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초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힘든 시기를 맞고 있다. 일종의 '신고식'을 힘들게 치르고 있는 셈이다.
고비를 넘겨가고 있는 장관 인사청문회와 시한이 임박한 미국 관세 협상은 이 대통령에게 다가온 최초의 시련이라고 할 수 있다.
우여곡절 끝에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자진 사퇴함으로써 이 대통령 리더십에 큰 손상을 주진 않았으나 그 여진을 잘 관리해야 할 부담은 여전하다.
이 대통령에 대한 국민 지지도가 여전히 높긴 하지만 인사 검증 시스템을 국민 눈높이에 맞추지 않으면 언제든 정치적 위기는 재발할 수 있다.
강 후보자 문제는 이 대통령과 여권에게는 아프지만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다. 이진숙 교육부장관 후보자만 지명 철회하고 강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하려는 의지를 내비쳤을 때만 해도 역대 정권처럼 집권 초 대통령의 ‘고집인사’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많았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국회에 요청한 청문보고서 재송부 기한을 하루 앞두고 강 후보자가 자진사퇴하면서 극적인 반전을 가져왔다. 그간 민주노총, 여성 관련 단체 등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에서 강 후보자 지명 철회를 강하게 요구하면서 그를 대놓고 감싸던 여권 핵심부도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강 후보자를 고집하면 여론 악화로 이어져 집권 초 국정동력이 저하되고, 자칫 여권 분열의 씨앗을 잉태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적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 시절 조국 사태처럼 지지층이 깨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힘을 얻으면서 여권이 ‘강 후보자 구하기’ 포기 수순을 밟게 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한 전직 의원은 "강 후보자의 갑질 이슈는 굉장히 민감한 문제이고 지지층 분열과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며 "하지만 급격히 민심이 흔들리는 시점에서 여론의 반전을 가져온 것은 이 대통령에겐 득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오히려 이런 반전을 통해 이 대통령의 위기 관리 능력이 더욱 조명되고, 민심을 거역하지 않으면서 권력을 자제한다는 이미지를 보여준 것은 긍정적인 면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전 최고위원은 "민주당 내에서 상당한 분열로 갈 것으로 예상했는데 여론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무섭다"고 혀를 내둘렀다.
이제 공은 이 대통령에게 넘어갔다. 인사 참사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인사 검증 시스템을 제대로 정비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가 되었다. 얼마나 투명하고 철저하게 인사 검증을 하느냐가 그의 국정운영 성패와 직결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이 대통령이 인사에 직접 개입하기 보다는 원칙과 기조를 제시하고, 대통령실 총리실 인사혁신처 민정수석실 또는 유사 기능 조직 간의 교차 검증 시스템을 구축해 조율하는 등 인사 검증 시스템을 다층적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후보자의 도덕성·정책역량·이해충돌 여부를 동시에 점검하는 사전 심층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시민단체·전문가 집단의 사전 의견 청취를 통한 국민참여 검증 시스템 도입도 검토해 볼만하다.
이 대통령의 정치 역정상 챙겨줄 사람이 한 둘이 아닐 것이다. 또 소신있는 국정운영을 위해 제 사람을 챙길 필요도 있다. 정치적 보은이나 코드인사가 불가피할 경우에도 이해관계에 얽힐 가능성이 높은 인물을 배제하고, 과거 발언·행적까지 포함한 정치적 리스크를 사전에 차단하는 방안은 철저히 마련되어야 한다.
김대중 대통령은 생전에 "정치라는 것은 내가 생각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국민의 생각을 따르는 것이 정치"라며 민심을 거역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인수위원회도 없이 시작한 이 대통령이 많은 어려움은 있겠지만 김 전 대통령 처럼 국민을 이기는 정권이 없다는 마음으로 인재 등용의 원칙을 세워간다면 이번 인사청문회는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
이 대통령이 마주한 또다른 도전은 거칠고 힘든 상대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벽을 넘는 것이다.
미국이 이미 부과를 예고한 25% 상호관세 유예시한(8월1일)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지만 우리 정부 고위 당국자들이 미국측 카운터 파트너와 제대로 된 협상을 못하고 있어 국민들의 우려가 크다.
아시아권인 일본 필리핀 인도네시아는 최근 미국과 협상을 타결했는데 한국이 줄곧 후순위로 밀리면서 우리측 협상대표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본격적인 협상테이블에 앉기 전에 한국에 만족할 만한 수준의 시장개방이나 투자계획을 가져오라는 일종의 '군기잡기' 에 나서면서 우리측은 최선의 협상카드를 마련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다.
이 대통령도 국내 대기업 회장들을 잇따라 만나는 등 미국측에 내놓을 카드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이번 주가 트럼프 대통령과의 피말리는 협상의 정점이 될 공산이 크다.
이 대통령은 성실성과 실용적 전략으로 당연히 최선을 다할 것이다. 또한 협상결과와는 별개로 국제정치의 냉혹함을 터득하고,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이 매우 중요한 과제임을 확실히 인식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처럼 이 대통령은 시험대에 올라있다. 취임 초 직면한 인사와 관세협상의 중대 고비를 잘 헤쳐나가면 향후 5년간 국정운영에서 좋은 약이 될 것이다. 만약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그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대통령 혼자가 아니라 팀웍 위주로 국정을 운영하고, 국민적 동의와 지지를 이끌어내는 데 소홀함이 없기를 기대한다. 위기는 기회다.
![양기대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전 경기 광명시장 [사진=양기대 전 의원]](https://image.inews24.com/v1/a473b71cc2af1f.jpg)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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