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한얼 기자] SK이노베이션이 자회사 SK엔무브의 상장을 사실상 철회하면서, 또다른 자회사 SK온의 상장 계획에도 의문부호가 커지고 있다.
SK온은 상장을 통한 엑시트 조건으로 재무적투자자(FI)로부터 수조 원대 자금을 유치했지만, 최근 다른 자산 유동화를 통해 자금을 마련해 FI 지분을 되사고, SK엔무브와의 합병을 통해 손익구조를 개선하려 한다는 시나리오가 부상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5일 SK엔무브 지분 30%를 추가 매입해 100% 자회사로 편입한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SK엔무브의 상장은 사실상 철회됐다. SK엔무브는 당초 상장을 전제로 IMM크레딧솔루션(ICS)으로부터 1조 1000억 원을 조달했으나, ICS가 보유한 지분 전량을 인수하면서 상장 계획도 철회된 것으로 해석됐다.
상장 철회 배경으로는 중복상장에 대한 시장의 부정적 기류가 핵심 원인으로 꼽힌다. 이재명 정부 들어 금융당국이 '쪼개기 상장' 문제 개선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고, 자본시장 업계 역시 중복상장에 대한 경계심을 키우면서 SK엔무브 상장 추진에 제동이 걸렸다. SK이노베이션도 더 이상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SK온 상황도 SK엔무브와 비슷하다. SK온은 2022년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 등 국내외 FI로부터 오는 2026년까지 상장을 전제로 2조 8000억원을 유치했다.
SK온의 경우 중복상장에 대한 부정적 기류와 배터리 업황 악화로 기업 가치가 제대로 인정받기 어렵다는 것도 상장 추진의 걸림돌로 거론된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 성장세 둔화되면서 2차전지 업종 전반에 대한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된 상태다.
SK온은 대규모 적자가 이어지고, 경쟁사 대비 수익성 확보도 더딘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 상황 등 여러가지를 고려할 때 SK온이 목표한 밸류에이션을 인정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상장을 통한 자금 조달 계획 자체가 근본적으로 재검토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SK이노베이션은 광양·파주·여주·하남·위례 등 민간 발전소 5곳과 LNG 터미널 등 인프라 자산을 활용해 약 5조 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는 LNG 발전 자산 유동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를 SK온이 FI로부터 유치한 투자금을 상환하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해석하고 있다.
SK온이 FI에게 투자금을 조기 상환하면 IPO 옵션은 사라지게 된다. 무리하게 IPO를 추진해야 하는 부담이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SK온도 상장이 철회되거나 상당기간 유보될 경우 SK온과 SK엔무브의 합병이 유력한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상장 부담 없이 합병을 추진하면 SK온의 적자 구조를 SK엔무브의 현금창출력으로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다.
SK엔무브는 SK이노베이션의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지난해만 688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정유 업황 악화 가운데서도 실적 방어에 크게 기여했다.
SK이노베이션이 SK엔무브 지분을 100% 보유하게 되면서, SK엔무브 지분을 보유한 FI의 동의 없이도 양사 합병이 가능해졌다는 점도 주목된다. 지난해 4월 SK엔무브와 SK온 합병은 당시 FI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다만 SK온은 IPO 옵션을 2028년까지 연장할 수 있어, 당장 FI에 투자금을 상환하기보다는 배터리 업황 반등 여부를 지켜보며 IPO 추진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SK온과 FI는 상호 동의 하에 1년씩 2028년까지 최대 2년간 상장 시점을 연장할 수 있다.
SK온 관계자는 "상장 일정은 비교적 여유가 있어 배터리 업황 반등 가능성도 충분하다"며 "현재로선 2028년까지 상장 완료 계획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26일 양사 합병설과 관련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사업포트폴리오 리밸런싱 등 다양한 전략을 검토 중이나,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공시했다.
/이한얼 기자(eo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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