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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무엇이 KAI 사장을 '바지 사장'으로 만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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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최란 기자] "정권 바뀔 때마다 사장이 바뀌는 건 이제 익숙합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내부 관계자에게 사장 교체에 대한 생각을 묻자 돌아온 답이다. 말은 익숙하다고 하지만 그에 담긴 뉘앙스는 체념에 가깝다.

KAI는 항공기 제작·국내 방산 수출의 최전선에 있는 핵심 기업 중 하나다. 하지만 KAI 사장의 자리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체되는 자리로 전락한 지 오래다. 지금까지 KAI사장에 임명된 8명 중 내부 출신은 단 한 명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모두 정권과 가까운 관료나 군 출신 등 낙하산 인사였다. 인사 기준이 마치 정치권 인맥인 것만 같다.

KAI 사장 자리가 이렇게 된 것은 탄생배경과 관련이 있다. KAI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항공우주 분야 국내 대기업 3곳의 빅딜로 탄생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 자금이 들어갔고 지금도 1대주주는 한국수출입은행이다. 겉으로는 민간기업이지만 사실상 공기업처럼 정권이 나눌 수 있는 자리 가운데 하나가 됐다.

윤석열 정부 당시 임명된 강구영 사장도 새 정부 출범 첫날인 지난 4일 사의를 표명했다. 차기 사장이 선임되는 대로 물러나겠다는 입장이다. 명분은 새 정부 국정 방향에 부응하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정권 교체에 따른 정해진 수순이다.

KAI 사장 자리를 놓고 반복되는 낙하산 인사를 보면 기업에서 대표이사 사장은 과연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밖에 없다. 기업에서 대표이사 사장은 가장 큰 결정권을 가진 사람이다. 그의 결정이 그 기업의 현재와 미래를 다르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KAI에서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방산업계 한 관계자는 "KAI 사장은 실권이 없는 '바지 사장'일 뿐"이라며 "수출이나 사업 방향은 정해진 대로 진행되기 때문에 인사가 바뀌어도 큰 변화는 없다"고 말했다. 진짜 그렇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사장이 바뀌어도 별로 영향이 없다면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은 과연 무슨 역할을 하는 것일까. 사장 교체와 관련 임직원 사이에 "이제는 누가 와도 어차피 정권과 연결된 사람일 것"이라며 체념하는 분위기가 팽배한 것도 그 때문이다.

KAI가 더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성장하려면 사장 자리를 더 의미 있게 만들어야 한다. 정권의 핵심 인사 몇몇이 자의적으로 선택하는 낙하산 방식이 아니라 자격과 능력을 엄중히 평가해 선임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핵심이다.

KAI 사장은 방위산업과 우주항공산업에 밝으면서도 기업의 성장을 이끌 경영 자질까지 갖춘 인물이어야 한다. 많은 사람 중에 그런 사람을 골라야 한다. 비슷하게 낙하산 논란을 일으켜왔던 KT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사장 선임을 위해 최소한 객관적이 공정한 선출 시스템을 만들려고 노력해야 한다.

/최란 기자(ra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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