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수많은 전문가들이 인공지능(AI) 시대 개막과 함께 한국 제조업도 흥망(興亡)과 성패(成敗)의 기로에 섰다고 진단한다. 자동차·반도체·조선·이차전지·방산·원자력·철강 등 각 산업에 맞는 제조특화 AI로 생산 효율을 극대화한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의미다.
![박정윤 인터엑스 대표가 20일 서울 금천구 인터엑스에서 아이뉴스24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https://image.inews24.com/v1/22dd83d2010f39.jpg)
지난 20일 서울 금천구 인터엑스 서울사무소에서 만난 박정윤 대표는 "산업별 제조 현장에 필요한 AI를 구축하고 산재돼 있는 수많은 데이터를 분석해 최적의 제조 솔루션을 제공하는 게 우리의 일"이라고 말했다.
인터엑스는 2020년 울산에서 설립된 산업별 제조특화 AI와 자율공장 운영 솔루션 전문 기업이다. 단순한 공정 자동화를 넘어 AI가 데이터를 분석·판단해 제조과정을 최적의 상태로 운영하는 '지능형 자율 운영'(레벨 4.0)을 목표로 한다.
'산업의 도시' 울산에서 설립된 만큼 자동차부터 전기·전자, 가전, 반도체, 이차전지, 기계산업, 정밀화학과 소재 산업에 필요한 AI를 개발해 현장에 적용해왔다. 국내 주요 대기업, 중견 기업이 고객사다.
박 대표는 "우리는 산업 맞춤형 AI 모델을 구축하려고 노력한다"며 "산업별 AI 모델을 만들고 해당 분야 기업들의 상황에 맞게 또 접근한다"고 말했다. 원재료 공급, 제조 속도와 온도, 검수 등 전 과정을 AI가 제어할 수 있는 모델을 공급하는 것이다.
박 대표는 AI가 제조업 현장의 크고 작은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보통 제조 현장은 20년 이상 근무한 숙련된 직원들이 컨트롤한다"며 "이런 분들이 기계, 설비를 잘 알고 제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장 전체의 제조 능력이 이들에게 달려있는 곳들이 꽤 많다"며 "이분들의 정년(停年)이 다가오고 있는데, 이어받을 직원이 없어 우려가 크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이런 상황에서 AI가 숙련된 직원들의 노하우는 물론 지금까지 작업한 내용과 미처 알아채지 못했던 빈틈까지 찾아내 제조 효율을 높여준다"며 "국내 공장에 적용해 본 분들은 해외까지도 확대하길 원한다"고 덧붙였다.
기업들이 해외에 공장을 세우면 국내와 다른 환경 탓에 '수율 잡기'에 큰 어려움을 겪는데, AI로 이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정윤 인터엑스 대표가 20일 서울 금천구 인터엑스에서 아이뉴스24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https://image.inews24.com/v1/47d735d99f7627.jpg)
박 대표는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의 6%는 사람의 '어처구니 없는 실수'에서 발생한다고 한다"며 "AI는 이 같은 문제에서도 자유롭다"고 했다.
제조특화 AI 구현의 첫 걸음은 데이터 수집이다.
인터엑스는 처음 고객사를 확보하면 회사 내부에 산재돼 있는 데이터를 정리, 분석하고 추가로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 집중한다고 했다.
박 대표는 "산업별로 어떤 데이터를 수집해 AI에 투입해야 제조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지 알고 있는 전문가가 거의 없다"며 "누군가 이걸 빠르게 실험하고 여러 시도를 해서 산업별로 정리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터엑스 울산 본사에서는 기계를 직접 돌려가며 필요한 데이터를 분류하는 작업에도 한창이라고 했다. 울산과 서울 외에 대구와 청주에도 연구개발(R&D) 센터를 운영 중이다.
![박정윤 인터엑스 대표가 20일 서울 금천구 인터엑스에서 아이뉴스24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https://image.inews24.com/v1/be5b5bbd95fae1.jpg)
세계 무대에서 제조특화 AI에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곳은 중국이다. 지난 20년간 빠르게 성장한 제조업과 AI 기술이 만난 덕분이다.
'1자녀 정책' 기간인 1980~1990년대에 태어난 2030세대가 공장 근무를 꺼리는 점도 제조특화 AI 발전을 앞당기고 있다.
박 대표는 "최근에 샤오미 전기차 공장을 가보고 깜짝 놀랐다"며 "자율제조, 제조 현장의 핵심 AI 기술들은 중국의 발전 속도가 엄청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가지 희망은 한국, 독일, 일본에만 축적돼 있는 제조 관련 기초 지식(knowledge)들이 아직 디지털화 되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전통적인 제조 강국들이 보유한 기초 지식은 서류로, 테이프로 남아있고 어떤 것들은 사람에게 있다"며 "우리도 생산기술연구원 등이 보유한 기초 지식을 잘 활용하면 중국을 견제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기업들이 제조 현장에 AI를 적용하는 투자를 망설이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유도 정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중견 그룹사들까지 (제조특화 AI 관련) 붐(Boom)이 확산돼야 하는데, 신생 사업이기에 섣불리 투자하는 게 쉽지 않다"며 "정부 차원에서 수요를 끌어올릴 수 있는 지원이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박정윤 인터엑스 대표가 20일 서울 금천구 인터엑스에서 아이뉴스24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https://image.inews24.com/v1/8fae80c9632ee2.jpg)
박정윤 인터엑스 대표는
부산 출생. 현대자동차 생산기술 분야에서 근무하다 1990년대 말 일본 도요타, 혼다 등 자동차 생산공장 건설 프로젝트에 엔지니어로 참여했다.
이후 미국계 컨설팅 회사로 자리를 옮겨 ‘제품수명주기관리(PLM: Product Lifecycle Management) 솔루션 컨설팅을 맡았다. 2004년 PLM 자체 구축을 돕는 회사를 창업해 10년가량 운영했지만, 시장의 한계를 느끼고 사업을 접었다.
2014년 독일 하노버 산업박람회에서 발표된 '4차 산업혁명'을 접하고, 유니스트 기술경영전문대학원에 진학했다. 대학원에서 2016년 첫 팀 빌딩을 시작으로 2020년 창업까지 약 3년간 비즈니스 모델을 다듬었다.
올해로 창업 6년차에 접어든 인터엑스는 국내에서 제조특화 AI로 매출을 올리는 몇 안되는 AI 기업이다.
울산 본사, 서울·대구·청주 사무소를 뒀고 독일 프랑크푸르트에도 연구 거점을 마련했다. 조만간 일본 도쿄에도 사무소를 열 예정이다. 내년에는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박지은 기자(qqji051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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