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뉴스24 소민호 기자] '뉴노멀'이 일상이 됐다. 과거의 통념으로는 현재와 미래를 규정하기 힘들어진 세상이다. 무더위와 열대야, 폭우 등이 여름이면 당연한 현상이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처지다. 다음주에도 폭염이 아니면 폭우가 있을 것이란 예보가 다소 숨막히게 들릴 수 있지만, 어쩔 수 없다.
대낮 무더위를 견딘 후 야밤에 벌레 든 복숭아를 맛있게 먹어본 살떨리는 기억을 가진 이들은, 그런 뉴노멀이 크게 두렵지 않을 수 있다. 당시엔 벌레보다 주린 배가 더 문제였을 터여서다. 이상기후쯤은 무덤덤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를 경험칙으로 갖지 않았을까 싶다.
여름날 밤, 또다른 뉴노멀 현상도 일상화하고 있다. 오토바이 소리나, 윗층 거주자의 뒷꿈치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왁자하게 퍼져나가는 매미의 울음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지만, 인위적인 소음에는 잔뜩 신경이 쓰인다. 그래서 자려다 말고 되뇐다. "이 밤에 대체 무슨 음식을 주문해 먹는단 말인가" 내지는 "윗층 사람은 잠을 언제나 잘까".
인위적 소음이 있는 날과 없는 날은 마음이 천양지차다. 희망회로를 돌리며 소음이 없는 날이 되기를 바라지만, 그 희망이 헛된 경우가 태반이다. 소음 있는 날보다 없는 날이 기다려진다.
잠 못 드는 시간에 일어나 '없는 날'을 소망하며 검색했더니, '택배없는 날'이 튀어나왔다. 택배업 종사자들의 휴식을 보장하기 위한 목적에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매년 8월14일로 지정했다고 하는데, 2020년 주요 택배사들의 단체인 한국통합물류협회가 주도했다고 나와 있다.
가만 들여다보면, 배달이라는 업종은 밤잠을 설치게 할 정도로 활발하게 세상을 활보 중이다. 수많은 사회의 인프라 중에 중요한 위치를 점할 정도로 성장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택배를 하루 쉰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택배와 음식배달이 다른 테두리이고 고용형태 또한 다르기도 하지만, 물류산업의 후반부인 배달이라는 특징은 같은 묶음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국가통계포털에서는 배달업무 종사자를 42만8000명으로 집계하고 있다. 택배와 우편, 음식배달, 퀵서비스 등을 합친 숫자다.
이들이 밤낮없이 종횡무진하는 가운데서 최종 소비자들은 편리한 일상을 맛본다. 배달업 종사자들이 무더위 속에서 고생하는 것을 하루에도 몇차례씩 지켜보면서 존경스러운 마음이 드는 것은, 그만큼 힘든 여건에서도 충실하게 주어진 배달업무를 다하기 때문일 터다.
아마도 배달업 종사자들은 '없는 날'을 통해 과중한 업무로 인한 사건사고가 적지 않을 정도로 부각된 배달업과 배달 주체들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하려는 의도를 가진 듯 하다. 하지만 배달 서비스를 받는 측에서는 그 하루로 인해 불편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외면하기는 힘들 것 같다.
야밤 소음이 없는 날 포근한 잠자리의 기본 요건인 것처럼, 택배없는 날이 국민의 편안한 일상을 지켜줄 뜻깊은 계기로 작용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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