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민희 기자] 모듈러 건축 전문기업 엔알비가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며 신기술과 해외 진출 가능성을 강조했지만 실상은 자금 사정이 더 급한 모습이다. 최근까지 자본잠식 상태였던 데다, 이번 공모자금의 70% 이상을 고금리 차입금 상환에 사용할 계획이어서 '재무개선 목적 IPO'라는 인식을 지울 수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강건우 엔알비 대표는 11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IPO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상장을 통해 수십 년 이상 거주하는 공동주택에 최적하된 모듈러 기술로 건설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며 "안전하며 살기 좋은 주거 환경을 만드는 데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강건우 엔알비 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IPO 기자간담회에서 상장 계획과 향후 성장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김민희 기자]](https://image.inews24.com/v1/4ee62563349d18.jpg)
엔알비는 이번 상장에서 총 210만주를 공모한다. 공모 희망가는 1만8000~2만1000원이며, 예상 시가총액은 1877~2190억원 수준이다. 일반청약은 오는 17~18일 양일간 진행된다. 상장 대표 주관사는 NH투자증권이다.
이번 상장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자금 사용 계획이 변경됐다는 점이다. 회사는 애초 공모자금 약 417억원(공모가 하단 기준) 중 절반씩을 시설 투자와 차입금 상환에 나눠 쓰겠다고 밝혔지만 계획을 변경해 전체 70%를 차지하는 263억원을 부채 상환에 투입하기로 했다.
이는 회사의 열악한 재무 구조와 맞닿아 있다. 엔알비는 2022~2023년 대규모 투자 유치를 위해 발행한 상환전환우선주가 회계상 부채로 분류돼 자본잠식 상태에 놓여있었다. 해당 주식이 2024년 4월 보통주로 전환되면서 자본잠식은 해소됐지만, 올해 15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추가 발행하면서 부채는 다시 늘었다. 회사의 올해 1분기 기준 부채비율은257%로, 업계 평균(122%)의 두 배가 넘는다.
이에 따라 시설 투자 계획은 상당 부분 축소됐다. PC모듈러 제작 관련 자금은 자체 자금으로 먼저 지출됐으나 신규 배터리 금형 관련 투자 일정은 2026년 이후로 미뤄졌다. 이 같은 상황은 ‘성장 자금’보다는 ‘생존 자금’을 조달하는 IPO라는 인상을 남긴다.
다만 회사 측은 고도화된 기술력과 정부 지원, 시장 확장성을 근거로 반등 가능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날 강 대표는 “지난해부터 기존 학교 시장보다 70~100배 큰 아파트 시장에 진출했고, 국토부와 LH 등이 OSC(Off-Site Construction) 전략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며 “국내 성공을 발판 삼아 해외 수출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엔알비는 실제로 모듈러 주택 고층화 기술을 확보했고, 국내 최초로 중간 모멘트 골조 구조인증을 받은 기업이다. 보통 모멘트 골조 인증 기업으로는 현대엔지니어링, GS건설 등이 있지만, 중간 모멘트 골조를 확보한 곳은 엔알비가 유일하다. 회사는 올해 안에 특수 모멘트 골조 인증도 마무리할 계획이다.
시장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OSC 방식의 주택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로드맵을 내놨고, 엔알비는 이에 발맞춰 LH와 손잡고 의왕초평 A-4BL 공공주택 사업(LH 로드맵 1호)을 수주한 데 이어 GH의 고층 공동주택 연구과제에도 선정됐다.
또한 엔알비는 수직·수평 증축이 모두 가능한 콘크리트 모듈러(PC라멘조) 제품군을 기반으로 학교, 기숙사, 군 시설을 넘어 공동주택·호텔·코어모듈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국내 모듈러 시장 점유율도 2022년 15.2%에서 2025년 1분기 기준 31.5%까지 확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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