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SK하이닉스는 24일 인공지능(AI) 시장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중장기 수요에 대해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단언했다.
거대언어모델(LLM)에서 AI 에이전트, 피지컬AI까지 AI 시장이 확장되면 그만큼 연산량이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향후 HBM 시장은 초기 단계의 급격한 성장률까진 아니더라도 빠른 확산으로 고객 풀(Pool)이 넓어지고 있다"며 "그들의 신제품과 서비스가 출시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고성장이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살 사람 다 산 HBM? 빅테크 지출 오히려 증가
SK하이닉스는 이날 2분기 실적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AI 시장은 빅테크 기업들의 설비투자를 위한 자본 지출(CAPEX) 확대와 AI 스타트업 성장 등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AI 수요가 학습에서 추론으로 확대되고 고도화하면서 워크로드도 가파르게 증가하며 대역폭 병목 현상도 심화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세계 AI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는 엔비디아에 핵심 연산장치인 HBM을 공급하는 주요 플레이어다.
![SK하이닉스 HBM4 12단 샘플 [사진=SK하이닉스]](https://image.inews24.com/v1/2ca2cda847ad97.jpg)
그만큼 SK하이닉스의 실적발표를 앞두고 시장의 주된 관심사는 회사가 어떤 '중장기 전망'을 내놓느냐에 쏠렸다. 올해 연초부터 빅테크 기업들의 AI 투자가 둔화될 수 있다는 'AI 투자 피크아웃(peakout)설'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이 같은 상황을 염두한 듯 "HBM은 AI 시장에서 성능 증가에 결정적 역할"이라며 "앞으로도 이러한 중요성을 감안할 때 성장성에 대해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도 했다.
공교롭게도 SK하이닉스에 앞서 이날 실적을 발표한 구글 모회사 알파벳이 올해 CAPEX 계획을 750억 달러(102조6300억원)에서 850억 달러로 상향한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 HBM4 12단 샘플 [사진=SK하이닉스]](https://image.inews24.com/v1/51781b4b1f2265.jpg)
문준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알파벳 산하의) 구글 클라우드는 3위 사업자"라며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의 입장이 다를 수 있겠느냐. 메타도 투자를 더 늘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이날 자신의 SNS에 AI 챗봇 '그록'의 성능을 끌어올리기 위해 엔비디아의 'H100'급에 해당하는 AI 연산 반도체를 5000만개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머스크 CEO는 "GB200 3만개를 포함해 23만개의 그래픽처리장치(GPU)가 그록을 학습시키기 위해 '콜로서스 1'이라는 단일 슈퍼클러스터에서 가동 중"이라며 "'콜로서스 2'에서는 55만개의 GB200과 GB300의 1차 물량이 몇 주 뒤 가동될 것"이라고 썼다.
GB200과 GB300은 엔비디아의 블랙웰을 기반으로 한 최신 AI 플랫폼이다. 이들 제품에도 SK하이닉스가 HBM을 공급하고 있다.

HBM4 수익성 우려 "가격에 최대한 반영할 것"
차세대 HBM4의 경우 로직다이 가격 상승으로 수익성이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이에 대해 "HBM는 원가 상승을 고려해 가격에 최대한 반영하려고 한다"며 "고객과 최적의 가격을 형성해 시장을 활성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HBM4는 오는 4분기부터 'M15X 팹'에서 생산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내년도 고객이 (주문할) 물량에 대한 가시성이 확보돼 있기에 점진적으로 생산능력을 늘려나갈 것"이라며 "신규 팹의 생산 능력은 밝히기 어렵지만 공간의 제약으로 고객 주문을 대응하지 못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엔비디아의 중국 AI 반도체 수출 재개에 대해서는 "수출이 재개된 지 얼마 되지 않아 해당 제품의 HBM 정보를 확인 중"이라며 "수출 제재 전까지 주요 공급사였던 만큼 신속한 추가 대응도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 우시 등에서 운영 중인 팹은 현지용 구형 D램을 공급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주요 메모리 기업들이 구형 D램 생산라인을 HBM 제조를 위해 변경하면서, 수급이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낸드플래시가 금융투자사들의 출하량 예상치를 크게 상회한 배경에 대해서는 "하이퍼스케일러 고객들이 AI 투자를 확대해 eSSD 수요가 증가했고, 중국 내 판매 촉진 행사로 모바일 수요가 상승한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2Q 영업익 9.2兆…삼성전자의 두 배
SK하이닉스는 올해 2분기 매출 22조 2320억원, 영업이익 9조2129억원으로 역대 분기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35%, 영업이익은 68%나 늘었다. 2분기 영업이익률은 41%, 순이익은 6조9962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기존 최고 기록이었던 지난해 4분기를 넘어서는 실적을 또 한 번 기록한 셈이다. 영업이익의 경우, 4조원대로 예상되는 삼성전자의 두 배 이상이다. 국내 기업 가운데 SK하이닉스가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한 셈이다.
호실적을 바탕으로 재무상황도 더욱 탄탄해졌다. SK하이닉스의 2분기 말 현금성 자산은 17조원으로 전 분기보다 2조7000억원 늘었다. 차입금 비율은 25%, 순차입금 비율은 6%대로 낮아졌다. 순차입금의 경우 1분기말보다 4조1000억원가량 줄였다.
SK하이닉스 송현종 사장은 “내년 수요 가시성이 확보된 HBM 등 주요 제품의 원활한 공급을 위해 올해 일부 선제적인 투자를 집행하겠다”며 “AI 생태계가 요구하는 최고 품질과 성능의 제품을 적시 출시해 고객 만족과 시장 성장을 동시에 이끌어 나가는 ‘풀 스택 AI 메모리 프로바이더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박지은 기자(qqji051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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