다. 윤석열 정부는 민정수석실을 폐지해 논란을 피했지만, 문재인 정부 당시는 '민정수석 잔혹사'라는 비판이 제기될 정도로 인사 검증 기능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민정수석의 검증 실패는 곧 공직자 검증의 허점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중한 실책이다. 5대 사정기관(국정원·경찰·검찰·국세청·감사원)의 업무 총괄뿐 아니라, 산하에 공직기강비서관을 두고 공직자 인사 검증 업무도 관할한다. 정치권에서 민정수석을 둘러싼 논란이 터졌을 때, 소위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윗물'에 해당하는 민정수석은 역대 정권에서 '잔혹사'라는 명칭이 붙을 정도로 불명예 퇴장이 잇달아 벌어졌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관련 경제안보 긴급 점검회의를 하고 있다. 2025.6.13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8d81ea1abee396.jpg)
문재인 정부의 경우 총 6명의 민정수석 중 초대 민정수석인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807일로 최장기 민정수석이었다. 그러나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된 이후 '아빠 찬스' 논란이 불거지면서 정부 차원에선 도덕성 문제에 치명상을 입었고, 김조원 전 민정수석은 1년 임기를 채울 쯤 문재인 정부를 강타한 고위공직자 다주택 논란에서 '매각 시늉' 논란에 휩싸여 사퇴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임명 이후 개인·가족 비리가 드러났지만, 검증 과정에선 이를 걸러내지 못해 '묵인' 의혹까지 자초했다.
대통령실 "민정수석 중요성 재확인…더욱 신중"
현재 출범 2주차를 맞은 이재명 정부도 이번 오 전 수석의 낙마로 인해 인사 검증 시스템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더욱이 오 전 수석이 논란으로 인해 한 차례 사의를 표명했다가 반려됐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민정수석 잔혹사'가 재연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3일 KBS 전격시사에 출연해 "시간적으로 매우 제한적인 그런 상황에서 능력 중심으로 사람들을 뽑다 보니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것 같다"며 "다음번에는 조금 더 국민 눈높이에 맞는 그런 인사들이 발탁됐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진보당의 한 관계자는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대통령실이 '안타까움을 표했다'는 말로 넘어가려고 했는데, 그럼 다음 인사의 문제가 발생해도 똑같은 방식으로 대응할 것인가"라면서 "누구나 실수할 수 있지만, 첫인사에 대해 어떤 식으로 대응하는지에 따라 향후 5년이 짐작이 갈 수 있는 만큼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정문식 대변인은 13일 논평을 통해 "문제 제기 이후에도 사과·해명이 아닌 사의 수용으로 사태를 무마하려 한 점은 더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현재 오 전 수석 낙마를 통해 불법정치자금 제공자와의 금전거래 의혹이 불거진 김민석 국무총리에 대한 사퇴를 압박하고 있다.
이에 대통령실 관계자는 "공직기강 확립과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민정수석의 중요성이 이번 계기로도 다시 한번 확인됐다"며 "좀 더 신중을 기해서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새로운 민정수석을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관련 경제안보 긴급 점검회의를 하고 있다. 2025.6.13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e53de2ac384fc6.jpg)
"'권력 실세 추천' 병폐…이재명 정부, 역대 사례 반면교사 삼아야"
전문가들은 민정수석 등에 대한 잇따른 인사 검증 실패 원인이 권력 실세의 추천에 따른 '믿고 뽑는다' 식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에 따라 이재명 정부는 역대 정부의 고질적 병폐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윤석열 정부 당시에도 대통령이나 권력 실세가 추천하면 검증 시스템이 무력화됐다"며 "문제를 발견했어도 권력 실세가 추천했기 때문에 넘어가는 것인데, 이재명 정부에선 민정수석 역할을 다시 복원하는 과정인 만큼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 전 수석의 경우 참모의 조언에 따라 임명한 것이 아닌 이 대통령의 의지가 컸다고 알려졌는데, 오히려 참모의 추천이라면 타격은 덜했을 것"이라며 "임명된 지 5일 만에 낙마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은 부정적 여론이 조성될 수밖에 없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박창환 장안대 특임교수는 "인수위 없이 꾸려진 정부라 인사 검증 시간이 부족했던 것 같다"면서도 "지금은 대통령실 비서진이라 비판이 덜한 것이지, 만약 장·차관이었다면 문재인·윤석열 정부처럼 흔들릴 수 있는 만큼 도덕성 면에선 앞선 정부 사례를 또다시 겪으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도덕적으로 완벽한 사람을 고르는 것은 불가능한 만큼, 오히려 현 정부에서 꼭 필요한 인사라면 설득 작업도 필요할 것 같다"며 "공개적으로 일부 흠결이 있지만, 특정 능력을 높이 사는 만큼 국민이 양해해 달라고 말하는 것도 방법 중 하나일 것"이라고 했다.
/김주훈 기자(jhki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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