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한얼 기자]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석유화학 업계에 불어닥친 같은 불황의 위기 속에서도 미묘하게 다른 해법을 내놓고 있어 주목된다.
석유화학 부문의 구조조정과 경쟁력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큰 차이가 없지만,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방법에 차이가 엿보인다. LG화학의 경우 비핵심 자산 매각 전략에 주력하고 있다면, SK이노베이션은 계열사간 합병과 핵심 자산을 담보로 한 유동화 전략에 더 중점을 두고 있다.
두 회사 모두 배터리 사업을 핵심 자회사를 두고 있어 향후 배터리 사업이 어떤 성과를 낼 지에 따라 큰 영향을 받는다는 점도 비슷하다.

LG화학은 최근 기초소재 사업 중 하나인 비스페놀A(BPA) 사업부 매각을 위한 사전 작업에 착수했다. 연간 상각전영업이익이 1000억원이 넘는 안정적인 현금창출원임에도 불구하고, 경쟁 심화로 수익성이 악화되자 매각을 검토하고 나선 것이다. 매각가는 최대 1조 5000억원 수준으로 거론된다.
LG화학은 수처리 필터 사업부인 멤브레인 부문도 정리한 바 있다. 멤브레인 사업부를 사모펀드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에 약 1조 4000억 원에 매각하며 현금을 확보했다. BPA와 멤브레인 등 비핵심 자산을 연이어 매각하면서 배터리와 친환경 소재 등 미래 성장동력에 투자하겠다는 전략이다.
업계에서는 LG화학의 연이은 사업부 매각이 석유화학 업계 전반의 구조조정 흐름과 맞물려 있다고 본다. 국내 석유화학 업계는 공급 과잉과 글로벌 경쟁 심화로 수익성이 예전만 못한 상황이다. 이에 LG화학은 비주력으로 분류되는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고 핵심 역량을 배터리 소재와 친환경 분야에 집중해 체질을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LG화학이 비주력 사업 자산을 매각하는 데 집중하는 반면 SK이노베이션은 계열사의 합병과 핵심 자산을 담보로 한 유동화 전략에 주력하고 있다.
수익성이 낮은 자회사를 통합해 중복 비용을 줄이고, 사업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구조 개편을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 2월 SK온과 SK엔텀·SK트레이딩인터내셔널(SKTI)의 3사 합병을 마무리 했고 최근에는 회사의 액화천연가스(LNG) 자산을 담보로 유동화를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광양, 여주, 하남, 위례 등 민간 LNG 발전소 4곳을 묶어 약 5조원 규모의 유동화를 추진하는 동시에 보령 LNG터미널 지분 매각도 진행 중이다. 해당 발전소들은 SK E&S가 주도해 안정적인 현금 창출원 역할을 해왔지만, 그룹 차원의 현금 확보를 위해 대규모 자산 유동화에 나선 것이다.

업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유동화한 현금을 통해 SK온의 숨통을 틔어준 이후 SK엔무브와의 합병을 추진한 것으로 보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석유화학 경기 불황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중국발 공급 과잉과 글로벌 수요 둔화가 맞물려 나프타분해설비(NCC) 기반 범용 제품의 수익성이 계속해서 압박받고 있기 때문이다.
두 회사는 특히 장기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 빠져 자금 수혈이 필요한 배터리 사업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는 점도 같은 상황이다. 석유화학 사업의 구조조정을 통한 경쟁력 강화와 함께 배터리 사업의 부활도 준비해야 할 처지다.
LG화학의 배터리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북미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며 반등에 성공한 모습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2분기에 6개 분기 만에 흑자를 달성하며 492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52% 증가한 기록이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자회사인 SK온은 여전히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규모 적자 구조가 해소되지 않은 데다, 글로벌 수주 경쟁에서 실적 반전의 모멘텀을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 SK온은 원가 절감과 공장 가동률 개선 등을 통해 손익분기점 돌파를 시도하고 있지만 시장의 시선은 아직 냉정하다. 업계에서는 지난 2분기 실적에서도 부진을 이어갔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 불황이 장기화될수록 배터리 사업의 성과가 그룹 전체의 실적을 좌우할 것"이라며 "양사가 어떻게 차별화된 전략으로 배터리 부문을 성장시킬지가 핵심 관전 포인트"라고 말했다.
/이한얼 기자(eo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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