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은행권이 6·27대책(가계부채 관리 방안)으로 중단된 전세퇴거자금대출을 일부 재개하는 조짐이 보이고 있다.
대책 시행일 이전 계약에 한해 대출을 해주는 것인데 한도는 줄어들 여지가 있다. 대책 시행일 이후 기준으로 수도권의 1억원 초과 전세퇴거자금대출 규제는 여전하기 때문에 향후 전월세시장의 불안 요소는 여전하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이 지난 21일부터 규제 시행일 전에 소유권 이전등기 또는 매매계약 체결을 완료하고 임대차 계약을 마친 경우 수도권이나 규제 지역 임대인이라도 1억원을 초과하는 전세퇴거자금대출을 취급하기로 했다.
다만 대책 발표일 이전 계약이어도 종전 대비 대출 한도가 줄어들 여지가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23일 추가 공지를 통해 추가 기준을 제시하면서 본인 집(A)이 아닌 다른 주택(B)에 세입자로 머물던 집주인이 A주택의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줄 때 집주인은 B주택의 전세보증금(현금 기준)만큼 차감하고 주택담보인정비율(LTV)를 고려해 전세퇴거대출을 해준다.
이때 집주인이 B주택에 전세자금대출이 있다면 이는 제외된다. 전세자금대출은 집주인이 직접적으로 보유한 자금이 아니어서 전세대출금을 제외한 기준으로 집주인이 보유한 보증금을 계산하는 것이다.
집주인이 B주택의 소유자여도 비슷하게 '보증금 차감' 기준이 적용된다. 소유하던 B주택에서 살던 집주인이 매도를 하지 않고 세를 내준 후 A주택으로 이동하는 경우에도 B주택의 새로운 임차인의 보증금을 차감해서 A주택에 대한 전세퇴거자금대출을 해준다.
우리은행은 새 임차인이 있으면 보증금은 반드시 반환 목적으로만 써야 하고, 임대인이 자기 돈으로 돌려줄 수 없는 상황이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반환보증보험 가입 등 후속 임차인 보호조치 의무도 이행해야 한다. 후속 임차인이 없는 경우에는 대출취급일로부터 1년 이내에 임대차계약 체결 및 은행으로 통지해 수령한 보증금으로 대출을 상환한다는 조건도 붙는다. 집주인이 직접 입주하는 경우에는 1개월 내 전입신고를 마친 후 2년 이상 실거주하는 동시에 2년간 같은 목적으로 임대차대출 취급은 제한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6·27대책 이전에는 LTV 등을 고려해 대출 사례에 따라서는 10억원 규모의 전세퇴거자금대출도 가능했다"며 "하지만 이번 대책으로 1억원 초과는 대출이 안 된다. 우리은행의 경우 논란이 됐던 6·27대책 이전 계약분에 대해서는 여러 조건과 함께, 집주인이 다른 집의 세입자로 지낼 때 발생한 보증금을 차감해서 전세퇴거자금대출을 해주기 때문에 대출 한도가 줄어든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은행권에서는 6·27대책으로 혼란이 생기자 대책 시행일 이전 계약분에 대해서도 전세퇴거자금대출을 막았다. 금융당국이 ‘집주인이 전세금을 자력으로 반환할 수 없어야 한다’는 조건을 붙이자 아예 대출 길을 막아버린 것이다.
이에 시장이 혼선을 빚자 우리은행에 앞서 지난주부터 BNK부산은행은 6월27일 이전에 임대차 계약을 마친 사례에 대해 대출을 재개하기로 했다. 신한은행도 6월 27일 이전에 체결된 임대차 계약 중 역전세가 발생한 경우 대출을 허용키로 했다.

이렇게 은행들이 대책 이전 계약분에 대해 여러 조건을 붙이면서 대출을 재개했으나 전세퇴거자금대출을 둘러싼 혼란은 여전하다.
더욱이 6·27대책 시행일 이후 계약분에 대해서는 전세퇴거자금대출의 한도가 1억원을 초과할 수 없기 때문에 전월세시장에는 여전히 큰 도움은 되기 힘들 것이란 관측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월세가격은 매매시장의 영향을 받아 가격이 변동하겠지만 전세퇴거자금대출이 어려워지면 현재의 세입자가 나가고 새로운 세입자가 들어올 때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어 전월세시장에 일부 영향을 미칠수 있다"고 말했다.
대출 제한 기간이 길어지고 전셋값이 조정되는 경우 시장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심형석 우대빵부동산연구소장은 "전세퇴거자금대출 제한이 길어진다면 전세가격이 약세로 돌아설 수도 있다"며 "집주인 입장에서 전세퇴거자금대출을 안해도 되는 세입자들을 대상으로만 임차해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효정 기자(hyo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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