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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에너지부, '죽'도 '밥'도 안되게 생겼다 [지금은 기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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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정부의 기후정책, 규제와 진흥 뒤섞여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죽이 필요한 사람이 있고, 밥을 먹어야 하는 사람이 있다. 죽을 먹어야 할 사람에게 밥을 주고, 밥이 필요한 사람에게 죽을 준다면 이는 최악이다.

죽도 아니고, 밥도 아닌 ‘것’을 두 사람에게 준다면 둘 다 만족하지 않을 것이다. 이재명정부의 기후에너지부가 지금 딱 이 형국이다.

이재명정부는 기후변화에 대한 정책을 강화하겠다고 대통령 후보 시절 강조했다. 화석연료를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고 탄소중립을 위해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위해 환경부의 기후정책과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를 합쳐 기후에너지부를 신설하겠다고 공약했고 관련 조직 개편을 국가기획위원회에서 다루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김성환 의원을 최근 환경부 장관으로 내정했다. 기후변화의 적극적 대처를 위한 기후에너지부 신설을 반기면서도 이재명정부의 최근 행보를 비판하는 이들이 많다. 방향성에 문제가 있다는 거다.

정부 부처는 그 역할에 따라 나눠 보자면 크게 ‘진흥부처’와 ‘규제부처’로 나눌 수 있다. 환경부는 규제부처이다. 반면 산업부의 에너지는 진흥부처 성격이 강하다. 이재명정부의 기후에너지부는 ‘규제’와 ‘진흥’을 섞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규제와 진흥 기능이 결합한 부처에서는 진흥 쪽에 무게를 싣기 마련이다. 기후에너지부가 신설되면 에너지 확대 등 진흥 쪽에 무게가 실릴 것이란 해석이다.

그동안 환경부는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했다. 규제부처임에도 국토교통부 등이 개발을 위한 환경영향평가를 의뢰하면 ‘거수기’ ‘형식적 절차’에만 매몰된 적이 한, 두 번 아니다. 규제기능을 상실해 버린 측면이 강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환경보호부’가 아니라 ‘환경파괴부’라는 신랄한 비판까지 제기했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은 이를 두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환경부에 산업부 에너지 파트를 합치는 건은 생태·환경에 재앙”이라고 까지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 환경부 장관에 내정됐다. [사진=아이뉴스24DB]

이재명정부의 기후에너지부 신설이 환경부를 메인으로 하고 산업부의 에너지 파트를 옮겨오겠다는 것이라면 ‘최악의 기후에너지부’가 될 것이란 진단이다.

이 위원은 “환경부 업무에서 기후 업무는 일부에 지나지 않고 자연생태, 폐기물, 화학물질, 공장과 자동차의 각종 대기오염 물질을 처리하는 부서나 인력이 월등히 많다”며 “환경부는 원래 작은 부처인데 그 중에서도 기후 업무는 특히 작다”고 설명했다.

반면 산업부의 에너지 부서는 매우 방대하다. 산업부 2차관이 에너지 업무를 총괄하는 데 전력과 에너지는 산하기관도 많다. 산업부 소관 기관만 27개에 이른다. 반면 환경부는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가 기후관련 사실상 유일한 소속기관이라고 부연했다.

이 위원은 “이런 상황에서 환경부에 산업부 에너지 파트를 붙이면 환경부 고유업무는 사실상 모두 죽는다”며 “부처 간 규모에서 밀리고, 진흥 부서에 자연생태 업무가 붙으면서 환경영향평가 등 환경부 고유의 ‘규제 기능’은 뒷전으로 밀리게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은 현재의 기후에너지부가 아니라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환경부는 그대로 두고 환경부의 기후관련 부서와 산업부의 에너지 관련 부서를 모아 ‘새로운 부처’를 만들어야 한다”며 “환경부의 규제 기능이 에너지 진흥 기능에 묻히는 것은 최악”이라고 비판했다.

여기에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고속도로’ 공약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서해안과 호남의 재생에너지에 대해 송전탑으로 수도권의 반도체 공장 등 필요한 곳으로 송전하겠다는 공약이다.

이를 두고 환경단체들은 “생산은 지역에서 하고 소비는 수도권에서 하는 불균형이 여전하고 심화할 것”이라며 “분산 전력과 자급자족 시스템 등으로 새로운 에너지 수급 전략을 짜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력이 필요한 기업이 있다면 전력 생산의 가까운 지역으로 기업을 옮기는 게 맞다는 것이다. 수도권에 집중해 있는 기업의 생존을 위해 언제까지 지역이 고통받아야 하는지, 이젠 그 고리를 끊어내야 할 것이라고 환경단체들은 주문하고 있다.

인공지능(AI) 3대 강국을 제1호 공약으로 내세운 이재명정부가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한 AI 진흥을 위해 ‘무조건 지원’ 식의 정책으로 매몰되지는 않을까 우려된다고 토로했다. 이 과정에서 기후 정책은 뒷전으로 밀리고 환경 관련 규제마저 갈 길을 잃게 될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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