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최란 기자] 현대로템의 폴란드 K2전차 수출 방식이 '방산 4대 강국' 실현을 위한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민관이 역량을 총집결하는 '원팀 정신'과 실천이 그것이다.
방사청 관계자는 6일 "이번 K2전차 2차 이행계약은 방산업체를 비롯해 방사청, 국방부, 외교부, 기재부, 산업부, 육군 등 관련 부처와 기관이 모든 역량을 총결집해 '원팀'으로 노력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원팀의 노력이 낳은 성과는 컸다. 이번 계약 규모는 폴란드 정부 요청으로 비공개지만 업계에서는 약 8조800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2022년 8월 체결된 1차 계약(4조5000억원·180대)보다 2배가량 늘어난 규모다.
![폴란드 그드니아 항구에 도착한 K2 전차 모습. [사진=현대로템]](https://image.inews24.com/v1/3b2e05c22b5278.jpg)
계약 금액이 증가한 이유는 폴란드 현지 생산 공장 설립비용과 폴란드 맞춤형 전차(K2PL) 개발비 등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대한민국의 기술과 자부심이 담긴 '흑표'가 폴란드의 푸른 대지를 위풍당당 누비게 될 것이라는 생각에 참으로 자랑스럽다"며 "지정학적 위기를 기회로 삼아 다져진 대한민국 방위 산업의 생산력, 높은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역대급 규모의 폴란드 수출을 통해 다시 한번 입증된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방위 산업 종사자 여러분께서 일궈낸 K-방산의 업적에 국가가 날개를 달아드릴 차례"라며 "인재 양성과 연구 개발에 대한 대대적 투자는 물론 '국익 중심 실용외교'로 방산 협력국을 적극 확대해 나가는 일도 잊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현대로템과 폴란드는 2022년 7월 K2 전차 1000대와 K9 자주포 670여 문, 천무 다연장로켓 290여 문 등 총 440억 달러(약 60조원) 규모의 포괄적 무기도입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후 같은 해 8월 K2 전차 180대에 대한 1차 실행계약을 체결했으며 현재 한국에서 생산해 폴란드에 공급 중이다. 1차 물량은 내년까지 납품을 완료할 예정이다.
![폴란드 그드니아 항구에 도착한 K2 전차 모습. [사진=현대로템]](https://image.inews24.com/v1/4ae4e533c52727.jpg)
폴란드의 한국 무기 대량 도입 배경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이 크다. 우크라이나와 직접 국경을 맞대고 있는 폴란드는 전쟁 발발 이후 국방력 강화에 사활을 걸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폴란드는 러-우 전쟁 이후 무기를 빠르게 확보하길 원했다"며 "우크라이나와 바로 인접해 있어 위기의식이 높았고, 타국 무기체계도 검토했지만 K-방산의 빠른 납기와 가성비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이번 계약이 유럽 방산 시장 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폴란드를 시작으로 루마니아, 체코 등 동유럽 국가들로 수출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유럽의 자국 방산이 강화되며 유럽 진출이 어렵지 않냐는 우려도 나온다. 강은호 전 방사청장은 그러나 "경쟁할 분야와 협업할 분야가 있을 것이라며, 협업할 분야를 잘 찾아 구조를 짜면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협업 구조가 나중에는 방산 협력뿐만 아니라 안보 관련 기반 협력도 될 수 있다"고 장기적 비전을 제시했다.
국내 방산업계는 이번 계약을 발판으로 방산 4대 강국 도약에 한 발 더 다가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2020-2024년 기간 한국은 세계 무기 수출 점유율 2.2%로 10위를 기록했다.
미국(43%)이 1위를 차지한 가운데 프랑스(9.6%), 러시아(7.8%), 중국(5.9%), 독일(5.6%), 이탈리아(4.8%), 영국(3.6%), 이스라엘(3.1%), 스페인(3.0%) 순이다.
업계 관계자는 "4대 강국이 되려면 '원팀' 체계가 핵심"이라며 "과거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호주에서 서로 경쟁하다 둘 다 탈락한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1월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10조원 규모 호주 신형 호위함 사업에서 가격 경쟁력을 갖췄음에도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스와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에 밀려 입찰에 실패한 바 있다.
당시 업계는 독일과 일본 기업이 정부와 원팀을 이뤄 총력 수주전에 나선 것과 달리 양사가 맞소송을 벌이는 등의 갈등을 패배 원인으로 꼽았다.
새로운 판매처 발굴도 중요한 과제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동남아시아는 구매력이 부족하고, 유럽은 자국 산업 보호 정책이 강하고 미국도 자국 우선주의를 펼치고 있어 새로운 판로 개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란 기자(ra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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