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여기 말고 인근에도 견본주택으로 임대해주는 공간이 있는데, 비어있는 곳들 많습니다. 견본주택으로 임대가 나가지 않아 (1층 부분을) 주차장으로 쓰면서 '월 주차'를 받고 있더라고요."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가설건물(가건물) 형태의 현장에서 만난 관계자가 이렇게 말했다. 이곳은 그동안 주로 견본주택으로 활용돼 왔다.
![분양이 줄어들면서 견본주택으로 쓰이던 건물마저 빈 채로 놀고 있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견본주택 임대 공간에 걸려 있는 '모델하우스 임대 문의' 현수막. 2025.06.25 [사진=이효정 기자 ]](https://image.inews24.com/v1/dba9f1cc68849a.jpg)
경기침체 속에 공사비 상승 여파 등으로 예정됐던 분양물량 일정이 잇따라 밀리면서 서울 곳곳의 견본주택 땅들이 빈 채로 남아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오전부터 오후까지 서울 강남구 삼성동과 역삼동 일대 견본주택 등으로 쓰이던 공간 여러곳을 방문한 결과, 1곳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문이 잠겨있었다.
삼성동의 경우 2개의 건물이 나란히 서 있는 형태인데, 그 중 1곳은 최근에서야 제주의 한 복합리조트 분양을 위한 견본주택이 입주해 쓰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관계자는 "이 건물은 오랫동안 비어 있다가 지난 4월 무렵부터 복합리조트 분양을 위한 견본주택으로 사용되고 있다"며 "경기가 안 좋으니까 견본주택 임대로 나가지 않는데, 그렇다보니 곧잘 지방 사업장이나 리조트, 레지던스 등의 용도로 대관이 된다"고 말했다.
바로 옆 다른 가건물에는 '모델하우스 임대 문의'라는 커다란 현수막이 매달려 있고, 그 아래로 '월 주차 받습니다'라는 현수막도 같이 걸려 있다.
![분양이 줄어들면서 견본주택으로 쓰이던 건물마저 빈 채로 놀고 있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견본주택 임대 공간에 걸려 있는 '모델하우스 임대 문의' 현수막. 2025.06.25 [사진=이효정 기자 ]](https://image.inews24.com/v1/560c67f7e3ac94.jpg)
![분양이 줄어들면서 견본주택으로 쓰이던 건물마저 빈 채로 놀고 있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견본주택 임대 공간에 걸려 있는 '모델하우스 임대 문의' 현수막. 2025.06.25 [사진=이효정 기자 ]](https://image.inews24.com/v1/481a2a8ee924eb.jpg)
보통 아파트 분양에 앞서 시행사나 시공사들은 사업장 인근에 땅을 빌려 가건물 형태로 견본주택을 짓고 수요자들의 방문을 받는다. 다만 사업장 주변이 아직 개발 초기 단계이거나 견본주택을 지을 적정한 땅이 없을 경우 분양 홍보 효과를 높이기 위해 필요에 따라 다소 떨어진 곳이면서도 유동인구가 많은 선호지역에 견본주택을 마련하기도 한다.
대형 건설사의 경우 복합문화공간 형태의 건물을 지어놓고 상시적으로 수요자들이 방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이곳에 신규 분양 아파트의 유니트를 만들어 견본주택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하이엔드 브랜드를 내세운 건설사 중 대우건설은 복합문화공간인 '써밋 갤러리', DL이앤씨는 '아크로' 브랜드 주택전시관, GS건설은 '자이갤러리'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도 복합문화공간인 '래미안 갤러리'를 갖추고 문화행사를 개최하기도 한다. 지난해 하반기 '잠실래미안아이파크' 분양 당시 이곳을 견본주택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그런데 올해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과 지방 할 것 없이 공급 물량이 줄었다는 점이다. 경기침체가 오래 지속되면서 분양 일정이 지연된 사업장이 즐비하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올해 서울에서도 분양 사업장이 많지 않은 편이고, 분양을 했더라도 임대료가 비싼 강남 등 선호지역에 견본주택을 마련할 여유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분양이 줄어들면서 견본주택으로 쓰이던 건물마저 빈 채로 놀고 있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견본주택 임대 공간에 걸려 있는 '모델하우스 임대 문의' 현수막. 2025.06.25 [사진=이효정 기자 ]](https://image.inews24.com/v1/d3f9f213fb7477.jpg)
![분양이 줄어들면서 견본주택으로 쓰이던 건물마저 빈 채로 놀고 있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견본주택 임대 공간에 걸려 있는 '모델하우스 임대 문의' 현수막. 2025.06.25 [사진=이효정 기자 ]](https://image.inews24.com/v1/94e73d4ccd222e.jpg)
직방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국에 아파트 분양 물량은 8만2769가구(6월 말까지 공고 예정 물량도 포함한 기준)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2만3166가구, 21.9% 줄었다. 수도권은 4만7076가구로 같은 기간 0.9% 증가하는데 그쳤고, 지방은 3만5693가구로 39.8%나 급감했다.
분양시장은 연기됐던 물량이 하반기에 공급되면서 보릿고개를 넘길 것으로 기대된다. 하반기 분양 예정 물량은 12만9242가구로 지난해 하반기 11만4934가구보다 12.4% 늘어난다. 수도권만 보면 8만4089가구로 같은 기간 8%, 지방은 4만5153가구로 21.8% 증가한다. 다만 분양 예정 물량이 그대로 시장에 나오기는 힘들 전망이다. 경기의 흐름과 자금여력, 분양사업성 등에 따라 주택사업허가 이후 실제 분양까지 시일이 지체되는 경우가 적지 않아서다.
김은선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최근 수도권 분양시장은 가격이 비싸더라도 청약 성적이 좋은 사업장도 있는데, 지방의 경우 분양가 책정부터 공급 시기까지 고심해서 분양에 나서기 때문에 분양 일정이 지연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전에는 청약예정자들이 견본주택을 직접 방문한 후 청약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최근에는 사이버 견본주택을 많이 참고하기도 하기 때문에 서울 주요지역의 견본주택 임대 공간이 공실로 남을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효정 기자(hyo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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