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여당이 7월 임시국회에서 '보완'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했지만, 과연 짧은 시간에 심도 있는 논의가 가능한 지 의문이 든다.
기존 상법 개정안에서 유예된 쟁점 조항인 △대규모 상장사 집중투표제 도입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배임죄 보완·폐지 여부 모두 집중 논의가 필요한 주제들이기 때문이다.

특히 배임죄 보완·폐지는 형법 제356조(업무상의 횡령과 배임)에서 '경영적 판단'을 어떻게 제외할 지가 논의 대상이다.
이사회의 결정으로 주주들에게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그 결정이 '경영적 판단'이라면 처벌 받지 않도록 해달라는 게 경제계의 요구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경영적 판단의 정의부터 내려야 하는데, 이 논의만 수 개월이 걸려도 이상하지 않다.
여당의 계획대로 한 달 안에 '보완' 상법 개정안이 통과하려면 심도 있는 공청회가 수차례 열려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금융투자업계와 소액 주주들의 염원이 담긴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 확대'가 담긴 상법 개정안이 이미 통과된 만큼, '보완' 법안은 더욱 넓고 깊게 논의해야 하는 건 아닐까.
일각에선 상법 개정안으로 주주 권익이 향상된 만큼 차등의결권, 황금주, 포이즌필(Poison pill) 등 경영권 방어 수단을 도입해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우리 법에는 기업이 행동주의 펀드에 의한 적대적 인수합병(M&A) 공격을 방어할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주주들의 권리를 보장하는 법도 미약하고, 경영권 방어 수단도 미미했던 셈이다.
최근 거론되는 차등의결권은 창업주나 경영진이 보유한 주식에 일반 주식보다 더 많은 의결권을 부여해 경영권을 보호하는 제도다. 미국의 수많은 기술 기업들이 차등의결권을 활용해 경영권을 지키고 있다.
황금주는 보유한 주식의 금액이나 수량에 상관없이 주주총회에서 의결된 중요 사항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특별 주식을 뜻한다. 포이즌필은 적대적 M&A나 경영권 침해 시도가 발생할 경우, 기존 주주에게 시세보다 훨씬 싼 가격에 지분을 매입할 수 있는 권리를 미리 주는 제도다.
주요 경제 단체들도 상법 개정 후 소액 주주들의 무분별한 손해배상, 배임죄 소송과 외국계 헤지펀드의 경영권 공격 등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한국전력의 전기 요금 책정은 경제적 논리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앞섰던 게 사실"이라며 "외국인 주주들이 이를 이해할 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한국전력이 주주들의 압력으로 전기 요금을 인상하려 한다면 사회적 논란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법조인 출신 야당 인사는 "대형 로펌이나 변호사들은 새로운 시장이 열린 셈"이라며 "법무팀 규모가 큰 대기업들은 어느 정도 대응하겠지만, 지배구조가 취약한 12~30위권 그룹이나 중견 기업들이 해외 투기 자본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상법 개정은 1998년 '이사의 충실 의무' 조항이 처음 도입된 이후 27년 만이다. 27년 만에 열린 논의의 장을 한 달 속성으로 끝내기엔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이 너무나 막대한 것 아닌가. 경제계가 우려하는 부작용을 줄이는 방안까지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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