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베크의 오래된 고도는 '사마르칸트, 부하라, 히바' 3개 도시이다. 사마르칸트에서 2박을 하면서 재충전을 위한 휴식과 관광 시간을 보냈다. 오늘은 280킬로 떨어진 '부하라'로 갈 예정이다. 출발시간에 여유가 있어서 시내 공원을 아내와 함께 아침산책을 즐겼다.
부하라로 출발 전 시내 주유소에서 자동차에 '디젤 기름'을 가득 채워야 한다. 우즈베크는 액화된 '메탄가스'를 자동차 연료로 사용하는 나라이다. 우리나라 택시들이 사용하는 '액화 LPG'는 '액화 메탄가스'보다 성상이 안정적이라고 한다. 신은 지하자원을 불공정하게 배분한다. 우즈베크와 인접한 카자흐스탄, 투르크메니스탄은 원유, 천연가스 매장량이 풍부한 반면, 우즈베크는 경제성이 떨어지는 메탄가스만 많다.
![액화 메탄(METAN)가스 충전소. [사진=윤영선]](https://image.inews24.com/v1/d4bc1d849aa99e.jpg)
시내를 벗어나서 외곽으로 나가면 '액화 메탄가스' 충전소는 많지만, 디젤 기름을 파는 주유소는 대도시 주위에만 있다. 휘발유나 디젤 기름값이 비싸기 때문이다.
가이드 솔레존에 물어보니 액화 메탄 가격은 휘발유 가격의 1/7이라고 한다. 화물차, 트럭은 물론 작은 경차(기아차 마티스)도 엔진을 개조해서 차체 아래에 빨간 메탄 통을 달고 있다. 솔레존에 의하면 메탄가스 폭발 사고가 자주 발생하고, 한번 사고가 나면 대형 사고라서 외국인 상사 주재원이나 관광객은 디젤이나 휘발유 차량을 사용한다.
부하라로 가는 길은 '키질쿰 사막'의 남쪽 지역을 통과해서 간다. 도로 주변에 평야는 적어지고 사막형 지역으로 변하고 있다. 튀르크어로 '키질쿰'은 '황색사막' 뜻이다. 우즈베크의 남쪽 나라인 투르크메니스탄에는 '검은 사막'이라는 '카라쿰 사막'이 서로 붙어있다.
현재 40여 일째 자동차 여행 중인데 나는 요즈음 감기로 고생하고 있다. K 교수가 서울에서 가져온 감기약을 빌려서 먹고 있다. 계속 차에 에어컨을 켜고 다녀서 감기가 오래간다. 아내도 목 디스크가 심해져서 손이 매우 저리다고 하소연이다.
디스크약을 구하러 병원에 갈 수 없으니 진통제를 계속 먹고 있으나 효과가 별로 없다. 나는 시베리아 평원에서 샀던 야생 꿀을 뜨거운 물에 타서 보온병에 담아 차 안에서 꿀물을 감기약 대신 먹고 있는데 조금씩 좋아지는 것 같다.
![액화 메탄(METAN)가스 충전소. [사진=윤영선]](https://image.inews24.com/v1/c35a76983b6951.jpg)
양고기 음식을 계속 먹으니 소화불량 등 몸 상태가 안 좋다. 소화제를 자주 먹다 보니 벌써 떨어져서 지인에게 정로환을 빌려서 먹고 있다. 자동차 여행에 대한 사전 준비가 부족했음을 새삼 느낀다. 부하라에 오후 2시경 일찍 도착했다. 바깥 기온이 42도가 넘는다. 부하라 성 관광은 더위가 약간 식는 오후 5시에 가기로 하고 잠시 호텔에서 쉬기로 한다.
'부하라'는 '사마르칸트'와 함께 중앙아시아의 오래된 실크로드 거점도시이고, 유서 깊은 역사적 도시이다. 부하라는 13세기 초반 몽골족 침략 당시 완전히 파괴되었고, 현재의 성은 600년 전 티무르가 재건한 성이다. 부하라 성은 벽돌로 쌓은 20여 미터 높이의 성이다. 최초의 성곽은 기원전 4세기 이전에 축성되었다고 한다.
나라의 위치가 좋거나 자원이 많으면 강대국의 침략 목표가 된다. 동서양 교역의 관문이고, 풍요로운 곡창 지대인 우즈베크는 지정학적으로 강대국들이 호시탐탐 노리는 땅이다. 기원전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대왕 침략, 페르시아(이란) 침략, 투르크족 지배, 이슬람과 아랍군의 지배, 칭기즈칸 몽골족, 근, 현세는 러시아와 소련이 지배했던 비운의 지역이다.
도시가 파괴되고 재건되기를 반복해서 부하라 성은 '불사조의 성'으로 불린다. 근세 19세기 중반 이후 러시아의 식민 지배 상태로 있었다. 1924년 소련의 스탈린이 인종과 언어, 역사가 다른 '타슈켄트, 사마르칸트, 부하라'을 하나로 통합시켜 소련연방에 편입시켰다. 1991년 소련 해체 후 세 도시가 주축이 되어 우즈베키스탄은 독립 국가가 되었다. 현재도 우즈베크는 지역별로 언어와 인종이 다르니 국민 통합이 힘들다.
![액화 메탄(METAN)가스 충전소. [사진=윤영선]](https://image.inews24.com/v1/ee3e050e226224.jpg)
'티무르'를 정신적 국부로 숭상하는 것도 이질적 민족과 문화를 하나로 통합하기 위함이다. 우리는 영토가 좁은 나라이지만, 단일민족과 단일언어의 국가임이 행복함을 알게 된다. 부하라는 8세기 당나라 현종 때 절도사를 지내고 반란을 일으킨 소그드인 '안록산'의 고향으로 유명하다. 부하라에서 수천킬로 떨어진 멀리 당나라에 와서 당 현종의 부인 양귀비에게 아첨을 잘해서 당시 6개 절도사 중에서 3개 절도사를 겸직한 역사적인 인물이다.
우즈베크에 여행 다녀온 사람들이 들에서 밭매는 여성도 탤런트 같은 미인이 많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주위에서 미모의 여성을 본 적은 없다. 미인 얘기하면 중국인의 과장법이 세계 제일이다. "양귀비의 미모를 본 하늘의 달도 수줍어서 구름에 숨고, 정원에 활짝 핀 꽃도 양귀비의 미모를 보고 부끄러워했다"는 '폐월수화(閉月羞花)' 고사성어가 생각난다.
'부하라'도 인구의 70%가 이란계 타지크인이고, 언어도 이란어 계통인 타지크어를 사용하고 있다. 우즈베크 사람은 최소한 우즈벡어, 타지크어, 러시아어를 3개 국어를 알아야 한다. 우리나라에 시집오는 우즈베크 신부나 노동자들이 한국말을 쉽게 배우는 것은 우즈벡인의 선천적인 언어 재능이 우리와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통치자가 수시로 바뀌는 약소민족은 눈치가 빨라야 생존에 유리하다. 새로운 통치자의 언어와 관습을 빨리 배워야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칭기즈칸의 몽골 군대는 13세기 초 북쪽에서 키질쿰 사막을 종단하여 부하라로 쳐들어왔다. 이슬람 왕조의 지배에 있던 부하라는 맹렬하게 저항했다. 부하라 함락 후 몰골 군대는 아무도 살려주지 아니했다. 성인 남자와 여성뿐 아니라 어린아이들, 가축 등 살아있는 것을 모두 죽였다. 공포심을 불러일으켜 다른 도시들이 금세 항복하도록 만드는 고도의 전략이다. 부하라 성 내부는 칭기즈칸 군대가 폐허로 만든 모습을 그대로 남아있다.
![액화 메탄(METAN)가스 충전소. [사진=윤영선]](https://image.inews24.com/v1/bf6cbeb866ec51.jpg)
부하라는 도시 재건 시 폐허가 된 부하라 성 내부는 방치하고, 성 바깥에 신도시를 건설했다. 아래 이슬람 첨탑은 12세기에 건설된 '칼론 미나렛 탑'이다. 칭기즈칸의 지시로 파괴를 면한 부하라에서 가장 오래된 건축물이다. 이 탑의 높이는 48미터로 중앙아시아 미나렛 탑 가운데 가장 높다. 칭기즈칸이 말 위에서 높은 미나렛 탑 꼭대기를 보려다가 모자가 떨어졌다고 한다.
모자를 주우면서 자기가 유일하게 머리를 숙인 곳이니, 탑을 파괴하지 말고 보존하라고 지시해서 현재까지 보존된 행운의 탑이라고 전한다. '미나렛 탑'의 주된 용도는 이슬람교 예배 시간을 알리는 것이다. 과거 어두운 밤중에 탑 꼭대기에서 불을 밝혀서 멀리 사막을 건너오는 상인들에게 등대 역할도 했다고 한다.
칼론 미나렛 양옆의 건물은 마드라사(대학)로 현재도 신학을 가르치는 학교이다. 옅은 회색과 하얀색의 마드라사 건물, 아름다운 첨탑과 광장이 잘 어울린다. 인간사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는 말이 있듯이 문화 유적도 운이 있어야 오래 간다. '칼론 미나렛'은 칭기즈칸의 떨어진 모자 때문에 800년 이상 존속하고, 유네스코 세계 유적으로 관광객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액화 메탄(METAN)가스 충전소. [사진=윤영선]](https://image.inews24.com/v1/444691ab4d030d.jpg)
부하라 시내를 관광하는 동안 솔에 존 씨를 통해 차를 정비소에 보내서 수리하였다. 우리는 내일부터 키질쿰 사막 통과를 위해 자동차 미션오일, 엔진오일, 냉각수, 요수소를 보충하고, 오랜만에 자동차를 세차하였다. 먼지와 모래로 지저분하던 차가 깨끗해지니 기분이 좋다. O 대표 차는 라디에이터에 미세한 구멍이 생겨서 물이 샌다. 냉각수를 자주 채워야 한다.
부하라는 인구 28만 명의 중소도시이다. 저녁 식사하러 간 식당은 2인조 밴드가 음악을 연주한다. 식사하러 온 여자 손님들이 홀에 나와서 댄스를 춘다. 우즈베크 남자들은 술만 먹고 있다. 이슬람교를 믿는 부하라 지역은 여자들이 맥주를 마시고, 춤추는 것을 관대하게 허용하는 것 같다. 우리 일행도 댄스파티에 끼어들어 잠시 객기를 부렸다.
![액화 메탄(METAN)가스 충전소. [사진=윤영선]](https://image.inews24.com/v1/b38ba2e00c4c69.jpg)
우리는 밴드 주자에게 흘러간 70, 80년 팝송 연주를 부탁하고, 우리가 잘 아는 러시아가요(백만송이 장미, 백학 등) 신청곡을 부탁하였다. 식당에서 한 시간 이상을 밴드의 생음악 연주를 들으며 시간을 보냈다. 팁으로 20불을 주었더니 완전히 감동이다. 아내는 쓸데없이 돈을 쓴다고 핀잔이다. 20불은 우즈베크 돈으로 28만 솜이다. 팁 문화가 없는 우즈베크 가난한 연주자에게 오늘은 행운의 날이다. 식당에서 나올 때 밴드 주자와 기념 촬영을 했다.
부하라에서도 편안한 여행과 즐거운 식사를 즐기고 있다. 우즈베크는 농산물 물가, 서비스 물가가 매우 저렴하다. 환전한 우즈베크 화폐(솜)이 조금 남아서 아내와 함께 숙소 근처의 건(乾)과일 가게에 갔다. 남은 우즈베크 돈(솜)으로 말린 과일을 많이 샀다. 여행 중에 먹고 남으면 서울에 와서 먹으면 된다. 아내는 그동안 힘들었던 시베리아, 타클라마칸 사막 일정과 비교하면서 우즈베크 여행은 매우 즐겁다고 말한다.
![액화 메탄(METAN)가스 충전소. [사진=윤영선]](https://image.inews24.com/v1/9214052e0a4af4.jpg)
◇윤영선 심산기념사업회 회장은 서울고등학교,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위스콘신대학 석사, 가천대학교 회계세무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제23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국세청, 재무부 등에서 근무했으며 청와대 경제수석실 행정관, 기획재정부 세제실장, 제24대 관세청장,삼정kpmg 부회장, 법무법인 광장 고문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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