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라창현 기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11일 여당이 추진하는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 등과 관련해 공청회를 열고 상법 추가 개정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과도한 규제는 기업 성장을 막아 그 결과가 주주에게 돌아가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과 "대주주에 의한 이사 선임 독식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이 엇갈렸다.
![1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 열린 상법 추가 개정을 위한 공청회에서 정우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정책부회장이 진술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bea4e6c500ff3e.jpg)
법사위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는 11일 6월 임시국회에서 통과한 상법 개정안에서 빠진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 문제 등에 대한 전문가 의견을 듣기 위해 공청회를 개최했다. 집중투표제는 회사 이사를 선임할 때 주식 1주당 선임할 이사의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이고, 감사위원 분리 선출은 대주주의 영향력을 제한하기 위해 주주총회에서 다른 이사들과 분리 선출하는 대상을 늘리는 것으로, 모두 소수 주주의 권리 보호를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이 상법 개정에 속도를 내는 데 우려를 표했다. 곽규택 의원은 질의 시간을 활용해 "지난주 국회에서 상법 개정안이 통과됐고, 당시 집중투표제 같은 경우는 기존의 다른 이사충실 의무 등 개정된 상법의 효과·부작용을 고려해서 추후 논의하자고 얘기가 됐다"며 "이런 논의가 일체 무시된 채 지금 한 2주일 만에 다시 집중투표제가 논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박균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상법 개정의 취지가 '기업의 투명성' 확보라는 것을 강조하며 방어에 들어갔다. 박 의원은 "집중투표제와 분리투표제가 결국은 소수 주주 세력의 어떤 연합을 통해 감사위원들을 그래도 한 명이라도 포함해 보겠다는 것"이라며 "그걸 통해 기업의 투명성을 확보해 보겠다는 취지"라고 대응했다.
공청회에 진술인으로 참석한 전문가들은 집중투표제·감사위원 분리 선출과 관련해 "정관 개정을 통해 배제하고 있는 회사들이 90%를 넘고 있고, 2020년 상법 개정으로 1명의 감사위원을 분리 선임할 수 있게 됐지만 그 정도로는 여전히 3% 의결권 제한의 효과가 없다"며 상법 개정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김우찬 고려대 교수는 "비례대표의 원칙을 확립하고 대주주에 의한 자기감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상법 개정이 필요하다"며 △자산 2조원 이상 상장법인의 집중투표제 의무화 △자산 2조원 미만 상장법인의 집중투표제 도입·배제를 위해 정관 변경 시, 대주주 의결권 개별적 3%로 제한 △감사위원회를 설치한 상장법인의 경우 감사위원 전원 분리 선출 등을 제안했다.
윤태준 주주행동 플랫폼 액트 기업지배구조연구소장은 "(집중투표제는) 사실 소액 주주를 보호하는 제도로서 2세기 전부터 이미 논의가 된 제도이고, 긍정적 효과에 대해선 오래전 논쟁이 끝난 상태"라며 "기업의 경영 효율성을 해칠 수 있다는 비판과 달리 기업들의 경영 성과를 개선하는 게 일관되게 많은 나라에서 관찰됐다"고 했다.
이어 "집중투표제는 항상 소액 주주에게만 유리한 제도가 아니다. 실제로는 지분의 분포와 유사한 수로 이사가 선임되게 한다"며 "결과적으로 이사를 한 번에 많이 뽑게 되면 지분율과 비슷하게 이사의 수가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소수의 의사를 대변할 수 있는 이사가 들어가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1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 열린 상법 추가 개정을 위한 공청회에서 정우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정책부회장이 진술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e600d445d5083c.jpg)
반면 상장사 측에서는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이 서로 결합할 경우, 최대 주주가 5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기관 투자자 등 소수 주주가 연합해 이사회의 과반수를 선임하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를 내비쳤다.
정우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정책부의장은 "대주주의 전횡을 방지한다는 취지는 공감한다"면서도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이 결합해서 시행이 된다면, 경영권이 자연스럽게 넘어가게 되는 그런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상당히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또 "(정관에서) 집중투표제 배제를 금지하는 건 기본적으로 기업의 자율성 훼손하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감사위원 분리 선출 제도는 해외에서 입법례를 찾아보기 힘든 특수한 제도(형태)이며, 경쟁사가 추천한 사람이 감사위원으로 선임되면 회사의 기밀 유출 등이 상당히 우려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원래 집중투표제는 폐쇄 회사 중심의 제도다. 지금 자본 다수결의 원칙이 지배하는 대그룹에서는 이런 집중투표 제도가 도입돼서는 안 되는 것"이라며 "집중투표제가 도입되면 이사회는 대리전 전쟁터가 될 것이 틀림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또 "현재 가만히 놔둬도 집중 투표제를 도입한 기업은 이미 12개사가 되고 있다"며 "이 정도는 기업의 자율에 맡겨야 하지 않겠느냐, 너무 국가가 이런 거 저런 것까지 다 깐깐하게 간섭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감사위원 분리 선출에 대해서도 "상당히 위험한 제도다. 의결권 비례의 원칙이나 주주 평등의 원칙을 심각하게 위협한다"며 "지주회사 감사위원은 자회사 감사권까지 있기 때문에 정부가 지금까지 지주회사 체제를 장려해 온 정책과 역행해 오히려 정부 정책에 순응했던 기업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그런 모순이 있으며,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이르면 7월 임시국회에서 상법 추가 개정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또 정기국회에서는 '자사주 의무 소각 제도화'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문진석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오늘 공청회를 통해서 합의할 수 있으면 23일 통과할 수 있고, 합의가 없다면 좀 더 의견을 수렴하고 7월 임시국회 전에는 통과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라창현 기자(r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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