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8월10일)은 '부하라'에서 '키질쿰 사막'의 오아시스 도시 '히바'로 가야 한다. 과거 당나라 시대 실크로드 상인은 부하라에서 남서쪽 투르크메니스탄 통과, 카스피해 남쪽, 이란의 '테헤란'을 지나서 튀르키예의 '이스탄불'로 이동했다. 현재 '투르크메니스탄'과 '이란'은 외교부의 여행 자제 나라이고, 위험한 치안 문제 때문에 '테헤란' 방향으로 가는 남쪽 길은 포기했다.
대신 키질쿰 사막의 서북쪽으로 올라가서 카자흐스탄 통과, 카스피해 북쪽 우랄강을 건너 남러시아로 들어갈 계획이다. 7월 초 동해항을 출발하여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 시베리아 대평원, 바이칼호수를 지났는데 이번에 또다시 남러시아로 재입국한다. 아침 식사 후 부하라 성벽을 배경으로 기념 촬영을 하고, 현지 가이드 솔레존 씨, 로디나 양과 작별 인사를 했다.
![키질쿰 사막, 카스피해 북부, 코카서스산맥 종단 등 여행 후반기 경로. [사진=윤영선]](https://image.inews24.com/v1/5b2be81b53cc8d.jpg)
우리는 키질쿰 사막을 종단하여 북쪽으로 향한다. 키질쿰 사막은 현지어로 '붉은 사막'이라는 뜻이다. 키질쿰 사막은 30만 평발 ㎞(남한 3배) 크기로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에 광활하게 펼쳐져 있다. 8월 초순인데도 초원의 풀은 노랗게 색상이 변해가고 있다.
부하라에서 '히바'까지 440㎞ 거리이다. 부하라 근처 초반부 길은 포장이 잘 되어 있는데 200여㎞ 지난 지점부터 도로 상태가 매우 나빠지기 시작한다. 비포장도로와 비슷한 자갈밭 길을 속도를 줄이며 달린다. 가끔 화물차가 반대편 차선에서 지나가면 흙먼지가 자동차의 앞을 가린다.
키질쿰 사막은 지난 1320년 칭기즈칸 군대가 부하라로 침략하러 올 때 물이 부족해 무척 고생한 사막으로 기록하고 있다. 이곳의 생명수는 파미르고원에서 발원하는 '아무다리야강'이다. 아무다리야강의 상류 지역에서 목화를 키우는 데 물을 많이 써서 사막의 하류 지역은 물이 매우 부족하다. 가끔 아무다리야강 지류 근처를 지나갈 때 대부분이 목화 밭이다.
키질쿰 사막의 한가운데에서 오후에 O 사장 차의 에어컨이 고장 났다. 자갈이 많은 도로 때문에 고장 난 것이다. O 사장 차는 시베리아에서 '터보' 고장으로 속 썩였는데 또다시 말썽이다. 키질쿰 사막 온도는 40도가 훨씬 넘는다. 에어컨이 고장 난 차의 탑승자는 사막의 찜질 통 더위 속에서 2시간 이상 생고생 운전을 했다.
![키질쿰 사막, 카스피해 북부, 코카서스산맥 종단 등 여행 후반기 경로. [사진=윤영선]](https://image.inews24.com/v1/7290022fb854aa.jpg)
오후 3시를 넘어 '히바 성'에 도착했다. 우리 숙소는 히바 성 시내의 작은 여관이다. 뒷골목에 있는 여관을 못 찾아서 잠시 골목길을 배회했다. 그래도 구글 맵의 지도 덕분에 낯선 초행길을 자동차로 여행할 수 있음에 고맙다. 히바는 인구 8만의 작은 도시이다. 히바 시내 자동차 정비소에 한국산 SUV 차량 에어컨 수리 기술자를 찾을 수 없다. 타슈켄트로 돌아간 솔레존 씨에게 전화해 히바에 사는 지인을 소개받았다.
솔레존 씨 친구의 도움으로 각각 다른 정비소에 근무하는 기술자 두 명을 찾았다. 두 기술자의 도움으로 새벽 1시 넘어서 간신히 에어컨을 수리했다. 에어컨 수리 때문에 O 사장과 통역관 윤 군은 히바 시내 구경도 못하고, 저녁 식사도 굶고 큰 고생을 했다. 히바는 디젤 기름을 파는 주유소가 없다. 수십㎞ 떨어진 주유소에 디젤 기름을 주문해야 한다.
주유소 직원이 기름통을 차에 싣고 와서 우리들 차에 디젤 기름을 채워준다. 히바는 동유럽과 가까운 작은 도시이고, 성 내부의 고대 건물이 온전하게 보전된 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적이다. 흙벽돌로 지은 고풍스러운 건물 때문에 유럽 관광객이 매우 많다. 히바 성벽도 부하라 성벽처럼 벽돌로 지은 성곽이다. 사막은 석재가 귀하기 때문에 구운 벽돌로 만든 성벽이다.
![키질쿰 사막, 카스피해 북부, 코카서스산맥 종단 등 여행 후반기 경로. [사진=윤영선]](https://image.inews24.com/v1/31f4d62a5f53a3.jpg)
히바 성 시내의 미나렛 첨탑도 층층이 예쁜 타일 장식, 기하학적 곡선, 시내를 내려보는 아름다운 고층 건축물이다. 석양에 반사되는 미나렛 첨탑은 종교적 분위기보다는 예술적 조각상 느낌이다. 이슬람교 발생 지역인 중동 지역 모스크의 탑은 뾰족한 첨탑인 반면, 우즈베키스탄의 미나렛 탑은 폭이 넓고 둥글고 미적으로 아름답게 발전했다.
시내 노점상의 상인이나 어린이들이 영어로 기념품을 사라고 호객 행위를 하는 것이 우즈베키스탄의 다른 도시와 구별된다. 러시아에 가깝기 때문인지 몰라도 히잡을 쓴 여성도 적은 서구적인 분위기이다. 우리가 도착한 날은 토요일인데, 인기 가수의 공연이 있다고 한다. 저녁 공연 때문에 석양 무렵 시내에 청소년 등 인파가 무척 많다.
![키질쿰 사막, 카스피해 북부, 코카서스산맥 종단 등 여행 후반기 경로. [사진=윤영선]](https://image.inews24.com/v1/618fd65af65dbb.jpg)
히바 주변은 산도, 강도, 평야도 없는 매우 단조로운 사막 지형이다. 단조로운 생활을 하며 살아가는 주민들에게 음악 공연은 커다란 볼거리인 것으로 생각된다. 골목마다 유럽의 관광객이 많고, 간혹 일본 사람들도 만난다. 히바에 사는 젊은 아가씨 두 명을 만났는데 낯선 동양의 남성에게 매우 친절하게 대해준다. 이슬람 율법과 달리 두 처녀는 히잡을 착용 안 했고, 우리 부부와 명랑하게 대화를 했다.
히바성 저녁 식사는 여관 3층 테라스 야외 식당에서 했다. 멀리 붉은 색 노을이 지는 사막의 낙조를 배경으로 하는 야외 테라스 식당은 낭만적인 아름다움이다. 여관에서 제공하는 저녁 요리도 매우 훌륭하다. 우즈베키스탄의 타슈켄트, 사마르칸트, 부하라, 히바의 요리가 약간씩 다르지만 값은 대체로 저렴하고, 음식 맛은 훌륭하다. 야간에 조명하는 미나렛 첨탑은 석양의 낙조와 어울려 한 폭의 풍경화이다.
며칠 동안 우즈베키스탄 고성 관광과 즐거운 여행시간을 보내고, 내일은 아침 일찍 카자흐스탄으로 출발해야 한다. 내일은 카자흐스탄 국경을 통과해 카자흐스탄 '베이네우'라는 작은 도시까지 650㎞의 사막 길을 이동해야 한다. 주유소가 드문 사막에서 자동차에 보충할 20ℓ 디젤 기름통을 각기 차에 한 통씩 사서 실었다.
![키질쿰 사막, 카스피해 북부, 코카서스산맥 종단 등 여행 후반기 경로. [사진=윤영선]](https://image.inews24.com/v1/70e2c641796552.jpg)
아침 7시 도시락을 준비해서 일찍 출발한다. 차 안에서 아침 식사를 하며 달린다. 사막에서 점심으로 먹을 샌드위치와 음료수도 근처 식당에서 구입했다. 도로 사정이 안 좋기 때문에 카자흐스탄 국경 도착시간이 얼마 걸릴지 알 수 없다. 국경에서 자동차가 쉽게 통과할지 걱정하면서 히바 성을 힘차게 출발한다. 끝없는 사막의 지평선 속으로 우리 차가 달려가고 있다.
사방에 마을, 구릉이나 언덕도 없는 뻥 뚫린 사막 길을 드라이브하는 것은 그 자체로 독특한 매력이 있다. 황량한 사막의 하늘은 높고 푸르고 맑다. 이곳 초원은 풀도 거의 없어서 방목하는 가축도, 유목민 천막도 안 보인다. 오랫동안 사막을 달리다가 히바에서 가져온 디젤 기름통으로 기름을 채운다. 생리현상도 사막의 모든 곳이 화장실이다. 우즈베키스탄 화장실 요금은 2000솜(약 200원)인데 휴게소가 없으니 화장실 갈 일도 없다. 여자는 서울서 가져온 커다란 검은 우산이 간이 화장실이다.
히바 출발 200㎞ 지점부터 도로가 완전 자갈밭 길이다. 자갈밭 사막 길을 달리는 도중 O 사장 차의 타이어가 펑크 났다. 오늘은 타이어 펑크, 어제는 에어컨 고장, 시베리아에서는 터보 고장 등 계속 말썽이다. 40도가 훨씬 넘는 사막의 뜨거운 햇볕 아래서 SUV 차량의 무겁고 커다란 타이어 교체는 일반인들은 쉽지 아니하다.
우리는 타이어 펑크를 대비해서 예비 타이어를 가져왔는데 매우 다행이다. 일행 중에 자동차 전문가 L 실장이 없었으면 훨씬 오래 걸렸을 텐데, 40여 분 만에 교체했다. 타이어 교체 후 추후 사고를 대비해서 예비 타이어를 다시 사야 하는지로 다툼이 생겼다. 향후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아 있고, 또 발생할지도 모르는 펑크를 대비해서 예비 타이어를 사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과 그냥 가보겠다는 O 사장과 작은 논쟁이 있었다.
![키질쿰 사막, 카스피해 북부, 코카서스산맥 종단 등 여행 후반기 경로. [사진=윤영선]](https://image.inews24.com/v1/9ea145c5ecc146.jpg)
점심은 키질쿰 사막의 도로 옆에 차를 잠시 세우고, 히바에서 사 온 샌드위치로 해결한다. 우리는 키질쿰 사막을 통과해 오후 6시쯤 카자흐스탄 국경에 도착했다. 카자흐스탄으로 입국하려는 화물차들이 수㎞ 늘어서 있다. 승용차는 화물차와 다른 길로 통과하기 때문에 기다리는 줄이 짧아서 다행이다.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의 국경 근처 사막에서 하염없는 기다림의 시간이 시작되고 있다. 사막의 육상 국경은 공항처럼 승객용 대기실, 실내 화장실, 간식을 파는 가게나 식당도 없다. 도로 옆에서 언제 차량을 통과 시켜줄지 무한정 기다려야 한다. 다행히 저녁 무렵의 사막은 기온이 떨어져서 한낮의 뜨거운 더위가 식어간다. 어느덧 사막의 국경은 해가 지고 어둑어둑해지고 있는데 통관 시간을 예측하지 못하니 길가에서 지루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튀르키예에서 왔다는 오토바이 여행자는 통관을 기다리는 도중 도로 위에서 코펠로 라면을 끓여 저녁 식사를 준비하고 있다. 우리는 아침과 점심을 이동하는 차 안에서 약식으로 먹었는데, 저녁 식사는 언제 할지 몰라서 처량한 기분으로 사막의 황홀한 낙조를 무심히 바라보고 있다.
![키질쿰 사막, 카스피해 북부, 코카서스산맥 종단 등 여행 후반기 경로. [사진=윤영선]](https://image.inews24.com/v1/9214052e0a4af4.jpg)
◇윤영선 심산기념사업회 회장은 서울고등학교,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위스콘신대학 석사, 가천대학교 회계세무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제23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국세청, 재무부 등에서 근무했으며 청와대 경제수석실 행정관, 기획재정부 세제실장, 제24대 관세청장,삼정kpmg 부회장, 법무법인 광장 고문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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