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업 경영 현장에서 ‘진정성’이라는 단어가 자주 언급되고 있다. 특히 MZ세대(밀레니엄+Z세대)가 소비자이자 직원의 중심으로 부상하면서, 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진정성 있는 기업 경영이 필수 과제로 자리 잡았다.
단순히 보여주기식 활동으로는 M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기 어렵다는 점은 이미 여러 사례를 통해 입증됐다. 기업은 MZ세대가 인식하는 ‘진정성’을 어떻게 측정하고, 이를 경영 전략에 효과적으로 반영할 수 있을까?
과거에는 설문조사나 인터뷰 등 전통적 방식을 통해 소비자의 인식을 파악했는데 소셜 미디어와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은 이제 기업에 대한 MZ세대의 인식을 훨씬 더 정밀하고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박혜수 책임컨설턴트(법무법인 화우 ESG센터). [사진=법무법인 화우]](https://image.inews24.com/v1/0a3b433d0a7bd4.jpg)
MZ세대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자신의 의견과 경험을 적극적으로 공유하며, 기업에 대한 긍정적 또는 부정적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낸다. 이처럼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면, 기업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형성되고 있는 기업에 대한 평판과 진정성에 대한 인식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AI 기반의 감정 분석 기술은 이러한 소셜 미디어 데이터를 더욱 효과적으로 해석하는 데 이바지한다. 단순히 특정 키워드의 언급 빈도를 넘어 댓글과 게시물의 뉘앙스, 감성 어조 등을 분석하면, MZ세대가 기업의 ESG 활동에 대해 어떤 감정(긍정, 부정, 중립)을 느끼는지, 그 감정의 강도는 어느 정도인지 더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업이 새로운 친환경 정책을 발표한 후 소셜 미디어에서 ‘실망스럽다’, ‘보여주기 식이다’와 같은 부정적 감성 언어들이 다수 포착된다면 이는 MZ세대가 해당 정책의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는 강력한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이러한 데이터 분석은 기업이 선제적으로 위기에 대응하고 ESG 전략을 정교화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한다. 미국의 한 식품 기업은 제품 포장재를 플라스틱에서 친환경 소재로 변경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초기에는 긍정적 반응이 기대됐는데 AI 감정 분석 결과 일부 소비자들이 새 포장재의 생산 과정에서 더 많은 탄소가 배출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음을 파악했다.
기업은 이에 대응해 포장재의 전 생애주기 분석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생산 과정의 친환경성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수정해 잠재적 위기를 성공적으로 관리할 수 있었다.
이처럼 기업의 진정성은 더 이상 내부 평가나 ESG보고서의 서술에만 의존할 수 없다. SNS와 AI 감정 분석은 MZ세대의 실제 목소리를 실시간으로 반영하며, 기업의 행동이 시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 객관적으로 보여준다.
물론 데이터 분석만으로 진정성을 완벽히 측정하고 관리할 수는 없다. 지속적 소통, 투명한 정보 공개, 실질적 행동이 뒷받침될 때 긍정적 평판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반대로, 형식적이거나 과장된 메시지는 오히려 부정적 여론을 증폭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규제 환경의 변화도 기업에게 진정성을 더 요구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기업의 ESG 정보공개를 의무화하는 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CSRD)을 도입했으며, 그린워싱 방지를 위한 규제 논의도 활발하다.
과거에는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사건이나 테스코의 회계 스캔들과 같이 재무적 부정행위가 주된 리스크였는데 이제는 ESG 관련 허위 정보 제공이나 그린워싱 또한 심각한 법적 리스크로 간주된다.
이는 기업이 단순히 ESG 활동을 ‘하는 척’ 하는 것에서 벗어나 실질적으로 실행하며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는 환경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제 기업 경영진은 브랜드 마케팅과 ESG 전략, 법무 리스크 대응이 각각 분리된 영역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ESG 대응에서 ‘어떻게 보이는가’ 만큼이나 ‘어떻게 읽히는가’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진정성은 선언이 아니라 해석의 결과이며, 그 해석은 데이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유통된다.
따라서 기업은 더 이상 자신의 진정성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시장이 사용하는 언어와 데이터, 감정의 흐름 속에서 기업의 진정성은 측정되고 평가된다.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은 객관적 데이터 기반의 진정성 평가 체계를 구축해야 하며, 이는 앞으로 ESG 경영에서 지속가능성과 경쟁력을 확보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박혜수 책임컨설턴트(법무법인 화우 ESG센터) hsoop@yoon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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