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수현 기자] 정부가 고강도 대출규제를 적용하면서 빌라 등 비아파트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전세대출 보증비율이 낮아진 동시에 다주택자의 대출 한도도 줄어 주택 임대 물량이 줄어들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달부터 단기등록임대를 재도입하는 등 대안을 마련했지만 시장에서는 회의적인 반응이 다수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03dd4afd6296b9.jpg)
13일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서울 연립·다세대 전월세 거래(7월 11일 집계 기준)는 총 6만3892건으로 1년 전 같은 기간 7만6873건 대비 1만건 이상 줄었다. 2년 전에 2023년 상반기(7만892건)와 비교해도 거래량이 적었다.
2022년부터 속출한 전세사기 여파에 아파트 이외 주택을 찾는 수요자가 줄어들면서 시장 침체가 길어지고 있다. 아파트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이 높아 매매가격이 전셋값보다 떨어지는 역전세 우려가 크기 때문에 임대차수요 또한 아파트로 이동하거나 월세 물건을 찾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지난달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방안(6·27 대책)이 시행되면서 비아파트 시장도 위축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책이 시행되면서 비아파트를 포함한 모든 주택이 포함돼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가 제한됐고 빌라를 보유한 다주택자의 주담대가 금지됐다. 전세대출 보증비율도 90%에서 80%로 낮아지면서 전세가율이 높은 비아파트에 부담이 커졌다.
문제는 수요자가 선호하는 아파트 전월세 매물이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월세 매물은 4만4602건으로 연초 5만1897건 대비 14.1% 줄었다. 내년부터 서울 입주 물량이 급감하고 6·27 대책에 따라 갭투자가 어려워지면서 향후 임대 물량 감소가 불가피하다.
가을 이사철이 다가오면서 주거 불안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각 학교가 개학하는 9월을 앞두고 이사 수요가 몰리는데 전세 매물이 감소하면서 임대료가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유주택자는 전세퇴거자금대출 한도가 1억원으로 낮아지면서 매달 월세를 내야 하는 월세 거래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점도 주거비 상승 요인으로 꼽힌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3205c3e7bc4498.jpg)
정부도 주택 공급 물량 확대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또한 지난달부터 비아파트 6년 단기등록임대가 6년 만에 부활하는 등 주택 임대 물량 늘리기에 나섰다. 단기임대주택에 등록하면 해당 주택에 종부세 합산배제, 양도세 및 법인세 중과배제 등 세제혜택이 주어진다. 신축을 지어 공급하는 건설형은 공시가격 6억원 이하, 기존 주택을 사들여 공급하는 매입형은 공시가격 4억원 이하(비수도권 2억원 이하) 주택이 대상이다.
정부는 등록임대 활성화를 위해 2017년 8·2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등록임대사업이 절세 수단으로 악용됐고 투기를 부추겼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2020년 8월 단기임대(4년)와 장기일반 매입임대(8년)을 폐지했다.
5년 만에 다시 제도가 재도입됐지만 여전히 제도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의견이 우세하다. 지난 문재인 정부 당시에도 제도를 시행한 후 약 3년 만에 번복한 바 있는 만큼 제도에 대한 신뢰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강희창 한국임대인연합 회장은 "문재인 정부에서도 임대사업자를 양성하기 위해 여러 제도를 도입했지만 곧이어 임대사업자를 줄이겠다며 제도를 폐지한 바 있다"면서 "과거 제도가 뒤바뀐 걸 본 투자자들은 제도의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어 투자에 나서기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11일 국토부장관 후보자에 지명된 김윤덕 더불어민주당 의원 또한 과거 주택임대사업자 세제 혜택을 주장했던 만큼 제도의 앞날이 불투명하다.
김 장관 후보자는 지난 2021년 5월 '집값 정상화를 위한 주택임대사업자 세제 혜택 폐지와 보유세 강화 촉구' 기자회견에서 "주택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전면 폐지하고 종부세를 비롯한 보유세의 실효세율을 높이면, 다주택자 주택이 대거 시장에 나올 것이고 집값을 정상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주택임대사업자 세제 혜택을 폐지해 정상 과세하는 것은 조세정의를 바로 세우고, 집값을 정상 수준으로 하락시킴으로써 서민들과 2030세대가 공정한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도록 하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새로 시장에 나올 신축 매물도 부족하다. 2022년 1~5월 2만1647가구였던 서울 다세대 주택 인허가 건수는 2023년 4956건, 지난해 2928건으로 급감했다. 올해는 5월까지 5062건을 기록해 지난해 대비 늘었지만 여전히 2022년과 비교해 물량이 적다. 비아파트의 경우 아파트보다 공사 기간이 짧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단기간 시장에 나올 수 있는 물량이 적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비아파트 임대를 활성화하기 위해 우선 시장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세사기 여파로 빌라를 찾는 수요자가 줄었고 지난 정부의 정책 실수로 투자자들도 빌라 매수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임차인이 전세 자금을 안전하게 돌려받을 수 있다는 인식을 줘야 한다"면서 "전세보증 가입을 보장하는 등 임차인들이 비아파트를 신뢰할 수 있는 제도 개선 방안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수현 기자(jwdo9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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