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슈퍼컴퓨터가 중이온가속기를 만났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원장 이식, KISTI)의 국가슈퍼컴퓨터 5호기 누리온(NURION)이 기초과학연구원(IBS) 중이온가속기연구소가 구축한 중이온가속기 라온(RAON, Rare isotope Accelerator complex for ON-line experiments) 실험의 정밀 예측을 지원한다. 세계 핵물리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대전 유성구 신동지구에 있는 라온은 중이온을 가속해 표적에 충돌시켜 새로운 희귀동위원소를 생성하는 장치이다. 2024년 7월부터 본격 가동을 시작했다. IBS 희귀 핵 연구단 김영만 박사 그룹과 KISTI 첨단과학컴퓨팅센터 조기현 박사 그룹이 공동 연구팀을 꾸렸다.
![라온 입사기. [사진=IBS]](https://image.inews24.com/v1/3ab9beaed99c54.jpg)
누리온을 활용한 거대규모 전산 모사를 통해 라온에서 계획된 실험의 타당성을 검증하고 라온의 주요 미래 실험 주제를 제안하는 연구를 수행했다.
이번 연구는 KISTI의 2024년도 2차 연구개발(R&D) 혁신지원 프로그램 중 거대연구 분야 지원과제로 선정됐다. 2024년 5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 2개월 동안 누리온 1500노드를 전용으로 할당받아 수행됐다.
라온은 우주 탄생 초기 비밀 규명, 우주 원소의 기원 추적, 별의 진화 규명, 핵의 구조와 핵력의 본질 이해 등을 주요 과학적 목표로 삼고 있다.
기술적·경제적 제약으로 빔타임이 한정돼 있어 실험 전 정밀한 시뮬레이션을 통한 타당성 검증과 독창적 주제 제안이 매우 중요하다.
원자핵은 수십~수백 개의 핵자(양성자·중성자)가 복잡하게 상호작용하는 유한한 양자 다체 시스템이다. 이를 양자역학적으로 정확히 모델링하려면 원자핵의 파동 함수와 핵자 간 상호작용을 동시에 고려하는 고차원 계산이 필요하다.
그 연산량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이른바 ‘양자 다체 문제(Many-body problem)’로 알려진 이 문제는 슈퍼컴퓨터를 이용한 고성능 병렬 연산 없이는 해결이 불가능하다.
이번 연구에서 누리온은 미시적·선험적 핵이론에 기반해 희귀 핵종의 구조와 성질을 정밀하게 계산하는 데 활용됐다. 나트륨-21의 핵 구조 예측에 성공했다. IBS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바탕으로 2024년 12월 라온의 CLaSsy(Collinear Laser Spectroscopy) 장치에서 실제 실험을 수행했다. 후속 실험도 계획 중이다.
IBS 희귀 핵 연구단 김영만 박사는 “이번 연구는 라온 가동 초기 단계에서 누리온과 시너지를 통해 실험의 예측정확도를 높이고 비용과 시간을 절감할 수 있었던 선도적 사례”라며 “앞으로는 실험 설계 단계부터 슈퍼컴퓨터 계산 결과를 반영함으로써 실험의 불확실성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식 KISTI 원장은 “KISTI는 세계 수준의 AI와 HPC 인프라를 바탕으로 중이온가속기를 비롯한 국가 대형 장비 기반의 계산과학 연구를 적극 지원해 나가겠다”며 “대체 불가능한 연구 인프라 제공 기관으로서 국가 과학기술 혁신에 핵심적인 임무를 수행하겠다”고 전했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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