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은경 기자] "4만원짜리 방이라 단가도 낮은데, 수수료만 10%씩 떼갑니다. 매달 수수료에 광고료까지 합하면 320만원까지 나가는데, 매출의 32%에 달하다 보니 남는 게 없어요."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오는 25일 야놀자와 여기어때 등 숙박 플랫폼의 가맹업소에 대한 '거래상 지위 부당 이용' 등 여부에 대한 심의를 진행한다.
숙박업자들은 플랫폼이 독과점 지위를 악용해 과도한 광고비와 수수료 부담을 안겼다며 공정위에 제소한 바 있다. 이에 비해 플랫폼들은 개발과 유지관리 등에 투입된 제반 비용을 고려하면 폭리를 취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며 맞서고 있다.
국회에서도 숙박을 비롯한 각종 플랫폼 사업자들의 독과점 문제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어 이번 정권 내내 제도적 개편안 도출을 두고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오는 25일 제1소회의를 열고 여기어때·야놀자·놀유니버스의 지위 남용 행위에 대한 안건을 심의한다.
공정위는 이번 사안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플랫폼이 일상생활의 필수가 되면서 독과점 문제로 인한 다양한 사회적 갈등이 표출되고 있어 적극적 대응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5년 전 시장 지배적 사업자인 숙박 플랫폼의 '갑질'이 이슈에 관한 사안이기도 해서다. 지난 2월 기준 야놀자의 사용자는 324만3274명, 여기어때는 308만6271명에 달한다. 아고다(179만3338명), 트립닷컴(132만3435명), 에어비앤비(107만7083명)를 합친 숫자를 크게 웃돈다. 점유율로 환산하면 야놀자가 약 30.82%, 여기어때가 29.32%로 야놀자와 여기어때가 전체 숙박 플랫폼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할 정도다.
숙박업자들은 이런 구조 때문에 높은 광고비와 수수료를 울며 겨자 먹기로 부담하고 있다고 호소한다. 23일 열린 국회 숙박 플랫폼 상생간담회에 참석한 용인의 한 숙박업자는 "일부 숙박업자는 숙박 플랫폼에 월 800만원씩 광고비를 내는데, 나만 안 하면 노출에서 밀리기 때문에 결국 플랫폼에서 광고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토로했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숙박업자들이 숙박 플랫폼에 지불하는 월평균 광고비는 평균 107만9300원으로 집계됐다.

다만 일각에선 숙박업계의 낮은 경쟁력과 높은 플랫폼 의존도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이날 참석한 다른 숙박업자는 "숙박업체 스스로가 플랫폼에 의지해 도태되는 구조"라며 "현재 상태가 지속된다면 마이너스성장으로 4~5년 후에는 줄폐업할 것"이라고 촌평했다.
아울러 네이버와 쿠팡 등 다른 플랫폼에서 숙박을 예약하는 이들도 적지 않은 상황에서 두 숙박 플랫폼에 몸집 대비 과도한 광고료를 지불해야 하는 배경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물론 숙박업자들의 주장이 일반적 상황이 아닌 극단적 사례를 들어 사실을 호도하는 것 아니냐는 플랫폼 측의 의혹도 적지 않다. 즉 카드사 수수료를 제외하면 실질 수수료가 6% 안팎인 경우가 적지 않고, 5년여 전 불공정거래 행위로 지목된 쿠폰 발행 사안은 당시 시정조치가 완료됐다는 점에서다.
숙박업자들은 이번 사안을 통해 수수료와 광고비 협의를 위한 협의기구가 조성되기를 바라고 있다. 정경재 대한숙박업중앙회장은 "야놀자와 여기어때만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숙박업 경영자도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야놀자와 여기어때 측도 숙박업자의 안정적인 경영을 위한 협의와 대화를 지속하겠다는 의사를 비치고 있어 이번 공정위 심의가 합의를 위한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이에 숙박업계선 법적 제도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이날 발제를 맡은 법무법인 위민의 이주한 변호사는 "광고 계약체결의 투명성과 업주가 숙박 플랫폼 쿠폰 적용 등을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는 독립성, 광고비와 수수료의 적정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무위원회와 을지로위원회에서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두고 개선을 추진할 것"이라면서 "온라인플랫폼법 논의를 통해 플랫폼의 수수료 문제 등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지켜보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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