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로봇이 사람처럼 움직이려면, 사람의 동작을 배워야 한다. 제조 현장에 투입될 로봇의 경우 숙련된 직원의 동작과 공장 동선을 완벽하게 익혀야 한다. 여러 설비가 작동하는 현장에서 실수가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글·사진과 비교해 로봇에 학습시킬 만한 또렷한 동작이 담긴 데이터는 부족한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엔비디아가 올초 휴머노이드 로봇용 '코스모스 플랫폼'을 발표하자 전 세계 로봇 업계가 들썩였다. 코스모스 플랫폼으로 합성한 여러 행동 데이터를 로봇에 빠르게 학습 시킬 수 있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레브 레바레디언 엔비디아 옴니버스 및 시뮬레이션 기술 부문 부사장. [사진=엔비디아]](https://image.inews24.com/v1/5780c0514b4a4f.jpg)
레브 레바레디언 엔비디아 옴니버스&시뮬레이션 기술 부문 부사장은 최근 아이뉴스24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기업들이 인공지능(AI) 로봇으로 제조 효율을 높이려면 "디지털 트윈 기반 로보틱스와 고품질 합성 데이터를 통한 훈련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로봇이 직접 공장에서 업무를 배우는 게 아니라, 실제 공장 환경을 본떠 만든 가상 데이터로 빠르게 학습해야 한다는 의미다.
레바레디언 부사장은 "제조 현장은 데이터 수집이 제한적이고 예외 상황이 많다"며 "현실 제약 없이 반복 훈련과 검증이 가능한 AI 개발 환경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엔비디아는 코스모스 플랫폼과 △아이작 심(Isaac Sim) 옴니버스 기반 시뮬레이션 훈련 플랫폼 △젯슨 토르(Jetson Thor) 엣지 컴퓨팅 플랫폼 △그루트(GROOT) N1 휴머노이드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을 함께 공개하고 '개방형 로보틱스 생태계' 구축 의지를 밝혔다.
아이작 심은 실제 공장 환경을 가상으로 모델링하고, 여러 변수에 대응할 수 있는 훈련 데이터를 만드는 플랫폼이다. 코스모스 플랫폼은 이 훈련 데이터에 실제 물리 법칙을 적용해 대규모 합성 데이터를 생산한다.
최종적으로 휴머노이드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 'GROOT N1'이 △합성 데이터 △인간 영상 △실제 로봇 트레이젝토리 데이터 등을 로봇 훈련에 활용하는 식이다.
![레브 레바레디언 엔비디아 옴니버스 및 시뮬레이션 기술 부문 부사장. [사진=엔비디아]](https://image.inews24.com/v1/b5d41f801e8a12.gif)

레바레디언 부사장은 "아이작 심으로 공장 환경을 가상 시뮬레이션으로 재현하고, 로봇을 안전하게 설계·훈련·검증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며 "여러 작업 시나리오를 사전에 검증하고, 실제 환경에 배치하기 전까지 반복훈련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엔비디아의 로보틱스 플랫폼은 설계부터 시뮬레이션, 훈련, 배포까지 로봇 개발의 전 과정을 통합적으로 지원하는 엔드 투 엔드(end to end) AI 생태계"라며 "공장 자동화 다음 단계인 지능형 로봇과 휴머노이드 도입에 필수적인 기반 기술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들도 엔비디아와 로보틱스 분야 협력에 나섰다. 현대차그룹의 보스턴다이내믹스, HD현대 등이 대표적이다. 또 리얼월드, 에이로봇, 홀리데이로보틱스 등 로봇전문 스타트업들도 엔비디아 플랫폼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기존에는 로봇에 동작 하나하나를 학습시켜야 했다면, 엔비디아 플랫폼을 활용하면 대량의 가상 데이터를 빠르게 학습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레바레디언 부사장은 "글로벌 시장에서는 BMW, 폭스콘, 아마존 로보틱스, 문 서지컬 등 제조·물류·의료 분야의 기업들이 아이작 심을 활용해 시뮬레이션 기반 로봇 개발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엔비디아는 피지컬 AI라는 개념을 가장 강렬하게 제시했지만, 사실 로봇을 직접 만들진 않는다. 로봇을 빨리 학습시킬 수 있는 여러 툴(Tool)을 전 세계 기업들에 공급하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와도 같다.
![레브 레바레디언 엔비디아 옴니버스 및 시뮬레이션 기술 부문 부사장. [사진=엔비디아]](https://image.inews24.com/v1/76f7dfdb4c7967.gif)
하지만 레바레디언 부사장은 피지컬 AI 시대의 주인공도 엔비디아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피지컬 AI 시대는 로봇, 자율주행, 디지털 휴먼 등 AI 에이전트가 현실 세계에서 직접 행동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라며 "이를 준비하려면 지금보다 더욱 강력한 성능의 컴퓨팅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어 "대량의 학습을 위한 거대한 컴퓨팅 인프라, 합성데이터 담당 서버, 휴머노이드 로봇에 탑재될 컴퓨터 등 3가지가 필요하다"며 "엔비디아는 이 모든 분야에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고, 피지컬 AI 기업은 3가지 모두 사용하거나 한 가지 이상을 반드시 쓰고 있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씨티은행은 오는 2050년까지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규모가 7조 달러(약 9551조 50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연간 6000조원 규모인 자동차 산업을 뛰어넘는 수치다.
엔비디아가 '로봇의 두뇌' 역할을 하는 학습 플랫폼과 파운데이션 모델을 로봇 기업들에 제공하며 우군을 모으고 있다면, 또 다른 한 축은 테슬라다.
테슬라는 로봇 하드웨어부터 두뇌인 AI까지 홀로 만든다. 최근에는 신형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에 xAI가 개발한 거대언어모델(LLM) '그록'을 탑재했다고 밝혔다.
레브 레바레디언 엔비디아 부사장은
미국 할리우드 영화에 화려한 그래픽을 입히는 '워너 브라더스 디지털'과 '디즈니 드림 퀘스트 이미지'에서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스팀보트 소프트웨어'를 창업해 영화용 렌더링과 볼륨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스튜어트 리틀' '그린치' '엑스맨2' 등 인기 영화에 그의 렌더링과 알고리즘 기술이 쓰였다.
2002년 엔비디아 합류 후에는 프로그래밍 가능한 그래픽처리장치(GPU) 구현을 위한 최초의 셰이딩 언어 작업을 시작했다.
엔비디아에서의 최근 5년 간은 렌더링, 물리 시뮬레이션, AI 기술을 결합해 물리적으로 정확한 가상 세계인 엔비디아 옴니버스를 만들고 이를 플랫폼화했다.
/박지은 기자(qqji051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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