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승필 기자] 7월 말부터 8월 초에 집중됐던 제약업계의 여름휴가 관행이 변하고 있다. 조직 운영과 거래처 일정을 이유로 고정된 휴가제를 유지해온 관행에서 벗어나, 연중 자유롭게 휴가를 쓸 수 있도록 하는 자율 휴가제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한미약품그룹 연구원들이 연구개발(R&D)에 매진하고 있는 모습. [사진=한미약품]](https://image.inews24.com/v1/c94c930a3f037b.jpg)
26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여름휴가를 정해진 기간에 일괄적으로 시행하기보다 임직원 자율에 맡기는 추세가 확산되고 있다. 대부분 기업은 7월부터 9월 사이에서 자유롭게 휴가를 선택하거나, 연중 원하는 시기에 사용할 수 있도록 유연하게 운영 중이다.
대부분 기업은 여름휴가 기간에 특별 유급휴가를 제공한다. 짧게는 2~3일, 길게는 3~5일을 부여하고, 임직원은 주말과 개인 연차를 더해 일주일 이상 쉬는 식이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한미약품, SK바이오팜, SK바이오사이언스, LG화학 등 주요 기업은 연중 언제든 자율적으로 휴가를 사용할 수 있다. 직원 개인의 상황에 따라 휴가를 자유롭게 계획 가능하다.
외국계 제약사들도 자율 휴가제를 채택하고 있다. 다이이찌산쿄, 다케다제약 한국법인은 9월 내 자유롭게 휴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운영 중이다. 머크, 얀센, 일라이릴리, 노보노디스크 한국법인은 완전 자율휴가제를 시행하고 있다.
제약 산업은 다른 산업에 비해 폐쇄적이고 보수적인 문화가 강한 편으로 인식돼 왔다. 국내 대형 제약사가 7월 말~8월 초로 휴가 시기를 고정하면, 중소 제약사들도 이를 따르는 경향이 있었다. 이는 대형 거래처와의 일정을 맞추기 위한 측면이라는 업계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 같은 관행은 의약품 유통 현장에서는 부담 요인이 된다. 제약사들의 휴가가 특정 시기에 몰리면서 유통 업체들은 매년 여름 '의약품 재고 확보전'에 나서기 때문이다. 일부 제약사는 8월 중순까지 출고를 중단하는 경우도 있어, 유통 업체들은 이에 대비해 7월 마지막 주 이전까지 8월 초 사용분을 미리 확보하는 식이다. 그렇지 않으면 약국 공급에 차질이 생기고, 처방 조제가 지연되는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한미약품그룹 연구원들이 연구개발(R&D)에 매진하고 있는 모습. [사진=한미약품]](https://image.inews24.com/v1/b50c739a379082.jpg)
이에 따라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주요 기업의 자율 휴가 제도가 이런 불편을 덜어주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는 반응도 나온다.
유통업체의 부담을 조금이나마 완화하기 위한 변화도 나타나고 있다. 녹십자와 메디톡스는 7월~9월 중 자율적으로 여름휴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보령과 대원제약은 생산직과 사무직의 휴가제를 분리 운영한다. 보령의 사무직은 4월~12월, 대원제약 사무직은 8월 1일부터 22일 사이에 휴가를 선택하도록 한다. 생산직은 공장 가동 중단 일정에 맞춰 여름휴가를 사용한다. 보령의 경우, 개인 사정에 따라 일정 조정도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일부 기업은 여전히 조직 운영의 효율성을 이유로 기존 휴가제를 유지하고 있다. 연구개발(R&D), 생산, 영업 등 협업이 핵심인 업계 특성상 구성원들이 같은 시기에 휴식기를 가지는 것이 업무 혼선을 줄이는 데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특히 공장 설비를 정비해야 할 경우, 일괄 중단이 인력 운영과 비용 측면에서도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제약 업계 관계자는 "업무 효율성과 유통 안정성, 직원 만족도까지 고려한 자율 휴가제 도입이 점차 확산되는 추세"라면서도 "공장 운영 특성상 일괄 휴가가 불가피한 부문도 있어, 각 기업 상황에 맞는 유연한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승필 기자(pilihp@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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