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최란 기자] "우리나라 농가 세대주의 평균 연령이 68세입니다. 5년 지나면 이분들이 73세가 되는 건데 직접 농사를 지을 수 있을까요? 결국 땅은 가지고 있지만 누군가 대신 농사를 지어야 하는 상황이 되는 겁니다."
![나영중 대동 P.BIZ 개발부문장이 지난 24일 서울 서초구 대동 서울사무소에서 아이뉴스24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https://image.inews24.com/v1/9a43a457d8b577.jpg)
농기계 기업 대동의 나영중 P&Biz개발부문 부문장(전무)이 한국 농업이 직면한 현실에 대해 이같이 설명하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볍 가운데 하나로 인공지능(AI) 트랙터와 정밀농업 기술을 제시했다.
나 전무에 따르면 기존 농업이 가족 단위의 생계형 구조였다면 이제는 농작업 대행 전문 기업들이 등장하면서 기업화·산업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농작업 대행을 하는 영농법인들이 주식회사로 전환되면서 수익성을 추구하게 됩니다. 사람이 덜 들고 비료나 농약을 덜 쓰면서도 수확량을 늘릴 수 있는 방식을 찾게 되는 거죠"
이런 변화의 핵심에는 트랙터가 있다. 나 상무는 "고구마를 캐려면 수확기만 트랙터에 붙이면 됩니다. 트랙터를 몰고 다니면서 모든 작업이 가능하죠. 다시 말해 농작업을 위한 플랫폼이 바로 트랙터"라고 설명했다.
1900년대 초 트랙터가 등장하면서 미국에서 대규모 농업이 가능해졌던 것처럼 현재도 트랙터는 농업 기계화의 핵심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말 자율작업 가능한 레벨4 트랙터 등장"
![나영중 대동 P.BIZ 개발부문장이 지난 24일 서울 서초구 대동 서울사무소에서 아이뉴스24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https://image.inews24.com/v1/850e85eda2918b.jpg)
"저희 대동에는 '레벨3 트랙터'가 있습니다. 레벨3 트랙터는 아직 AI가 들어간 건 아닙니다. 대신 GPS 수신 장치가 탑재돼 있어요."
레벨3 트랙터는 GPS로 가야 할 위치의 좌표를 찍어주면 좌우 2cm 정도 오차 범위 내에서 직진을 정확하게 유지해주는 위치 기반 자율주행 트랙터다.
이 기술이 필요한 이유는 트랙터 작업의 특수성 때문이다. "보통 자동차는 앞을 보면서 운전하잖아요. 그런데 트랙터는 뒤를 봐야 합니다. 작업기가 뒤에 달려 있으니까요."
트랙터는 운전대가 앞에 있지만 작업기는 뒤에 있다. 이에 작업자가 운전대를 잡고 계속 뒤를 보며 작업해야 하는 구조다. 이렇게 하다 보면 직진 유지와 줄이 일정하기 어렵다.
"만약 고랑을 반듯하게 만들면 어떻게 될까요? 똑같은 필지에서도 더 많은 고랑을 만들 수 있습니다. 실제로 사람이 작업해서 삐뚤빼뚤한 경우보다 반듯하게 작업한 경우 고랑 면적이 20~25% 정도 더 늘어난다는 통계도 있어요."
하지만 레벨3 트랙터에도 한계가 있다. 작업을 쭉 하다가 필지 끝에 도달하면 다른 줄로 이동해야 하는데 이때 선회 작업은 아직 사람이 직접 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이걸 숙련된 작업 기사만 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앞으로는 이 작업까지도 AI가 제어하게 되는 구조로 바뀌게 됩니다. 레벨3 트랙터는 작업자의 피로도를 줄여주는 정도라면 레벨4 트랙터는 아예 작업 전문성이 없어도 AI 소프트웨어의 판단력에 따라 자율 작업이 이루어지는 트랙터가 되는 겁니다."
현재 개발 중인 레벨4 트랙터는 앉아만 있어도 AI가 작업기를 제어하면서 농작업을 수월하게 수행할 수 있는 트랙터다.
이는 농작업 대행을 하는 영농 법인 입장에서 경제적 의미가 크다. 전문 기사에게 주는 높은 일당 대신 비전문 인력을 활용해도 되니까 인건비를 줄이고 수익성을 높일 수 있게 된다.
"예전에는 자동차에 차선 이탈 경고 기능 같은 것도 옵션이었지만 지금은 거의 다 기본으로 들어가잖아요. 앞으로 AI 기반 기능도 트랙터에 기본 사양처럼 들어가게 될 거라고 봅니다."
대동은 레벨 4 자율작업 트랙터를 올해 말 개발 완료하고 내년부터 판매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밀농업, 투입 자원은 줄이고 수확량은 늘리고"
![나영중 대동 P.BIZ 개발부문장이 지난 24일 서울 서초구 대동 서울사무소에서 아이뉴스24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https://image.inews24.com/v1/c64287f53982e0.jpg)
이 자율작업 레벨4 트랙터는 AI시대를 맞이한 정밀농업의 시발점이 될 전망이다. 정밀농업은 약 1000평의 농지라도 1평 단위로 세분화 해 필요한 비료의 양을 파악할 수 있다.
전주기에 걸쳐 수집한 데이터를 활용하면 7~8% 가량 투입하는 자원을 줄이면서도 수확량을 7~10% 늘릴 수 있다는 게 나 전무의 설명이다.
"정밀농업은 데이터 기반 농업입니다. 토양 성분, 수분, 일조량, 작물 생육 상태 등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서 그 결과에 따라 트랙터가 스스로 판단하고 작업합니다. 예를 들면 이 구역은 질소가 부족하니까 비료를 조금 더 줘야겠다 또는 여기는 물이 많으니까 관수를 줄여야겠다는 식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나 전무에 따르면 지금까지 농사는 경험과 감에 의존하는 영역이 컸다. 하지만 앞으로는 데이터에 기반한 과학적 농업이 주류가 될 전망이다.
"특히 기후변화가 심해지는 상황에서 예전 방식대로는 작황 예측도 어렵고 효율적인 자원 운용도 어렵습니다. 물, 비료, 노동력까지 모두 부족해지는 상황에서 데이터 기반 정밀농업은 필수 전략이 될 것입니다"
"농업 초지능 위해 '소버린 AI' 필요"
![나영중 대동 P.BIZ 개발부문장이 지난 24일 서울 서초구 대동 서울사무소에서 아이뉴스24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https://image.inews24.com/v1/c38cdd5a7ef8f7.jpg)
대동이 추진하는 전략의 핵심은 단순히 하드웨어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단순히 기계만 잘 만든다고 해서 자율작업이 되는 게 아닙니다. 수많은 농작업 데이터를 모으고 그걸 학습시켜서 실제 농작업을 정밀하게 판단할 수 있는 AI를 만드는 것이 핵심입니다."
실제로 대동은 자체 머신러닝 서버를 돌리면서 농작업 상황별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AI 소프트웨어를 계속 학습시키고 있다. 사실상 '농업용 파운데이션 모델'을 만드는 과정과도 비슷하다는 설명이다.
나 전무가 언급한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과 피지컬 AI는 디지털 세계가 아닌 물리 세계에서 판단하고 행동하는 AI를 의미한다.
"이걸 농업에 맞게 만들면 신입 농부 수준의 기본 지능을 갖춘 AI가 등장하게 되는 겁니다. 이 AI를 농업 현장에 투입하면 빠르게 학습해서 숙련된 농부 수준까지 올라가게 되겠죠."
특히 나 상무가 강조한 것은 '소버린 AI' 개념이다. 이는 단순히 AI 기술을 보유하는 것을 넘어, 국가가 자체적으로 AI를 개발하고 운영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을 말한다.
"농업이야말로 지금 정부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소버린 AI의 굉장히 중요한 부분 중에 하나가 돼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농업도 사실은 안보 산업이잖아요. 식량 자급률이 30%도 안 되는 상황에서 갑자기 코로나나 전쟁 같은 이유로 공급이 끊겨버리면 심각한 위기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거잖아요. 소버린 AI 전략 안에 농업 피지컬AI를 포함해 '농업 초지능'의 발전까지 이뤄내야 합니다"
◇ 나영중 대동 P&Biz개발부문 부문장 프로필
![나영중 대동 P.BIZ 개발부문장이 지난 24일 서울 서초구 대동 서울사무소에서 아이뉴스24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https://image.inews24.com/v1/acd62921b09f8f.jpg)
△ 1968년생
△ 서울대학교 공법학 졸업(1995)
△ 모나쉬대학교 경영학 석사 (1999)
△ 한솔그룹 기획실, 한솔PCS 마케팅 전략실 (1999)
△ 수출 전용 휴대폰 제조사 부사장 (2002)
△ 영상기반 차량 Telematics 플랫폼 사업체 대표이사 (2011)
△ ㈜에이피엠픽셀 운영 총괄 부사장 (2019)
△ 대동그룹 입사, 대동애그테크 COO 상무 (2022)
△ 대동애그테크 경영 총괄 전무 (2024)
△ 대동 P&Biz개발부문 부문장, 대동애그테크 CSO 전무 (현재)
/최란 기자(ra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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