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식물은 푹푹 찌는 더위를 어떻게 극복할까.
특정 단백질이 고온 환경에 노출됐을 때 스플라이소좀의 작동 스위치를 켜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식물이 고온 환경에 필요한 단백질을 제 때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사람은 더우면 옷을 벗거나 시원한 곳으로 이동할 수 있다. 식물은 옷을 벗거나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없다.
![생명연 연구팀이 식물이 고온 환경을 극복하는 과정을 분자수준에서 규명했다. 교신저자 조혜선 박사, 제1저자 조승희 박사(오른쪽부터). [사진=생명연]](https://image.inews24.com/v1/6ca57ed198856e.jpg)
한국생명공학연구원(원장 권석윤) 식물시스템공학연구센터 조혜선 박사 연구팀은 식물이 고온 스트레스에 맞서 살아남는 비밀을 분자 수준에서 처음으로 알아냈다. 기후 적응형 작물 품종 개발과 정밀 유전자 조절 기술 개발에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모든 생물의 DNA에는 유전정보가 저장돼 있다. 이 정보를 복사해서 RNA라는 물질로 바꾼다. 이 RNA 안에는 단백질 합성에 필요한 부분(엑손)과 불필요한 부분(인트론)이 섞여 있어 불필요한 부분을 정밀하게 편집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RNA 편집 과정을 ‘RNA 스플라이싱(splicing)’이라고 한다. 실제 편집 작업을 수행하는 분자 복합체가 바로 ‘스플라이소좀(Spliceosome)’이다. 스플라이이소좀은 RNA를 정확하게 다듬는 일종의 재단사와 같은 역할을 한다. 식물이 기능적 단백질을 생산하도록 도와준다.
연구팀은 이 RNA 재단사인 스플라이소좀을 구성하는 핵심조절 단백질인 PP2A B′η(비프라임에이타)을 찾아냈다. 이 단백질은 식물이 고온 환경에 노출됐을 때 스플라이소좀의 작동 스위치를 켜는 역할을 한다.
RNA 편집과정이 이뤄지고 식물이 고온 환경에 필요한 단백질을 제 때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연구팀은 이 핵심조절 단백질의 기능을 좀 더 정확히 알아보기 위해 이 단백질을 인위적으로 제거하거나 반대로 많이 만드는 실험도 진행했다.
그 결과 이 단백질이 없는 식물은 고온에서 씨앗을 틔우지 못하고 쉽게 죽었다. 반면 이 단백질을 더 많이 가진 식물은 고온 환경에서도 건강하게 잘 자라고 생존율도 높았다.
이 단백질이 결핍되면 많은 유전자에서 RNA 편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생존에 필수 단백질의 생산이 어려워져 식물이 고온 스트레스에 취약해진다는 분자적 기전도 함께 찾아냈다.
연구책임자인 조혜선 박사는 “앞으로 기후변화로 인해 열에 강한 작물 개발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며, 이번에 밝혀낸 PP2A B′η 단백질의 기능은 기후 적응형 작물 품종 개발과 정밀 유전자 조절 기술 개발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논문명 : PROTEIN PHOSPHATASE 2A B′η drives spliceosome subunit dephosphorylation to mediate alternative splicing following heat stress)는 식물분야 국제 학술지인 ‘The Plant Cell’에 지난 5월 13일자 온라인 판에 실렸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