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중독' 공모전 논란 일파만파…게임협단체, 보건복지부에 공개질의

[아이뉴스24 문영수 기자] 성남시가 '인터넷 게임을 4대 중독 물질로 규정한 공모전으로 파장을 일으킨 가운데 게임·인터넷 협단체들이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공개 질의에 나섰다. 게임을 사실상 4대 중독 물질로 규정해온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게임 협단체들이 '연합'을 형성하는 양상이다.

앞서 성남시가 주최하고 성남시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이하 SNAC)가 주관하는 인공지능(AI) 활용 중독예방콘텐츠 제작 공모전은 게임을 알코올, 도박, 마약과 함께 4대 중독 물질로 규정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이후 성남시는 '인터넷게임'에서 게임을 뺀 '인터넷'으로 재차 공모전을 감행했지만 여론이 진화되지 않고 있다. 특히 성남시가 보건복지부의 지침을 이행했다는 취지의 해명을 내놓으면서 사실상 이번 사태의 본질은 보건복지부에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일 게임 협단체는 "당초 성남시와 SNAC는 공모전 주제로 '4대 중독'을 제시하며 도박, 알코올, 약물과 함께 '인터넷게임'을 명시했다. 이는 게임을 그 자체로 사회적 해악이나 질병과 동일시하는 프레임을 전제한 것으로, 수많은 게임 관련 종사자, 연구자, 개발자, 이용자들의 자존과 직결된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언론의 비판에 직면한 성남시와 SNAC는 명확한 해명이나 사과없이 부처 보건복지부 지침에 따라 공모전을 진행한 것이라고 해명하면서, 해당 표현을 인터넷 게임에서 인터넷으로 수정해 공모전을 다시 강행하고 있다"며 "이에 게임 관련 종사자와 이용자를 포함한 시민사회의 목소리로서 게임·인터넷협단체는 다음과 같은 질의를 공식적으로 드린다. 귀 부처의 명확한 입장과 조속한 답변을 요구한다"고 했다.

게임·인터넷 협단체들은 △이번 공모전에 보건복지부가 어떤 방식으로 관여했는지 △보건복지부는 여전히 인터넷게임을 4대 중독 중 하나로 간주하고 있는지 △보건복지부는 게임이 '중독'과 연결된다는 기존의 부정적 인식을 반복하거나 강화하지 않기 위한 구체적 방안이 있는지 △SNAC에서 인터넷 게임을 인터넷으로 변경 진행하는 상황을 인지하고 있고 지침을 내렸는지 △'게임=중독' 낙인 유발과 인터넷 게임에서 인터넷으로의 변경에 따른 혼란에 공식 사과할 용의가 있는지 △공모전을 즉각 중단하거나 재검토할 의향이 있는지 등이다.

게임·인터넷 협단체들은 "게임은 단순한 오락을 넘어 창작, 산업, 문화, 수많은 사람들의 일상과 삶을 구성하는 중요한 매체로 그것이 도박, 알코올, 약물과 나란히 열거됐을 때 사회적 낙인과 오해는 그 자체로 실질적인 피해를 낳게 된다"며 "이는 게임 이용자, 개발자, 산업계, 학계가 오랫동안 경계하고 지켜온 가치에 대한 중대한 훼손"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청소년의 건강한 생활을 지원한다는 명분 아래 게임을 일방적으로 병리화하거나 부정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오히려 그들의 일상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왜곡된 접근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게임·인터넷 협단체들은 공개 질의에 대한 보건복지부 입장을 오는 6월 25일 오후 5시까지 서면 또는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해 달라고 요구했다. 또한 논란의 공모전은 사회적 합의와 사실에 기반한 정책적 재검토가 필요하며, 그 전까지 즉각 중단해 줄 것을 촉구했다.

한편 이번 공개 질의에 나선 게임·인터넷 협단체는 게임인재단, 한국게임이용자협회, 한국게임정책학회, 한국컴퓨터게임학회, 한국e스포츠산업학회,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 한국게임개발자협회, 게이미피케이션포럼, 현업온라인게임기획자모임, 게임e스포츠웹툰대학협의체, 게임인연대, K게임강국포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