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경쟁력 입증"⋯세노바메이트 국산 40호 신약되나

[아이뉴스24 정승필 기자] 미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한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가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의 신속허가 품목에 지정되며 국산 40호 신약으로 허가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세노바메이트는 SK바이오팜이 후보물질 발굴 단계부터 임상, 판매까지 전 과정을 단독으로 수행해 미국 상업화에 성공한 약물이다.

24일 제약 업계에 따르면 식약처는 최근 SK바이오팜이 개발한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를 '글로벌 혁신제품 신속검사(GIFT)' 품목으로 지정했다.

GIFT는 신약의 신속한 시장 진입을 지원하기 위해 2022년 도입된 제도로, 과학적 타당성과 혁신성을 갖춘 품목에 대해 심사 기간을 줄이고 자료 제출 요건을 유연하게 적용한다. GIFT 대상에 오른 품목은 일반 심사 기간인 120일보다 25% 단축된 90일 내 심사 완료를 목표로 한다. 안전성과 무관한 일부 자료는 시판 후 제출할 수 있다. 그동안 GIFT 대상에 지정된 품목은 전체 1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노바메이트는 이미 미국에서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두고 있다. 2020년 미국 출시 이후 빠르게 시장에 안착했으며, 누적 처방 환자 17만명을 넘어선 상태다. 현지 직판(직접판매) 체계를 기반으로 한 마케팅 전략도 영업이익 증가에 크게 작용했다.

세노바메이트가 GIFT로 지정된 날짜는 올해 3월 7일이다. SK바이오팜의 파트너사 동아에스티가 품목허가를 신청한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앞서 동아에스티는 지난해 SK바이오팜과 세노바메이트의 기술도입 계약을 체결, 국내를 포함한 30개국에서의 허가·판매 및 완제의약품 생산을 담당한다.

식약처가 세노바메이트를 GIFT 대상 품목으로 지정한 배경에는 임상 3상 결과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임상 3상 결과에 따르면, 세노바메이트를 복용한 환자의 28%가 완전발작소실 효과를 보였다. 이는 기존 치료제의 완전발작소실 비율이 3~4%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세노바메이트는 뇌의 흥분성 신호를 전달하는 나트륨 채널을 차단해 신경세포의 흥분성과 억제성의 균형을 정상화하는 기전을 갖고 있다.

다만 GIFT 지정 후 90일이 경과했음에도 세노바메이트의 허가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식약처가 2022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34개 품목을 GIFT 대상으로 지정했지만, 이 중 실제로 신속 허가가 이뤄진 사례는 12건에 그쳤다.

이를 두고 업계 관계자는 "GIFT 대상에 오른다고 하더라도 허가 여부를 심사 과정에서 식약처가 요구하는 자료를 보완하는 등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며 "절차가 기대와 달리 까다로워 심사 종료 시점을 정확히 예상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동아에스티는 품목허가 획득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최종 허가는 물론, 상용화 이후 건강보험 급여 적용까지 순차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라며 "환자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유관 기관과 긴밀히 협의하며 신속한 준비에 나서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현재까지 국산 신약은 총 39개가 있다. 최근 기업들의 연구개발(R&D) 역량이 커지면서 신약이 탄생하는 주기도 단축되는 추세다. 2022년 대웅제약의 36호 신약인 '엔블로' 이후 신약 허가가 주춤했지만, 지난해 두 건의 신약이 탄생한 데 이어 올해도 39호 신약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